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8월 1일(현지시각)부터 대규모 고율 관세를 발동하겠다고 아직 통상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교역국들에게 예고한 가운데 미국 증시는 오히려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고 미 공영라디오 NPR이 2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 모두 최근 연일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기업과 투자자들이 “트럼프가 결국 강경 조치를 완전히 밀어붙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 실물 경제는 예상보다 ‘선방’…실업률 4.1%, 기업 실적도 안정
NPR에 따르면 미국의 인플레이션율은 지난달 기준 전년 대비 2.7%로 다소 상승했으나 급격한 물가 폭등은 없었으며 고용 시장도 여전히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6월 실업률은 4.1%로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대규모 해고도 관측되지 않고 있다.
기업 실적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넷플릭스, AT&T, 해즈브로 등은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고 델타항공 역시 여행 수요 회복에 따라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PNC자산운용그룹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아만다 아가티는 “우리는 불안감을 느끼지만 실제 데이터는 그보다 낙관적”이라며 “소비자들은 여전히 지출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 “트럼프는 항상 물러난다”…‘TACO 트레이드’ 확산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미국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단계에서 강경 조치를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에 베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발표한 고율 관세 계획에서 대부분 수입품에 10% 기본 관세를 부과하면서도, 주요 품목에 대해 단계적으로 적용을 유예해왔다. 당시 금융시장은 급락했지만 이후 90일 유예 조치가 두 차례 연장되며 투자 심리는 급반등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트럼프는 결국 물러선다(Trump Always Chickens Out)”는 뜻의 약어인 ‘TACO 트레이드’라는 용어가 통용되고 있다. 이는 파이낸셜타임스 칼럼니스트가 만든 표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 표현을 불쾌하게 여기지만 시장에서는 관세가 실제로는 그리 강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관세 현실화 땐 중소기업 타격…물가 상승 우려도 여전”
그럼에도 우려는 여전하다. 특히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관세에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슈왑 리서치센터의 수석 투자 전략가 케빈 고든은 “중소기업은 자금 유동성이나 비용 조정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관세에 훨씬 더 취약하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도 관세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GM은 관세로 인해 11억 달러(약 1조5500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일본과 맺은 무역합의에서는 당초 예고했던 25%보다 낮은 15% 관세가 적용돼 시장에서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지만 미국의 주요 교역국인 멕시코, 캐나다 등과 합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나틱시스의 신흥아시아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 쯔린 응우옌은 “이제 10%가 새로운 기준선이고 15~20%도 덜 나쁘게 느껴지는 상황”이라며 “글로벌 경제가 고율 관세를 어느 정도 견뎌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다”고 분석했다.
◇ 시장은 ‘완벽’을 반영 중…돌발 변수에 취약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증시가 ‘완벽한 미래’를 전제로 가격이 형성돼 있다며 예상치 못한 변수에 취약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뉴올리언스의 투자사 빌레르앤코의 파트너 샌디 빌레르는 “모두가 모든 것이 완벽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다”며 “시장이 완벽을 반영할 때 가장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는 하반기에 주가가 현재보다 10~12%가량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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