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가 50~60% 급등…금값 상승률의 두 배
전문가들 "안정적 광산 보유 기업, 초과수익 가능성 높아"
전문가들 "안정적 광산 보유 기업, 초과수익 가능성 높아"

◇ 거대한 굉음과 함께 열리는 노천 광산
캐나다 최대 도시 토론토에서 북쪽으로 700km 떨어진 아그니코 이글 마인스(Agnico Eagle Mines)의 디투어 레이크 광산. 고요를 깨는 사이렌 소리와 함께 '레디(준비)'라는 외침이 들려왔다. 시선이 닿는 먼 곳에서 섬광이 번쩍이고 4~5초 후, 지축을 울리는 굉음이 온몸으로 전해졌다. 금광석 채굴을 위해 폭약으로 암반을 깨부수는 발파 작업이다. 이곳의 면적은 646㎢로, 서울 전체 면적(605㎢)보다도 넓은 땅이 하나의 거대한 금광인 셈이다.
과거 금광의 상징과도 같았던 어두운 갱도는 보이지 않았다. 지표면을 직접 파 들어가는 노천 채굴(Open-pit) 방식의 현장에는 미국 캐터필러사의 300톤급 거대 트럭들이 쉴 새 없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움직였다. 타이어 하나의 높이가 성인 남성의 두 배에 이르는 이 거대 트럭의 운전기사 중 53명은 여성이었다. '분진투성이의 건장한 남성'이라는 고정관념은 이곳에 없었다. 채굴된 광석을 부수고 화학 처리하는 모든 공정은 중앙 통제실의 대형 모니터 앞에서 엔지니어들이 관리한다. 성별 구분 없이 기계화된 공정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현대 광산의 모습이다.
◇ '금값-생산비' 격차가 수익률 결정
무엇이 금광주의 가치를 이토록 끌어올리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다음 세 가지를 핵심으로 꼽는다.
① 생산비용과 금값의 격차, 이익의 바로미터
첫째는 이익률이다. 금 가격이 생산 비용을 얼마나 웃도는지가 기업의 수익성을 결정한다. 각 광산 회사는 인건비, 에너지, 탐사비 등을 모두 포함한 '총유지비용(AISC)'을 공개한다. 아그니코의 AISC는 1트로이온스에 1183달러에 불과하다. 최근 온스에 3300~3350달러 선에서 거래되는 금 시세를 생각하면 1트로이온스에 2100달러가 넘는 막대한 이익을 남긴다. 영국 컨설팅 회사 메탈스 포커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업계 평균 AISC는 1536달러로, 아그니코의 비용 경쟁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 수 있다.
② 미래 가치 품은 '시총·매장량'의 함수
둘째는 미래 가치다. 기업의 시가총액을 확인된 금 매장량과 비교 분석하는 방식이다. 흥미롭게도 아그니코는 경쟁사인 배릭 골드보다 금 매장량은 적지만 시가총액은 오히려 더 높다. 주식시장이 아그니코의 미래 성장성과 수익성을 더 높게 평가한다는 뜻이다. '시가총액/매장량' 값은 주가수익비율(PER)처럼 기업의 가치가 고평가 혹은 저평가되었는지 판단하는 잣대로 삼는다.
③ 캐나다냐, 아프리카냐…'정치 위험'이 주가 가른다
셋째는 지정학적 안정성이다. 아그니코의 광산은 대부분 캐나다에 있다. 이 회사 제이미 포터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정치적 위험이 적은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점이 우리 회사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강조한다. 반면 경쟁사 배릭 골드는 지난 7월, 서아프리카 말리에서 정부 헬리콥터가 예고 없이 광산에 착륙해 금을 가져가는 사건을 겪었다. 이처럼 정세가 불안한 지역의 광산은 기업 가치를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 안정성·미래가치에 투자자 주목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예측해 막대한 부를 쌓은 투자가 존 폴슨의 투자회사 '폴슨 앤드 컴퍼니'가 아그니코에 집중 투자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이 회사의 마르셀로 김 파트너는 "금 가격이 생산 비용을 웃도는 한, 금값이 오르면 금광주는 그보다 훨씬 더 큰 폭으로 오를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단기 조정을 겪을 수 있어도 금 가격은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확대, 미국의 점진적인 금리 인하 움직임, 끊이지 않는 지정학적 위험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거시 환경은 금광주의 이익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올해 금광주 상승세는 단순히 금값을 따르는 것을 넘어, 구조적인 비용 경쟁력과 미래 가치, 사업 안정성이라는 본질에 투자자들이 주목한 결과로 풀이할 수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올해 남은 기간에도 금광주가 금값보다 더 큰 초과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