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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주유 중 화재' 콜벳 2만 3천 대 리콜…이례적 결함 공식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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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주유 중 화재' 콜벳 2만 3천 대 리콜…이례적 결함 공식 인정

냉각 팬, 넘친 휘발유 엔진으로 불어 화재 유발…고장 난 주유기도 원인
최고급 슈퍼카도 안전성 논란…딜러 재고 1600대 즉시 판매 중지
숀 코너 씨가 페이스북에 게시한 2024년형 콜벳 Z06. 주유소에서 화재가 발생한 후의 모습이다. 사진=페이스북이미지 확대보기
숀 코너 씨가 페이스북에 게시한 2024년형 콜벳 Z06. 주유소에서 화재가 발생한 후의 모습이다. 사진=페이스북
미국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10만 달러(약 1억 3880만 원) 이상의 고성능 슈퍼카 쉐보레 콜벳이 주유 중 갑자기 화염에 휩싸이는 충격적인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 제너럴 모터스(GM)는 이례적인 설계 결함을 인정하고, 2023년~2024년형 주력 모델 2만 3000여 대에 대한 대규모 리콜에 착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1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최고급 차량도 안전 결함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로,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6월 초, 숀 코너 씨가 자신의 2024년형 콜벳 Z06 모델을 주유하던 중 발생한 화재였다. 차량은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그는 콜벳 동호회 페이스북 그룹에 "주유 중에 차가 폭발했다"며 불타는 차량의 영상을 게시하고 다른 운전자들의 의견을 구했다. 영상에는 슈퍼카가 순식간에 폭발하며 주변을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 사건은 단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았다. 소셜미디어에서 유사 사례를 추적하던 GM의 한 직원이 30일 동안 여러 대의 콜벳이 주유 중 불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설상가상으로 그 주 후반에는 GM이 보유한 시험 주행 차량마저 동일한 화재 사고를 겪었다. 심각성을 인지한 GM은 수개월간의 정밀 조사 끝에 지난달 공식 리콜을 발표했다.

'냉각 팬'과 '고장 난 주유기'의 치명적 조합


문제의 원인은 기이하고 이례적이었다. 전통적인 기계 결함이 아닌, '주유 환경과 차량 냉각 시스템'의 상호작용 문제로 드러났다. 차량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도 자동으로 작동하는 냉각 팬이 주유 시 과주입으로 넘친 휘발유를 뜨거운 엔진 쪽으로 날려 보내면서 화재를 일으키는 구조였다. GM은 이 문제가 드물게 발생하지만, 자동 차단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결함 있는 주유기와 맞물릴 때 사고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번 리콜 대상은 2023년~2024년형 콜벳 Z06와 ZR1 모델 2만 3000여 대다. 이들 차량은 시작 가격만 10만 달러(약 1억 3880만 원)를 훌쩍 웃도는 고가의 슈퍼카로, 특히 ZR1 모델은 최고 속도가 시속 233마일(약 375km)에 이르는 GM의 기술력이 집약된 상징적인 모델이다. 최고 수준의 성능과 품질을 기대하며 거액을 지불한 소유주들로서는 차량의 가장 기본적인 안전에 구멍이 뚫렸다는 사실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연료 차폐판' 해결책 제시…재고는 즉시 판매 중지


자동차 전문 매체 '콜벳블로거닷컴'의 키스 코넷 수석 편집장은 "영향을 받은 소유주들은 분명히 당혹스러워하고 있다"면서도 "상당수의 2023년형 모델 소유주들은 '지금까지 100번 넘게 주유했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말하기도 해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주유 행위 자체와 직접 연결된 화재 리콜은 매우 드물다. 과거 2009년 크라이슬러가 닷지 듀랑고 1만 9000대를 대상으로 주유 후 연료가 미세하게 누출될 수 있는 밸브 결함으로 리콜을 실시했고, 2005년에는 닛산이 오존에 노출되면 호스에 균열이 생겨 연료가 샐 수 있다는 이유로 19만 2000대를 리콜한 바 있다.

미국 자동차 안전 센터의 마이클 브룩스 전무이사는 "운전자들이 주유기가 고장 나 자동으로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어렵다는 점이 잠재적 위험"이라며 "연료가 과주입되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GM은 공식 성명을 통해 "고객 안전이 최우선이며, 신속히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해결책으로는 연료가 엔진으로 튀는 것을 막는 '연료 방지용 차폐판(fuel shield)'을 개발해 장착하기로 했다. 이 부품은 수 주 내에 공급될 예정이며, 리콜 발표 당시 판매 대기 중이던 재고 차량 약 1600대는 즉시 판매 중지(stop-sale) 조치를 내렸다.

디트로이트 지역의 딜러인 레스 스탠포드 쉐보레의 폴 스탠포드 사장은 "판매 중지는 즉시 차량 인도를 원하는 고객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에겐 큰 문제"라며 "특히 날씨가 화창한 날에는 고객들은 당장 차를 타고 싶어 한다"고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GM의 빠른 대응에도 브랜드 이미지 손상과 판매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며, 이번 사태가 앞으로 주유소 펌프 안전 관리 및 차량 연료 시스템 설계 기준 강화로 이어질지 주목할 부분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