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고 어학 능력도 필수적이다. 그러나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영어 실력이 뛰어난 학생이 세계무대로 나아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세계를 상대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후쿠하라 마사히로가 쓴 '하버드의 생각수업'이란 책은 이 질문에 대해 명쾌한 답을 제시한다. 이 책에서는 글로벌 사회에서 통하는 인재가 되려면 확고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거나 진정한 교양을 갖추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말한다. 저자의 논리에 의하면 가장 필요한 것은 사물의 본질에 대한 자기 나름의 생각을 갖는 힘이고, 자신의 가치관을 조리 있게 주장하며 소통을 꾀하는 힘이다. 그리고 지식과 경험을 쌓는 데에서 벗어나 그것을 재료로 삼아 끊임없이 사고해야 자신의 가치관이 형성되고 소통 능력을 증진할 수 있다.
이러한 저자의 신념은 세계 명문대학 입시에 대한 연구를 통해 형성된 것이다. 하버드, 옥스퍼드, INSEAD 등 세계 명문대학은 입시에서 이렇게 묻는다. “당신의 생각은 무엇입니까?”, “왜 그렇게 생각합니까?” 이 대학들은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의 소유자이고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지 알고 싶어 한다.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최고의 인재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교육 방향과 수업 방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20세기 초에 일본은 미국의 공교육 교육과정을 우리나라에 이식했다.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 이 교육제도가 무늬만 바꾸면서 백년 가량 지속되어오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어릴 때 총명한 아이들이 입시 위주의 주입식 강의에 중독되어 나이가 들수록 생각하는 힘을 잃어간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수업을 그려본다. 암기된 지식으로 정해진 답을 찾아내는 수업을 지양하고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고 삶의 지혜를 키우는 수업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제 미래 사회를 주도할 아이들에게 생각하는 기쁨,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나가는 카타르시스를 선물해야 한다. 질문이 꿈틀거리는 교실, 생각이 춤추는 수업을 만들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김종두 심인고등학교 수석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