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08 09:23
선배 교수님과 광화문에서 술잔을 나누었다. 내 칼럼이 따뜻해서 보고 싶다고 하셨다. 그 말을 전해준 예전 동료 교수와 셋의 자리였다. 대선배라 조심스러웠지만 유쾌하게 자리를 이끄셨다. 선배님의 목소리는 젊은이들 못지않게 기운이 넘쳤는데 들려준 이야기도 그랬다. 우리 두 사람이 “저희도 젊은 거 맞죠?”라고 물으니 오히려 “어린 거지”라고 너털웃음을 터트리셨다. 백합 안주를 추가했고 소주로 얼큰해질 때쯤 골프 이야기를 꺼내셨다. “내 인생이 그랬네. 뭐가 좀 잘되면 다음엔 뭐가 안 되더라고. 골프가 딱 그렇지. 누구나 공 앞에 서면 네 번의 천당과 네 번의 지옥을 마주하지. 냉탕과 열탕을 오 가는 거지. 그래서 너무 좋아2019.04.29 10:24
또다시 5월이다. 이맘때면 가슴이 아리고 저민다. 내 어머니는 16년 전 돌아가셨다. 시인이신 내 누님은 이런 시를 남겼다.-울엄니- 팔순의 울 엄니는 혼자 사신다 당신 사진 확대해서 벽에 거시고입고 가실 삼베옷도 미리 챙겨 놓았다.홀로 견디어 가는 삶의 끝자락 한밤중 일어나 무슨 생각하시는지몇 번을 뒤척여야 밤이 지새는지 발목 다쳐 일 년여 무얼 잡고 일어서고 앉으셨는지한밤중 찬물 말아 밥 드시다 왜 체했는지 자식들은 알지 못한다.구정 때 큰며느리 지나는 말로 김치타령을 했다.혹시 입덧인가? 이 겨울에 물김치에 배추김치 삼 형제 것 다 해 놓으시고가져가라 전화통에 불이 난다. 심드렁한 건 며느리나 딸년이나 모두 같다.바2019.04.16 06:55
강릉으로 사람이 몰린다. 평창 올림픽 때 개통한 KTX가 뚫려 교통이 빨라졌고 미세먼지의 영향이 거의 없다. 강릉시는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백두대간에 가로막힌 지형적 여건에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동풍의 영향으로 수도권 지역보다 최대 7배 이상 미세먼지 농도가 낮아 여행객과 이사 오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미세먼지를 피해 강릉으로 여행을 간다라는 신조어인 ‘피미강릉’을 직접 확인하세요”라는 광고를 게재했다. 꽤 오래전부터 강릉은 경포대나 오죽헌만의 도시가 아니다. 먹거리부터 넘쳐난다. 안목과 사천해변, 그리고 경관 좋은 숲속 곳곳에 숨어있는 커피 명가와 수제맥주 브루어리는 젊은이들의 인스타 성지다2019.04.03 07:32
대방동 보라매 공원은 노인들의 공원이다. 자주 가는 종로 탑골공원의풍경이 그렇듯 이곳에도 평온과 함께 밀려드는 쇠락의 기운이 있다. 공원 끝쪽 작은 호수에는 분수와 함께뽕짝 메들리가 흘러나왔다. 노인들은 리듬에 맞춰 가볍게 몸을 움직였다.다른 한 켠의 족구장엔 유니폼을 맞춰 입은 중년의 아주머니들이 어설프나 혼신을 다한 몸짓으로 공을 향해 몸을 날렸다. 신림동 쪽으로 빠져나가는 산책로엔 실버들과 진달래가 뒤엉켜 눈이 부셨고 나뭇가지 사이로 봄을 주제로 한 시가걸려 있었다. 나는 박순희 시인의 “봄날의 산책” 이란 작품 앞에 멈춰 섰다.어떤 길은 사람의 얼굴을 닮았다. 낯설지 않은 길, 길을 음미하며 찬찬히 걷다 보2019.03.11 17:47
‘유튜브 시대의 비틀즈’를 탄생시킨 그의 목소리와 표정엔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분노’ 덕분이라고 했다.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무사 안일과 핑계, 불합리와 싸우자고 했다. 막연한 꿈을 좇다 보면 현실적인 문제를 외면하게 되는데 어떻게 밝은 미래가 오겠느냐는 것이다. 성공한 프로듀서가 서울대에서 한 축사 이야기다.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 대학에서 한 이야기와는 사뭇 달랐다. 그는 “Stay Hungry, Stay Foolish”, 즉 모자란 듯이 좀 우직하게 살아야 기회가 온다고 했다. 인생을 장기전으로 바라본 것이다. 모든 역사는 인과를 결정하는 필연적인 배경이 숨어있다. 우리의 각박한 현실과 그들의 넉넉한 처지를 생각하면 그들 관2019.02.27 16:31
건강검진 결과는 식탁 모서리에 떨어질 듯 놓여 있었다. 역류성 식도염과 위궤양과 위염. 광고인이 달고 사는 잡병삼종세트 그대로였다. 불만은 복부비만과 지방간 수치가 올라간 것, 의사는 술을 줄이고 운동을 늘리라고 권유했다. 아내는 야밤의 폭식이 원인이라며 정신력으로 입의 유혹을 이겨 보라고 했다. 입의 유혹이 그 정신력일 텐데요. 하려다가 그만두었다. 어쨌든 <남편의 체중 줄이기>란 책 속에 있는 어느 현명한 주부의 처방전은 다르다. 잔소리보다 남편 몰래 그릇의 크기를 줄였다는 것이다. 손가락을 빠는 버릇이 심한 아이에겐 어떻게 하면 될까? 손가락을 빠는 시간을 정해주면 된다. 심드렁해져서 나중엔 그 버릇이 없2019.02.12 10:43
다낭에서 후예로 가는 길은 정글의 안쪽이었다. 여기에도 오토바이 행렬이 줄을 이었다. 구정은 그들에게도 가장 큰 명절이다. 그들은 등과 짐칸에 한 보따리 씩 선물을 싣고 앞만 보고 내달렸다. 누군가 베트남 처녀들이 한국으로 시집오는 이유를 물었다. 가이드는 그들이 가난한 집을 일으키는 심청이라고 했는데 요즘엔 한국에서 못 견디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래서 한국 신랑과 나이 차이가 많으면 결혼을 금지하는 법이 생겼단다. 가이드는 박항서 감독의 열풍도 걱정이었다. 그들의 냄비근성이 우리 못지않다는 것이다. 그는 호치민루트의 버스 속에서 베트남 전쟁 때 살포된 고엽제의 상처가 아직도 남아있다고 했다. 고엽제2019.01.30 10:28
26일 3시, 한국문화의 집(KOUS)에선 명창 김정민 선생의 판소리 공연이 열렸다. 세 시간짜리 완창이었다. 전날의 숙취가 가시지 않아 망설였는데 어디쯤 오시냐는 초대자의 전화가 왔다. 할 수 없었다. 공연장은 아늑했는데 2층의 일부를 빼곤 만원이었다. 후배는 좋은 자리로 바꾸었다며 나와 아내를 KBS의 카메라가 응시하는 1층 앞쪽 중앙 자리로 안내했다. 게다가 객석의 조명은 내내 환하게 켜져 있었다. 1부 공연 동안 나는 꾸벅거리고 두리번 거렸는데 대학원에서 전통문화컨텐츠를 전공하며 뒤늦게 향학열을 불태우고 있는 안사람은 달랐다. 놀부에 얻어터진 흥부가 형의 비정함을 아내에게 숨기며 말하는 장면에서 안사람은 눈물마저 찍2019.01.17 09:50
지난 금요일 하동은 먼지가 없고 따스해서 걷기에 좋았다. 한반도 중앙을 가로지르는 19번 국도의 섬진강변엔 봄기운마저 감돌았다. 섬진강은 말라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강변 바닥의 사금이 섞인 강모래는 지금도 귀하다고 했다. 제방이 없던 그 옛날엔 바닷물이 여기까지 들어왔고 지금도 섬진강물은 광양 앞바다까지 나아간다. 송림공원에서 구례를 향해 세 시간을 걸은 뒤 호암마을 삼거리에서 멈추었다. 송영복(63)형이 차를 몰고 마중을 나왔다. 형의 고향은 이 곳, 악양 입석마을이다. 부산에 사시다 오래 전 돌아와서 형제봉 주막을 차렸다. 주막은 두 평 남짓의 부엌과 작은 방, 그리고 여섯평 남짓의 홀이 있고 홀엔 네 개의 테이블2019.01.09 09:55
단톡방에 누군가의 새해 인사가 올라왔다. ‘돼지’라는 어미로 연결된 삼행시였다. 뭔가를 궁리해야 했다. 선배를 무시하는 건방진 놈이 될 순 없다. 하나를 찾아 복사해서 옮겼다. 곧바로 요란한 신호음과 함께 여기저기서 돼지풍선들이 날아들었다. 그들도 인사를 복사했을까. 이게 뭔 짓인가 싶어졌다. 문득 유발 하라리의 책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의 마지막 부분이 떠올랐다. 이 책은 인류가 당면한 문제와 그 대안을 그가 전작들에서 보여준 특유의 통찰력을 바탕으로 꼼꼼하게 다룬 신작이다. 그의 마지막 주제는 명상이다. 산적한 문제가 우리에게 주는 고통의 원인을 명상을 통해 자신의 영혼을 매 순간 관찰해야 알 수 있다고2018.12.28 15:08
365일의 마지막날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지. 나는 여의도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식당에서 두 제자를 만난다. 주제넘게 신영복 선생님께서 어린 제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시던 ‘청구회 만남’을 흉내 낸 것이다. 그들은 광고를 인생의 업으로 정했다. 하나는 군대에서도 광고공모전의 입상을 꿈꾸고 있고, 하나는 삼개월의 인턴생활을 마치고 광고회사에 취직했다. 일년 만의 만남이라 반가울 것이다. 몇 마디 나누다 보면 직장에서 살아남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사회는 경쟁의 세계다. 똑똑한 개인주의는 위험하다. 성과보다 승진이나 이직을 꿈꾸기 때문이다. 천둥소리에 놀라는 시늉으로 조조의 경계를 허문 유비의 우둔2018.12.20 12:50
지난 금요일 수원 팔달문, 좁은 골목안 만두전문점 ‘연밀’은 이 집의 베스트셀러 호박만두와 삼치만두를 맛보려는 맛집 탐방가들로 왁자지껄 했다. 촌놈 입맛의 내 취향엔 아니었다. 나는 군만두와 짬뽕국물을 함께 주문했다. 짬뽕 국물은 없다고 했고 대신 '가닥탕'이라는 만두국 국물이 나왔다. 계란탕에 좁쌀 같은 수제비가 들어있는 모양새가 영 땡기질 않았다. 술잔이 몇 순배 돌자 그 곳으로 일행을 인도한 대학 동기가 참았다는듯 내게 쏘아부치기 시작했다. 한 마디로 트렌드니 뭐니 떠드는 광고쟁이가 편식이 웬 말이냐는 것이었다. 혀끝의 미각이야 말로 가장 예민한 감각이고 음식의 변천사가 인간의 역사에 미친 영향이 얼마나 크고2018.12.11 10:04
“올 초 계획했던 큰 일 이루셨나요? 이루지 못해 아쉽다면 한 번 생각해보세요. 큰 일 없이 안전했던 날, 큰 일 없이 함께한 휴가, 큰 일 없이 반복된 하루, 큰 일 없이 자라는 사랑. 돌아보면, 2018년은 큰 일 없이 작은 행복들로 가득했습니다. 2019년에도 폭스바겐이 함께 하겠습니다."아침 출근길에 들은 폭스바겐의 광고다. 폭스바겐은 실용적 가치를 지닌 차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Think Small)”나 “못 생겼습니다(Lemon)”란 위대한 광고도 그런 배경으로 태어났다.큰 차의 허세를 버리고 작지만 경제성과 편리성이 뛰어난 폭스바겐을 선택하라는 주장이다. “큰 일 없이 작은 행복들로 가득 했습니다”라는 이번 광고도 그 전통을2018.12.05 09:25
건배사의 시즌이다. “겁나 수고한 당신께 박수를 보냅니다, 박보검!”, “청춘은 바로 지금부터, 청바지!”라는 구호가 유행했다는데 이제 당신들은 또 어떤 준비들을 하고 계신지. 나는 건배사를 유독 싫어했다. 우리끼리 뭔가 잘 해내보자는 야합의 느낌도 그랬고, 돌림차순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선동을 강요당하는 듯한 분위기도 싫었다. 굳이 그럴 일도 아니었다. 건강이든 행복이든 입을 모아 빌어주는 것이 뭐 그리 대수라고 말이다. 믿을지 모르겠으나 내 어린 시절에는 술이 얼큰해지면 건배사가 아닌 무반주의 노래가 자리를 타고 돌아갔는데 시를 읽어준 어떤 선배도 있었다. 삼성동의 후미진 선술집이었으리라 기억되는데 굵은 안경테2018.11.26 13:39
조선이 생긴 지 꼭 이백 년 뒤 임진왜란이 터지고 1598년 이순신은 노량에서 죽는다. 칼잡이 출신의 도적떼들은 속전속결의 노략질을 위해 설계된 안택선을 기세 좋게 올라탔으나 거북선의 철침에 찔리고 물살을 이겨내는 판옥선이 펼치는 학익진에 속수무책으로 떼죽음을 당했다. 나라를 구한 이순신은 어떤 상으로도 부족할 만한 승전보를 전했다. 그러나 선조는 그를 원균과 같은 훈공으로 낮추고 오히려 명나라를 천군으로 높여 기렸다. 의주로 도망간 자신의 명분을 찾기 위해서였다. 현충사 안쪽으로 모셔진 이순신의 영정은 서럽고도 피눈물 나는 역사를 직시하라고 묻는 듯했다. 64년 사르트르는 노벨 문학상의 수상을 거부했다. 상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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