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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M&A로 미국 최고 정유사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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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M&A로 미국 최고 정유사로 성장

[포춘 500] 미국(9) 발레로에너지(Valero Energy)

[글로벌이코노믹=유혜준 기자] 미국 최대의 독자적 정유회사인 발레로에너지(Valero Energy, 이하 발레로)는2014년 미국 포춘 500대 기업 중 10위를 차지한 기업이다. 발레로는 1980년 1월 코스탈스테이트가스(Coastal States Gas)의 자회사로 있다가 분사되었는데 당시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기업 분사로 기록된다. 이후 발레로는 로바카게더링(LoVaca Gathering)의 천연가스운영사업을 인수했고, 1981년에는 텍사스주의 코퍼스크리스티에 있는 작은 정제시설을 인수해 1984년부터 정유 사업을 시작했다.

1997년 자사의 정제 및 소매사업부문을 ‘발레로’라는 이름을 유지하면서 독립 회사로 분사하게 된다. 당시 천연가스사업부 등 나머지 부서들은 PG&E(Pacific Gas and Electric Company)사에 인수됐다. 1997년 말 발레로는 텍사스와 루이지애나 주에 4개의 정제시설을 보유한 Basis Petroleum을 인수했다. 1998년 폴스보로(Paulsboro)를 인수하면서 뉴저지의 정제시설까지 갖게 되어 당해 처음으로 멕시코만 이외의 지역에서도 정유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2000년대에도 발레로는 천천히 조금씩 필요한 기업들을 인수하면서 외형을 키우고 정유사업을 특화 하는데 힘썼다. 2000년 발레로는 엑슨모빌사가 캘리포니아 주 베니시아(Benicia)에 소유하고 있던 정제시설을 인수했다. 베니시아의 정제시설은 캘리포니아에만 약 350개의 주유소를 갖고 있었다. 꾸준한 정유시설의 인수로 2000년부터는 발레로의 브랜드 명 아래 가솔린 소매사업을 시작했다. 2001년 6월에는 Huntway 정유사를 인수하면서 2개의 아스팔트 공장도 함께 갖게 됐다.
2001년 12월 31일 발레로는 울트라마다이아몬드샴록(Ultramar Diamond Shamrock)을 최종 인수한다. 이것으로 발레로 에너지는 미국, 캐나다, 카브리해 지역에 울트라마(Ultramar), 다이아몬드샴록(Diamond Shamrock), 비컨(Beacon)의 소매판매점을 총 4700여개 이상 보유하게 됐다. 2002년엔 마케팅 사업을 미 동부해안으로까지 확대했는데 특히 플로리다주와 미 북동부지역에서는 발레로 브랜드명 아래 활발하게 마케팅을 전개했다. 2005년 4월 25일 발레로는 미국 최대 독립 원유정제업체인 프렘코(Premcor, Inc.)를 80억 달러에 인수해 가솔린 및 기타 연료부문의 수익이 크게 신장되었고, 이로써 발레로는 미국 최대규모의 정유업체가 됐다. 2005년 6월 30일 발레로는 다이아몬드샴록 주유소를 발레로 브랜드로 변환하는 2개년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2008년 5월에는 슈퍼마켓 체인인 Albertsons gas station 72개 점포를 인수했다.

창사이래 2000년대 중반까지 대체적으로 평탄하게 성장해오던 발레로는 2009년 11월에는 델라웨어시에 있는 자사의 정유시설 직원 500명을 수익성 문제로 인해 해고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2009년 들어 발레로의 정유시설은 하루 평균 1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다 2011년 3월 미국의 2위 에너지 업체인 셰브론(Chevron)의 유럽 주요 시설들을 US$ 7억 3000만 달러에 인수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당시 인수로 발레로는 유럽에서 가장 큰 정제시설 단지인 영국 웨일즈 펨브룩에 위치한 펨브룩 정제공장(Pembroke Refinery)를 얻었다. 이와 더불어 영국과 아일랜드 전역에 걸쳐 있는 마케팅, 물류 자산도 함께 흡수하게 되었는데 4개의 수송 파이프라인, 11개 터미널, 약 1000개에 달하는 소매판매점, 항공연료사업 및 기타 재고까지 한꺼번에 손에 넣었다.

표 1. 발레로의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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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다각화 위한 전략적 M&A 거듭하며 미국 최고의 정제능력 갖춘 1등 정유사로 성장


다음은 발레로의 경영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사업부문의 특징, 매출과 영업이익, 경쟁력 등을 분석했다.

첫째, 발레로의 주요 사업은 연료, 기타 석유화학제품, 전기 등을 제조 및 수송, 판매하는 것이다. 취급제품으로 연료에는 가솔린, 디젤, 항공연료, 신재생 에너지연료가 있으며 특수제품에는 아스팔트, 프로판, 황, 나프텐계 오일, 용제, 방향족, 천연가스 액화물, 석유코크스 등이 있다. 발레로가 미국, 캐나다, 영국, 카리브해 지역에 걸쳐 운영하고 있는 정제시설은 총 15개로 이들 시설에서 하루 평균 약 290만 배럴의 석유를 처리한다. 또한 11개의 에탄올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곳에서는 연간 약 13억 갤런의 에탄올을 생산한다. 또한 50MW급의 풍력 발전소를 가지고 있다.

발레로는 미국에서 가장 큰 소매업체 중 하나로 약 7400개의 주유소를 보유하고 있는데 각 지역마다 다양한 브랜드로 운영된다. 미국과 카리브해 지역에서는 발레로(Valero), 다이아몬드 샴록(Diamond Shamrock), 샴록(Shamrock), 비컨(Beacon), 캐나다에서는 울트라마르(Ultramar), 영국과 아일랜드에서는 텍사코(Texaco) 등으로 운영된다. 2013년 5월 소매사업부를 완전히 분리시켜 CST를 독립적으로 세웠다.

둘째, 발레로의 실적을 보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매출은 꾸준히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증가세, 순이익은 정체돼 있다. 그러나 순이익은 2011년 500% 이상 급격하게 늘어난 이후 금액측면에서는 2011년~ 2012년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2013년 약 30% 성장을 이뤄냈다. 2013년 매출은 1380억 7400만 달러(약 142조6442억원), 순이익은 27억 2000만 달러(약 2조8100억원)를 기록했다. 불과 전년도인 2012년에만 해도 유가가 계속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는데 발레로는 2012년 4분기 이익도 견조한 성장을 보였으며 당시 주가는 12.78% 급등했다.

이유는 발레로가 미국에서 생산되는 저렴한 원유를 더 많이 정제해 수익을 올렸기 때문이다. 최근 북미지역은 셰일 가스 및 셰일 오일의 개발 붐으로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2009년보다 64% 증가했다. 이제는 미국 내부 수요에 대한 자급량이 충분히 확보되었을 뿐만아니라 미국 최대 정유업체인 발레로도 유럽과 중남미로 디젤, 가솔린, 제트연료 등을 수출하는 규모가 커지면서 실적 호조로 이어지고 있다.

표 2. 발레로 에너지의 주요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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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발레로는 굴지의 경쟁사들에 비교하면 역사가 짧지만 미국의 1등 정유사로 초고속 성장한 경쟁력 비결은 전략적인 M&A로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미국 최고의 정제능력을 갖추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2위 에너지회사 셰브론이 1879년, 코노코필립스가 1875년에 설립된 반면 발레로 에너지는 1980년에 설립되었다. 30년 역사의 발레로가 무려 130년이 넘는 경쟁사들을 꺾고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보통 에너지 기업들이 유독 인수합병을 많이 하지만 발레로는 '양적 성장'과 '사업다각화'라는 뚜렷한 목표아래 전략적으로 M&A를 진행하면서 경쟁력을 키워왔다.

1980~90년대에는 베이시스페트롤리움, PG&E, 폴스보로정유(Paulsboro), 베니시아정유(Benicia)를 차례로 인수하면서 마케팅, 서비스 등으로 사업부문을 다각화했다. 2000년대에는 오리온정유, 엘파소정유를 인수해 지정학적 사업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이익구조를 개선했다. 2005년 당시 미국 최대 원유정제업체 프렘코(Premcor, Inc.)를 80억 달러에 인수해 18개 정제소를 흡수하고 하루 330만 배럴의 정제능력을 갖추게 됐다. 이로써 미국 최대규모의 정유사라는 타이틀을 발레로가 차지하게 되었고, 이후 2008년에는 미국 포춘 500대 기업 10위에 올라 1년 만에 6단계를 껑충 뛰어넘어 10위권 진입에 성공했다.

발레로는 창립 이후부터 현재까지도 신중한 M&A와 사업운영으로 미국 최고의 정유기업이라는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해마다 정유사들의 정제능력을 평가해 순위를 매기는데 발레로의 총 원유정제능력(ACDU)은 190만 4300 bbl/cd로 올해도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엑슨모빌(Exxon Mobil)로 ACDU는 185만 5700 bbl/cd다. 엑슨모빌은 미국 최대의 종합 에너지 기업이자 2014 미국 포춘 500 중 2위 기업이나 정유부문에서는 발레로 에너지에게 1위를 내줘야 했다. 3위가 마라톤 페트롤륨(Marathon Petroleum) 171만 4000 bbl/cd, 4위 필립스66 (Phillips 66) 159만 600 bbl/cd, 5위 모티바 엔터프라이즈LLC(Motiva Enterprise LLC) 107만 3250 bbl/cd다. 이들 5개 메이저 정유사가 미국 전체 정제능력의 45%를 차지한다.

셰일층 원유 처리비중 확대, 신재생 에너지 투자 등으로 미래 경쟁력 확보


최근 미국이 셰일 가스와 셰일 오일 개발로 원유 생산량이 크게 늘어났지만 정작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정유회사는 약 150여 개에 불과하다. 보통 셰일층 원유는 물에 대한 기름의 질량비가 낮은 경질유가 많은데 전통 강호인 대형 정유사들은 중질유를 처리하는 설비를 보유한 곳이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설 불균형 문제로 셰일 가스 붐의 호재를 누릴 수 있는 기업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정유회사들간의 명암이 엇갈리면서 셰일 원유 처리를 하기 위해 경질유 처리능력을 확충하고 있다. 발레로 에너지는 텍사스 이글포드(Eagle Ford)의 셰일층 원유를 처리하기 위해 약 7억5000만 달러(약 7745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5년 전만 해도 경질유 처리비중이 전체의 33%에 그쳤지만 최근에는 전체의 50%까지 비중을 높였다.

이에 반해 중질유 처리 정유회사들은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정작 중질유를 적절한 가격에 공급받기 어려워 울상이다. 게다가 나이지리아, 중동, 베네수엘라 등지에서 중질유 생산량이 줄어들자 시장가격까지 상승해 이중고를 겪고 있지만, 막상 수년 안에 석유시장 상황이 또 어떻게 변동될지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에 셰일 오일 개발 붐에 맞춰 경질유 처리 설비투자를 단행하기도 어렵다. 시추를 하지 않고 석유 가공만 하는 정유회사들이 외부환경에 민감한데 경질유 처리능력을 갖춘 발레로는 향후 수년 간은 셰일 오일이 내린 축복의 혜택을 누리며 승승장구 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발레로는 환경보호와 대체에너지 개발을 위해 최신 기술을 채택하고 있다. 2009년 3월에 미국의 2위 바이오 에너지 생산업체인 ‘베라선에너지’를 4억 7700만 달러에 인수하고 재생에너지 개발에 착수했다. 당시에는 당장 큰 수익을 얻지 못했으나 경기가 회복되면서 에탄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에 대비했다. 에탄올은 옥수수 전분을 발효시켜 얻은 옥탄가가 높은 친환경적 연료다. 현재는 11개의 최첨단 에탄올 공장을 가동시키면서 가격 전쟁이 심한 정유업계에서 발레로 에너지는 원가를 절감하는 등 다소 유리한 지위를 점하고 있다.

또한 대규모 풍력단지를 의미하는 윈드팜(Wind farm)을 건설해 풍력발전을 이용한 정제설비를 완공했다. 선레이(Sunray) 지역에 약 33개의 풍력발전기를 설치해 시간당 50MW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정제설비에 신재생 에너지를 접목함으로써 절세효과, 재생에너지 특허출원,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고 정제설비 가동을 위해 매달 지출되는 약 140만 달러(약 14억)의 전기료로 아낄 수 있게 되었다.

그 밖에도 동물성 지방, 폐식용유, 옥수수유에서 얻은 재생 가능한 디젤연료를 하루 평균 1만 배럴 생산하고 있다. 더불어 미국에서 가장 큰 바이오 매스 디젤공장에서는 연간 11억 파운드의 공급원료를 약 1억 3600만 이상 갤런의 신재생 디젤로 변환하고 있다. 발레로 에너지는 단기적으로 봤을 때는 당분간 미국의 적극적인 셰일층 개발 붐과 이에 필요한 경질유 처리능력을 증대하면서 사업적 수혜를 충분히 누릴 것이다. 또한 장기적으로 봤을 때도 향후 미래 에너지 분야의 성장 모멘텀인 대체 에너지 기술개발과 실천을 꾸준히 해온 덕에 특별한 시장상황의 변화가 없는 한 정유업과 신재생 에너지 파트 두 분야에서 모두 지금과 같이 시장을 리드해 나갈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