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진단] 진보진영의 대학문제 인식은 과연 올바른가?…정유라·이화여대 사건은 빙산의 일각

기사입력 : 2016-12-06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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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회 중부대 원격대학원 공공정책학과 교수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와 진보진영의 교수들이 줄곧 강조한 것이 대학민주화와 총장직선제였다. 그런데 과연 그것이 진정으로 올바른 민주화이고 정책문제 해결을 위한 올바른 대안인지 학생과 국민의 관점에서 몇 가지 정책을 들어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대학 재정비리, 비민주적 운영을 개선하기 위해 내세운 정책대안이 대학민주화 정책이라는 총장직선제라고 할 수 있다. 총장직선제가 진정한 민주화(民主化)라면 그 결과도 다수 국민, 민중의 이익과 행복 증진에 기여하는 것이어야 했다. 하지만, 총장직선제는 학생을 배제한 교직원 아니 주로 교수들의 직선제였다. 이것은 민중이 주인되는 민주화가 아니라 교수가 주인 되는 교주화(敎主化)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노무현 정부 시기 총장직선제를 실현한 국립대학의 등록금은 큰 폭으로 상승하였다. 노무현 정부 2003년의 1인당 연간 대학 등록금은 국·공립대의 경우 265만원, 사립대의 경우 545만원이었던 것이, 2007년에 무려 국·공립대는 378만원으로 43% 상승하고, 사립대는 689만원으로 26% 상승하였다. 진보진영이 신자유주의라고 그렇게 비난한 이명박 정부 시기에는 소폭 상승에 그쳤다. 반값등록금을 정책의제화한 것도 이주호 전 장관과 한나라당이었다.

아직도 진보진영은 보편적 복지로 등록금 고지서상의 반값등록금을 정책대안으로 외치고 있다. 과연 이 정책은 진정 진보적인가? 필자는 지난 2011년 박근혜 정부의 소득분위 8분위까지의 소득맞춤형 대학등록금 지원정책을 성안한 바 있다. 물론 수립한 정책방안대로 실행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필자는 현재의 재정상태에서는 지금도 등록금 고지서상의 반값등록금정책보다는 타당한 정책이라고 판단한다. 왜냐하면 상류층에 지원할 국가예산으로 더 진보적인 정책을 실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6년 총선에서는 더민주당조차 공약에서 등록금 고지서상의 반값등록금정책을 삭제하였다.

필자는 진보진영의 대학복지 투쟁은 거의 끝없이 전개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소득맞춤형 반값정책에서 무조건 반값정책으로, 나아가 무조건반값+소득맞춤형 추가지원으로, 더 나아가서는 ‘반의반값등록금’ 지원과 완전 무상대학교육, 그리고 대학생 거주비 지원까지 끝없이 나올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진보인가? 추가적인 복지 요구 자체가 진보의 가치인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도 고등학교 졸업 이후 미진학 미취업 청년들에 대한 국가적 지원에 대한 진보진영의 관심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다시 또 제기하면, 대체 무엇이 진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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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와 진보진영의 교수들이 대학 입시경쟁과 사교육, 그리고 대학서열화의 원인으로 비판한 것이 수능중심의 대입제도였다. 진보진영에게는 수능은 교육정책문제의 근본원인이었다. 그리고 그 정책대안은 수능 반영비중을 줄이고 학생부 반영비중을 늘린 내신중심 대입제도였고, 입학사정관제와 학생부종합전형이었다. 입학사정관제와 학생부종합전형은 이명박 정부와 우파진영에서도 적극 지지한 대입제도였다. 바야흐로 진정한 좌우파의 연합 또는 합작 정책이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그 결과는 어떠한가? 2016년 8월에 실시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송기석 의원은 한국리서치에 의뢰하여 조사한 초·중·고 학생과 대학생 자녀를 가진 학부모 804명 대상의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자의 79.6%는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생과 학부모가 합격, 불합격 기준과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77.6%는 '학생부종합전형은 상류계층에 더 유리한 전형'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학부모 10명 중 8명이 학생부종합전형을 불공정하고 상류계층에 유리한 전형으로 생각한다는 의미다. 응답자의 75.4%는 부모와 학교, 담임, 입학사정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불공정한 전형이라는 지적에 동의했다. 서울신문(2016.09.21.)은 “수능 그리워하는 학부모… ‘학종시대’의 딜레마‘”라고 지적하고 있다. 아마도 최근에 드러난 일부 고등학교의 학생부조작사건과 이화여대 입시부정 의혹이 보도된 지금 여론조사를 한다면 학생부종합전형과 특기자전형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는 거의 분노 수준일 것이다.

그런데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이래 진보진영은 수능중심 대입제도를 모든 사교육과 입시경쟁의 주요 원인으로 비판하며 특기자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을 대안으로 주장하여 관철시켜오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문제를 제기한다. 과연 수능이 입시경쟁과 사교육, 대학서열화의 주범이고 학생부종합전형과 특기자전형이 대안인가? 그것도 아니면 자격고사와 추첨배정이 대안인가? 이 질문에 대해 진보진영은 올바른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무엇인가 변명이라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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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박근혜-최순실게이트에서 문제가 되어 학생·학부모·국민의 분노대상이 된 대입 부정입학 사례가 이것뿐이겠는가? 입학사정관에 의한 정성평가가 핵심인 점은 학생부종합전형이나 특기자전형이 모두 동일하다. 그 전형들은 본질적으로 정성평가 중심의 입학사정관전형이다. 이러한 현행 대입제도에서는 어떤 비리나 부정도 불법이 아니다. 모두 대학의 자율성이라는 명분으로 합법이 된다. 이화여대 정유라사태는 이미 김대중 정부 시기 이해찬 전 장관이 ‘하나만 잘 해도 대학 간다’는 주장에서 잉태되고 있었다. 정유라는 승마로 대학에 갔다. 그것도 이화여대라는 명문대학에 입학하였고, 엉망인 학사관리로 우수한 학점을 받으며 대학을 비웃고 있다. 그래서 전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그런데, 앞으로도 또 ‘하나만 잘 해도 대학 간다’고 주장할 것인가?

현행 학생부종합전형과 특기자전형은 대가를 주고받은 증거만 드러나지 않는다면 어떤 비리와 부정도 합법으로 둔갑시키는 전형이다. 그 결과, 서울의 주요 사립대학은 9-10분위의 최상류층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현실은 국가장학금 신청자들의 소득분위 자료로 쉽게 파악이 가능하다. 한국장학재단이 송기석 의원실에 제출한 국정감사자료인 ‘2015년 국가장학금 신청현황’에 따르면, 서울의 주요 사립대학의 경우 재적학생의 절반 이상이 9·10분위 학생들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일부 대학은 3분의 2를 넘고 있다. (필자의 이전 칼럼 참고)

필자는 국정농단사태에 대한 전 국민적 분노에 공감한다. 하지만, 그런 사태에 한정하여 급격히 분노하는 소위 교육진보세력을 이해하기 힘들다. 특정한 대입부정사례가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현행 대입제도가 이미 불평등 재생산기제로 전락하고 있음에도 그들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이미 국민 다수가 대입제도의 문제에 분노하고 있음에도 교육진보세력은 지금까지 그런 현실을 외면하고 있었다.

왜 그럴까? 교육진보세력이 너무 노쇠해졌나? 아니면, 너무 부유해졌나? 그들은 대부분 교육계에서 안정적으로 정년이 보장된 정규직 교육노동자인 교사와 교수들이다. 그들은 이미 중상위계층이고, 일부는 권력의 한 축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사실상 지방의 교육권력을 장악하고 있다. 어쩌면 기득권세력이 되어가는 ‘기득권진보진영’에게는 대입제도로 분노하고 고통 받고 있는 진짜 서민과 학생·학부모들은 다른 진영을 공격하는 수단이자 무기일 뿐이다. 필자는 스스로 교육진보세력이라고 자처하는 사람 중 상당수는 이미 보수화되지 않았을까 판단하고 있다.

입학사정관제가 본질인 학생부종합전형이나 특기자전형으로 가장 큰 혜택을 받는 집단은 누구일까? 물론 상류층집단이다. 소수 권력층집단이다. 그런데 교육자집단 특히 교수집단은 어떨까? 교수집단은 수혜집단일까 아니면 피해집단일까? 지난 몇 년 동안 입학사정관제가 본질인 학생부종합전형이나 특기자전형으로 교수집단은 과연 혜택을 받지 않았을까? 주요 대학에서 몇 년 사이 교직원 자녀 입학비율 증가 여부를 파악하면 금방 확인할 수 있다. 그 비율이 증가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대학들은 그런 자료를 절대 공개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여론을 보면 일부 고교의 학생부조작과 특히 이화여대의 부정입학 의혹사건을 계기로 입학사정관제가 본질인 학생부종합전형이나 특기자전형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교육보수세력은 상류층인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신자유주의 지향성 때문에 어차피 학생부종합전형이나 특기자전형을 적극 지지한다고 치자. 그렇다면, 소위 교육진보세력은 현행 대입제도를 어떻게 할 것인가? 사실상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전반적인 제도나 정책 자체가 아니라 주로 특정 부정사례에 비판의 화살을 던지고 있다.

이러한 사태를 볼 때, 필자는 혹시나 대입제도에 대해 너무나 조용한 교육계 자체가 이미 하나의 거대한 이익집단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그것도 아니면, 교육제도와 구조, 교육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특정인과 특정대학만의 일시적인 일탈 문제로 생각하고 싶은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야 좀 편할 것이다. 스스로의 입장이 합리화 정당화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학부모인 국민의 고통과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현행 대입제도에서는 어떤 비리나 부정도 불법이 아니라 합법이다. 명백한 부정입학도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전형으로 둔갑한다. 그것을 규제할 방법도 사실상 전무(全無)하다. 이번 이화여대 정유라(정유연)사건의 경우는 명백히 드러나고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기에 법적 처벌로 연결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예외적인 수사와 처벌일 뿐이다. 대입부정이라는 커다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추정된다. 로스쿨전형만이 아니라, 자기주도학습전형이라는 고입제도까지 그런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명백한 부정입학도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전형으로 둔갑할 수 있는 이런 대입제도를 언제까지 방관하고 있을 것인가? 현재 정부 여당과 특정인 특정대학에 초점을 두고 있는 학부모와 국민들의 분노가 언제인가는 교육집단 전체를 향한 분노가 될 수도 있다. 언론의 댓글에서는 이미 그런 조짐이 보이고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이나 특기자전형은 교육자와 대학의 절대권력이 행사되는 전형이라는 비난이 공감을 얻어 가고 있다. 더 이상 이런 반응이 확대되도록 방관할 수는 없지 않은가?
안선회 중부대 원격대학원 공공정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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