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칼럼] 내구성·상품성 등으로 중고차 품질 따져야

기사입력 : 2017-04-06 10:42 (최종수정 2017-04-07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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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도 (주)유카 대표이사
중고차시장에서 일을 하다 보니 "쓸 만한 중고차" 한대 구해 달라는 주문을 자주 받는다. 중고차의 품질을 얘기하면서 가장 자주 듣는 표현이 '쓸 만한'이라는 말이다. 평범한 형용사이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그리 단순하지 않은 표현이다. '최소한의 품질 가이드라인'을 요구하는 말이기도 하고 '지불하려고 하는 가격의 상한선'을 제한하는 말이기도 하다. 들을 때는 편하게 듣지만 막상 그런 차를 구하려면 그리 쉽지가 않다.

해석하기에는 '싸고 좋은 중고차'가 곧 '쓸 만한 중고차'로 들리기도 한다. 중고차시장 사람들은 흔히 '싸고 좋은 중고차'는 없다고 말한다. 좋은 중고차를 사려면 합당하게 제 값을 주어야 한다는 말이겠지만 오해의 소지도 있다. 싼 중고차는 곧 좋지 않은 중고차라고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싸고 좋은 중고차가 얼마든지 많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싸고 좋은 중고차가 그냥 폐차장으로 실려 가거나 제 값을 받지도 못하면서 해외로 팔려 나가는 것을 볼 때마다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물론 싸고 좋은 중고차에 대한 필자의 생각은 남과는 많이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쓸 만한'이라는 표현의 애매함에서 느껴지듯이 중고차의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과 기대는 대체로 모호하다. 품질 대비 가격 수준을 비교하는 말로 가성비(價性比·Cost Effectiveness)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가격을 기준으로 품질 수준을 비교하는 하나의 방법은 되겠지만 품질에 대한 절대적인 기준이 되기는 어렵다. 가격으로 표시되지 않는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품질이라는 말은 성능이나 내구성, 편의성 그리고 디자인이 주는 품위, 차별성 등이 결합되어 나타나는 독특한 존재 형태를 말한다. 표현 자체로는 좋고 나쁨이 없는 중립적인 말이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품질이라는 말에서 연상하는 것은 좋은 품질이다. 품질은 당연히 좋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자동차(중고차)에 대해 좋은 품질이라고 등급을 매기는 기준은 무엇일까. J.D Power나 Consumer Report 등 외국의 전문 연구기관에서는 전문적으로 그런 기준을 연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JD POWER사의 VDS(내구성·Vehicle Dependability Study), IQS(초기품질·Initial Quality Study), APEAL(상품성·Automotive Performance, Execution and Layout Study ), CSI(고객 서비스·Customer Service Index Study)와 같은 지표들이 그런 것들이다. 모두가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기준들이다. 막연하게 좋다 나쁘다 라는 식으로 모호하게 표현하지도 않는다. 영역이나 항목별로 디테일하게 평가하여 이용자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수치화하여 제공하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아직 국내에서는 중고(자동)차에 대해 그런 연구를 하거나 결과를 제공하는 기관은 없다. 그래서 미국과 같이 통계 수치를 가지고 품질의 높고 낮음을 얘기할 수는 없다. 항간에 떠도는 얘기들은 많다. 렌터카 등 영업용 경력의 차들은 품질이 좋지 않다, 여자들이 운전하던 차는 잘 나가지 않는다, 강원도 차량은 산악길이 많아 쉽게 노후화 된다, 수도권 차량은 제설제에 많이 노출되어 하체 부식이 빠르다, 바닷가 차량은 해풍에 상시 노출되어 염분에 의한 목 발생이 심하다 등이 그런 평가다. 어느 메이커 차는 에어컨이 좋고 어디 메이커는 브레이크가 좀 밀린다고 하기도 한다. 노후 차량을 많이 접하는 중고차 수출업체들은 특히 우리나라 자동차들 대부분의 부식 문제를 많이 지적한다. 일본의 자동차에 비해 그런 부식의 정도가 매우 심하다는 것이다.

모두가 중고차의 품질에 대한 생각과 주장들이다. 이력을 가지고 있는 자동차가 중고차이다. 조립되어(Manufactured), 사용되고(Used), 소유되고(Pre-owned), 거쳐 온(Secondhand) 이력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유되는 각 과정이 중고차 품질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항간에 떠도는 얘기들은 모두 이러한 과정과 운행 환경의 차이에 따라 품질의 차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개연성은 있지만 통계적으로 증명된 사실들은 아니다.

중고차의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과 불신을 덜어주려고 도입한 제도로서 중고차 성능상태점검기록부 의무 교부제도가 있다. 매매상사에서 중고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은 모두 이러한 기록부를 받아 품질 상태를 확인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도입한 지 10년이 넘은 제도이지만 이 제도는 아직도 잘못 이해되고 있기도 하고 제대로 활용되고 있지 못하기도 하다. 태생적으로 이 제도는 품질에 대한 보증제도가 아니다. 고지한 사항에 대한 이행을 의무화하는 제도일 뿐이다. 미국이나 일본 모두 거래 중고차에 대한 품질 보증을 법적으로 강제하고 있지는 않다. 고지 의무의 법제화 측면에서는 우리나라의 제도가 가장 강력하고 논리가 정연하다. 그러나 사업자나 소비자 모두 이 제도를 잘 활용하거나 제대로 준수하지는 못하고 있다.

중고차의 품질에 어떤 객관적인 상한선이나 하한선을 두기는 어려울 것 같다.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안전을 위해서 최소한의 품질기준을 두어 줄 것을 기대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 최소한 굴러가기는 해야 할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겠지만 굴러가지 않는 중고차도 싸게 구입한 후 수리해서 타 보려는 소비자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고차의 품질은 천차만별(千差萬別)이다. 감당할 수 있는 중고차 품질도 사람마다 다르다. 관리 능력이 있는 사람은 다소 험한 중고차를 저렴하게 구입해서 정비를 한 후 유용하게 운행할 수 있겠지만 아무런 기능이나 지식이 없는 사람에게 그런 중고차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다. 결국 '쓸 만한 중고차'는 사람마다 다 다를 수밖에 없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각자에게 그의 것을'이라는 말로 정의(定義)를 표현했다고 한다. 각자에게 맞는 쓸 만한 중고차를 소비자들이 기대하고, 그 기대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 선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것이 중고차시장 선진화의 한 모습이 아닐까.

신현도 (주)유카 대표이사 신현도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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