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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겹이’ 규제에 재개발·재건축시장 '하반기 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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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겹이’ 규제에 재개발·재건축시장 '하반기 흐림'

건설업계 상반기 도시정비 수주고 7조7천억…2년 연속 감소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안전진단 강화로 사업 추진동력 잃어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비율 상향·분양가 규제로 사업성 악화

서울시 은평구 재개발구역 전경. 사진=김하수 기자
서울시 은평구 재개발구역 전경. 사진=김하수 기자
정부의 규제 칼날이 재건축·재개발시장로 향하면서 올해 상반기 침체기에 빠진 도시정비시장이 하반기에도 부진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재건축부담금 부과를 비롯해 ▲안전진단 기준 강화 ▲정비구역 해제 ▲대출 규제 등 기존 규제에 이어 최근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비율 상향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로 사업이 지연되거나 사업 자체를 포기하는 조합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9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주요 건설사들의 상반기 정비사업 수주실적은 2년 연속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건설사들이 전국의 도시정비 사업장에서 쌓은 수주고는 약 7조 7140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10조 7000억 원) 대비 3조 원가량 크게 줄었다. 지난해에도 도시정비사업 수주 실적은 2017년 상반기(11조8300억원)에 비해 9.5%가량 줄어들었지만, 올해는 감소 폭이 약 28%를 나타내며 전년보다 더욱 급감하는 양상을 드러냈다.

시공사를 선정하는 사업장의 수도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 전국의 54개 정비사업 조합이 시공사를 선정했지만 올 상반기에는 46개 조합들이 시공사를 선정하는데 그쳤다.

하반기에도 도시정비시장 전망은 밝지 않다.

재건축의 경우 사업 추진에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다. 지난해 부담금 예정액이 공개되면서 전국의 재건축사업장에서 재건축 부담금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그 여파로 서울 대치쌍용1,2차 등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시공사와 본계약을 미루거나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3월 강화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역시 재건축사업 활성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의 문턱에 막혀 재건축을 준비해 오던 전국 노후아파트들이 사업 초기단계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강화된 기준을 피하지 못해 직격탄을 맞은 서울 양천·노원·마포·강동·은평·서대문구 등 비강남권 노후아파트 주민들의 집단반발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또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등 재건축 단지들은 서울시의 높은 건축심의 벽에 부딪혀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건축에 비해 규제 숨통이 트인 편이었던 재개발시장도 하반기부터 부침을 겪을 전망이다.

정부가 재개발을 추진할 때 의무적으로 지어야 하는 임대주택 비율을 최고 30%까지 상향했기 때문이다. 정비사업의 경우 일반분양을 늘려 최대한의 수익을 내는 게 목적인데, 임대주택 의무비율 상한이 높아지면 사업성엔 악영향이 있다. 현재 서울의 경우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비율은 최고 15%다.

양보열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조합장은 "재개발은 일반분양을 통해 수익을 내는 구조인데, 임대를 늘리면 일반분양 물량이 줄어 사업성이 떨어질 수 있다. 사업 추진 동기가 사라지는 만큼 사업을 포기하는 구역도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최근 분양심사 기준을 강화하면서 고분양가 관리지역에 속한 재건축·재개발사업장들은 비상이 걸렸다. 새로운 분양심사 기준대로 분양가를 책정할 경우 애초 계획했던 분양가격보다 가격이 떨어지게 돼 재건축·재개발 조합원들의 수익이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비사업에서 일반분양 수익은 조합원들의 분담금과 직결되는 부분인데 개편된 고분양가 심사기준으로 분양시기를 늦추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장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택지가 부족한 서울에서 정비사업이 지체될 경우 향후 주택 공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