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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중국 '몽니'에 미국 기업 '인수합병'에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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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중국 '몽니'에 미국 기업 '인수합병'에 제동

엔비디아 & 멜라녹스, 머크 & 버슘, 애브비 & 앨러간 등 줄줄이 대기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되면서 중국 정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미국과 국제 기업 간의 인수합병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되면서 중국 정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미국과 국제 기업 간의 인수합병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기업간 인수합병(M&A) 소식은 종종 산업 생태계를 변화시키는 중대사로 간주된다. 그 중요성에 의해 대다수는 합병 당사자 간 협의나 계약 소식만으로 '인수 완료'라는 표현을 대수롭지 않게 사용한다. 그러나 합병은 당사국과 관련국 규제 기관의 승인을 얻어야만 가능한 것으로, 계약이 인수 완료라는 표현은 잘못된 것이다. 게다가 미중 무역 갈등이 갈수록 격화되는 현 상황에서는, 일부 기업이 제시한 인수 완료 시점은 쉽사리 점칠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 시간) 트위터를 통해 "9월 1일부터 부과될 예정이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10%를 15%로 인상한다"고 밝힌 뒤, 중국 내 미국 기업들에게 철수를 지시는 발언까지 토했다. 이는 베이징이 75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 부과를 결정한 데 대한 대응 조치다. 하지만 이러한 트럼프의 조치가 미국 기업들을 장기적인 공황 상태로 몰아넣을 가능성이 있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이 중국을 포기하도록 강요하는 것 자체가 합법적이지 않아, 기업들은 트럼프의 지시에 따를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다혈질적인 대통령의 눈 밖에나지 않기 위해 적절한 대처가 필요한 데, 이 때문에 미국 기업들의 심리적 갈등은 더욱 심해졌다.

실제 미국 기업들은 중국 대륙에서 사업을 전개함에 있어 중국 정부의 눈치를 봐야만 하는 위치에 있다. 중국에서 중요 사업을 펼치고 있다는 이유로 시장 규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승인에 목매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기업이 중국의 승인을 기다리는지는 곧, 어떤 기업이 트럼프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지와 일맥상통한다. 중국 정부의 승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미국과 국제 기업 간의 인수합병에 대해 정리했다.

중국 정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미국과 국제 기업 간의 인수합병.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정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미국과 국제 기업 간의 인수합병. 자료=글로벌이코노믹

■ 엔비디아 & 멜라녹스


지난 3월 미국의 반도체 칩 공급 업체인 '엔비디아(Nvidia)'는 이스라엘의 네트워크 칩 디자이너 '멜라녹스 테크놀로지(Mellanox Technologies)'를 68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엔비디아의 데이터 센터와 인공지능(AI) 사업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인텔과의 경쟁에서 최종 승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공표한 것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에 제동을 걸고 있어, 중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 머크 & 버슘


독일 제약 및 화학기업 '머크(Merck)'는 4월 반도체용 가스와 전구체를 생산하는 미국 기업 '버슘 머트리얼즈(Versum Materials)'를 65억 달러에 인수하겠다는 제안으로 버슘 이사회의 승인을 얻었다. 이는 전자재료 시장의 회복을 목적으로 하는 대규모 배팅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마저도 중국 규제 당국의 벽에 가로막혀 있다.

■ 애브비 & 앨러간


제약사 '애브비(AbbVie)'는 6월 80억 달러가 넘는 보툴리눔 톡신(botulinum toxin) 시장과 미용 의약품 시장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야심찬 전략으로 약 630억 달러를 투입해 아일랜드의 동업계 '엘러간(Allergan)'을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당초 중국은 빠르면 오는 2020년 1분기에 톡신 시장의 승인을 낼 것으로 예상되었는데, 미중 갈등으로 인해 결과는 예측할 수 없는 상태로 치닫고 있다.

■ 인피니언 & 사이프러스


6월 독일의 반도체 기업 '인피니언(Infineon) 테크놀로지'는 유럽 ​​최대의 칩 제조업체에서 차세대 자동차 및 인터넷 기술 기업으로의 확장을 목표로, 미국 실리콘밸리를 기반으로 한 '사이프러스반도체(Cypress Semiconductor)'를 90억 유로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거래는 올해 안에 끝날 것으로 기대됐는데, 여기에도 중국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번거로움이 더해졌다. 당초 중국 기업도 사이프러스를 눈독 들이고 있었는데, 우방국끼리의 M&A 대세로 인해 중국이 배제되었기 때문에, 인피니언과 사이프러스의 합병을 중국은 좋지 않게 볼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 투식스 & 피니사


미국 최대 레이저 광전자 및 특수소재 생산 공급업체 '투식스(II-VI)'는 2018년 11월 애플에 아이폰용 핵심 센서를 공급하는 광학 부품 제조업체 '피니사(Finisar)'를 약 32억 달러에 인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양사의 합병 신고는 중국 시장규제국(SAMR)과 멕시코 연방경제경쟁위원회, 루마니아 경쟁위원회에서 여전히 검토 중이다.


김길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