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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중국 ‘모방대국’ 이미지 불식, ‘혁신 거점’으로 변모…미국 독점분야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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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중국 ‘모방대국’ 이미지 불식, ‘혁신 거점’으로 변모…미국 독점분야 위협

■ 세계 최고의 생산 기지에 본사를 둔 ‘지리적 이점’
■ 최고의 기술과 저렴한 가격으로 ‘가성비’ 극대화
■ 제조·연구개발·설계 부문 모두 하이엔드로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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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장하는 중국 신흥 혁신기업의 기세가 산업을 선도하는 미국 경쟁자들을 위협할 정도로 부상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모방 대국' 중국이 종래의 이미지를 불식하고, 이노베이션(혁신) 거점으로 변모하고 있다. 급성장 하고 있는 신흥 기업들이 이 같은 변화를 이끌고 있다. 중국의 부상을 저지하려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압력을 역이용해 독자 기술 개발에 매진해 온 결과다.

또 최근 이들 신흥 혁신기업의 기세는 '애플(Apple)'이나 '고프로(GoPro)' '오디지(Audeze)' 등 각각의 산업을 선도하는 미국 경쟁자들을 위협할 정도로 부상했다. 떠오르는 중국 혁신기업의 강점과 그들이 보유한 독자적인 기술력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 세계 최고의 생산 기지에 본사를 둔 ‘지리적 이점’

2016년 중국 광둥성 중남부 둥관(東莞)시에 뿌리를 내린 중국의 고급 헤드폰 메이커 ‘SIVGA(중국명 斯为·쓰웨이)’는 혁신을 원동력으로 급성장한 신흥 기업 중 하나다.

일본 JVC와 유사하게 나무로 만든 이어폰과 헤드폰을 주력으로, 일반적인 이어폰뿐만 아니라 다중듀서 이어폰과 평판형 헤드폰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다중듀서 방식은 수 많은 브랜드들 중에서도 몇몇 글로벌 브랜드만 기술력을 가지고 있을 만큼 쉽사리 도전할 수 없는 영역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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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귀 쿠션과 독특한 나무 하우징을 특징으로 하는 SIVGA의 고음질 헤드폰. 사진=SIVGA

SIVGA는 ‘센디오디오(Sendi Audio)’라는 이어폰·헤드폰 명품 브랜드를 제공하고 있으며, 특히 나무 하우징을 특징으로 하는 헤드폰 ‘Aiva’는 출시와 동시에 단번에 매니아들의 관심을 사로잡아 큰 인기를 끌었다. 그 결과 Aiva는 지금껏 오디지(Audeze) 등 미국의 전문 메이커가 독점하고 있던 틈새 고급 시장에서 2000대 이상이 출하되고 있다.

SIVGA의 성장 요인으로는, 수백 개의 부품 공장이 집중되어 있는 세계 최고의 생산기지 둥관에 본사를 두고 있는 지리적 이점을 들 수 있다. 생산 거점 근처에서 설계 및 연구 개발이 가능한 장점을 살려, 제품을 신속하게 생산하는 것 외에, 개발 비용을 억제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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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메이커 ‘DJI’도 많은 공장이 모여있는 광둥성 남부 ‘선전(深圳)’에 본사를 두고, 세계 최고의 드론 개발사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사진=DJI

SIVGA와 같이 세계 최고의 생산 기지에 본사를 두고 지리적 이점을 누리고 있는 중국 신흥 기업이 또 있다. 세계 최대의 무인항공기(드론) 메이커 ‘DJI’도 많은 공장이 모여있는 광둥성 남부 ‘선전(深圳)’에 본사를 두고, 비행 중에 장애물을 자동으로 회피할 수 있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DJI가 짧은 시간에 독자 기술로 드론 분야의 세계 챔피언이 되기까지의 성장 동력을 짧게 풀이하면, 다른 구미 기업과 달리 설계 업체와 생산 거점의 거리의 제약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던 것을 강점으로 평가할 수 있다. SIVGA와 꼭 닮은 셈이다.
‘붉은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선전에는, DJI 이외에도 수준 높은 카메라 기술로 고프로의 아성을 위협하고 로컬 메이커 ‘인스타 360’과 침체된 스마트폰 시장에서 여전히 약진하고 있는 ‘원플러스(Oneplus)’ 등 수많은 신생 기업이 북적거리고 있다.

무어 인사이츠 앤 스트래티지(Moor Insights & Strategy)의 애널리스트 안쉘 새그(Anshel Sag)는 최근 “이들 신흥 기업은 업계를 선도하는 혁신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DJI와 인스타 360 등이 좋은 예”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특히 이러한 혁신의 중심이 되는 곳은 기업가 정신이 왕성한 선전”이라고 말했다.

■ 최고의 기술과 저렴한 가격으로 ‘가성비’ 극대화

‘최고급’ 노선으로 세계 시장에 도전하는 SIVGA와 같은 메이커가 있는 반면, 최신 기술과 함께 그동안 중국이 자랑해 온 '낮은 가격'이라는 양날의 칼로 하극상을 노리는 기업도 있다. 샤오미(小米)의 스마트 웨어러블 기기 파트너 ‘화미커지(華米科技)’가 그 선두다.

화미는 샤오미의 인기 스마트 손목밴드 ‘미밴드’를 만들고 있다. 미밴드는 20달러(약 2만3600원)라는 초저가에도 만보기나 심박수 모니터링 등 미국의 경쟁 제품에 못지않은 알찬 기능을 가진 ‘가성비’ 최고의 제품으로, 동남아, 인도 및 아프리카 등 중저가 시장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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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의 브랜드로 이름을 알린 화미는 즉시 독자적인 기술 개발에 매진. 자신만의 스포츠워치 'Amazfit Health Watch'를 출시했다. 사진=화미

어느새 샤오미의 브랜드로 이름을 알린 화미는 즉시 독자적인 기술 개발에 매진해, 자신만의 스포츠워치 '어메이즈핏 헬스워치(amazfit health watch)'를 출시했다. 올해 1분기에만 500만대 이상의 디바이스를 출하한 데 이어, 8월에는 ‘어메이즈핏 헬스워치(amazfit health watch) 1S’를 선보이며, 미국 메이커들의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다.

화미커지를 이끄는 황왕(黄汪) 최고경영자(CEO)는 애플 등 주요 라이벌을 꺾는 것이 최대 목표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그는 “가르민(Garmin) 등 서구의 디바이스 제조업체들의 경영 모델은 결함이 있다”면서 “제품의 가격이 너무 높은 것”이 최대 약점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또한, 향후 “주류 시장이나 중저가 시장은 우리와 같은 기업들이 자리매김할 것이기 때문에, 아주 비싼 고급 메이커들은 극소수의 고급 고객 시장에서만 발을 붙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중국에서 기반을 닦은 샤오미과 화웨이 테크놀로지 등 중국 기업들이 최초 저가 공세로 기세를 올린 뒤, 최근에는 프리미엄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특히 화웨이가 올해 3월 출시한 ‘P30 Pro’ 모델에 탑재한 쿼드 카메라 기술은 삼성과 애플을 능가하는 수준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 제조·연구개발·설계 부문 모두 하이엔드로 넘어서

이들 중국 세력의 일부는 새로운 기능의 조기 도입과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아시아와 인도, 아프리카 시장을 거쳐, 유럽시장의 진출이라는 꿈도 이뤄냈다. 테크스폰셜(Techsponential)의 수석 애널리스트 에이비 그린가트(Avi Greengart)는 “샤오미는 세계 최초의 제품을 차례차례 세상에 내보냄과 동시에, 저가격도 실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술력과 가격 양면에서 높은 경쟁력을 가진 중국 세력이 어느새 고프로나 애플 등 많은 미국 기업의 제품 우위성을 위협하는 존재가 된 셈이다.

중국 기업이 ‘모방자’의 오명을 완전히 벗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여전히 중국 IT 메이커들은 삼성의 갤럭시와 애플의 아이폰 등 선도 메이커의 디자인을 수시로 모방하고 있으며, 이러한 실태는 자동차와 식품, 심지어 항공기에 이르기까지 종종 지적되고 있다.

특히 중국 국내에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해도, 결국 단념하지 않을 수 없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일례로, 개인용 모빌리티(이동) 기기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미국 ‘세그웨이(Segway)’는 다수의 중국 메이커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그 와중에 이공계 명문 베이항대 출신들이 모여 2013년 설립한 스타트업 ‘나인봇’에 2014년 인수됐다.

그래도 확실한 것은, 중국 기업은 그동안의 단순한 모방자 이미지를 완전히 초월하는 과정에 들어섰다는 점이다. 게다가 혁신을 주도하는 중국의 신생 기업들은 이제 더이상 선도 업체들이 제시하는 신제품 청사진을 기다리지도 않는다. 독자 기술과 혁신으로도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하는 수준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시장조사회사 카나리스는 최근 “제조·연구개발·설계 부문 모두 하이엔드로 넘어가는 흐름을 막을 수 없다"고 중국 신흥 기업들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김길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