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가 유럽 전역에서 판매 부진을 겪는 와중에도 세계 1위 전기차 선진국 노르웨이에서는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고 CNBC가 12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노르웨이 도로연맹(OFV)에 따르면 지난달 테슬라의 신규 차량 등록 대수는 전년 동월 대비 54% 증가했다. 특히 SUV 차량인 모델Y의 판매가 115.3% 늘어난 것이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지난 5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213% 증가하며 두 달 연속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노르웨이 전기차협회(NEVA)의 크리스티나 부 사무총장은 CNBC와 인터뷰에서 “테슬라는 수년간 노르웨이에서 강력한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었다”면서 “최근 모델Y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인기를 끌면서 판매 증가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하고, 넓은 적재 공간, 높은 지상고, 사륜구동, 견인장치 등 노르웨이 소비자들이 원하는 조건을 고루 갖춘 차”라고 덧붙였다.
테슬라의 전반적인 유럽 판매 부진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정치적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CNBC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운동에 3억달러(약 4100억원)를 쏟아부었으며 이후 신설된 정부효율부를 통해 연방정부 감축 계획을 주도했다.
이후 머스크가 정부효율부 수장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공개적으로 갈등을 빚었고 독일 총선 당시에는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독일 정치권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이에 따라 유럽 전역의 테슬라 매장 앞에서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노르웨이에서도 이같은 정치적 논란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NEVA가 최근 전기차 소유자 1만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례 조사에서 응답자의 43%가 “정치적인 이유로 테슬라 차량을 구매하지 않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부 사무총장은 “머스크가 지난해 해온 언행은 분명 논란이 됐고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슬라의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놀라울 정도로 높다”고 평가했다.
테슬라의 선전에는 노르웨이 정부의 친환경 교통 정책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실리에 크니베 크로그룬 노르웨이 교통부 차관은 CNBC에 “전기차 확산은 장기적이고 일관된 정책의 결과”라며 “세제 혜택과 도로·주차 요금 할인, 버스전용차로 이용 등 사용자 중심의 인센티브가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노르웨이는 세계 최대 산유국 가운데 하나임에도 올해부터는 신규 등록 차량을 전기차 등 ‘배출가스 제로 차량’으로 제한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가정용 충전 인프라 확대와 공공 충전소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
한편, 테슬라는 스페인에서도 지난달 판매가 61% 늘었고 포르투갈에서도 7% 증가했다. 그러나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각각 60%, 소폭 감소하며 전체 유럽 시장에서는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에 따르면 테슬라의 유럽 내 신규 차량 등록은 5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