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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충격으로 '컨설팅 업계 붕괴' 현실화...업계 규모 20~30% 축소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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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충격으로 '컨설팅 업계 붕괴' 현실화...업계 규모 20~30% 축소 전망

정보 민주화와 빅테크 인재 유출로 구조적 변화 불가피한 상황
인공지능(AI) 기술 발전과 고객 인식 변화로 컨설팅 업계의 구조적 붕괴가 현실화하고 있다. 사진=마이크로소프트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 기술 발전과 고객 인식 변화로 컨설팅 업계의 구조적 붕괴가 현실화하고 있다. 사진=마이크로소프트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팔란티어 공동창업자 피터 틸(Peter Thiel)이 컨설팅 업계를 "완전한 사기"라고 혹평한 가운데, 인공지능(AI) 기술 발전과 고객 인식 변화로 컨설팅 업계의 구조적 붕괴가 현실화하고 있다. 더프리프레스(The Free Press)가 지난 11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틸은 "컨설팅 사업이 주식이었다면 지금 당장 공매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틸은 2023년 옥스퍼드 강연에서 "1980년대 맥킨지는 실제로 도움이 됐지만, 현재 맥킨지는 완전한 사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과거 기업 인수합병이 활발했던 시기에는 컨설팅이 가치를 창출했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컨설팅 시장은 20251600억 달러(14622700억 원)에서 202913200억 달러(18209400억 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하지만 맥킨지(McKinsey),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베인(Bain) 등 주요 기업들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AI 도입이 가속화되면서 컨설팅 업계의 핵심 가치 제안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맥킨지 100년 역사상 최대 규모 구조조정 단행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527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맥킨지는 지난 16개월 동안 전체 직원의 10% 이상을 감축했다. 2023년 말 45100명이던 직원 수가 현재 약 4만 명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는 맥킨지 창사 100년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감원이다.

맥킨지는 2023년 시작한 구조조정을 통해 지원 업무 인력 1400명을 해고했고, 2024년에는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등 분야 전문가 400명도 추가로 해고했다. 이례적으로 엄격한 중간성과 검토를 통해 실적이 저조한 컨설턴트에게 퇴사 압력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주요 컨설팅 업체들도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미국 법인은 올해 5월 전체 직원의 2%1500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딜로이트는 2023년 말부터 1000명 이상을 해고했으며, 영국 지부에서는 180명을 추가로 해고했다.

반면 경쟁사인 BCG2024년 연례보고서에서 매출이 10% 증가한 135억 달러(186200억 원), 직원 수는 1000명 증가한 33000명이라고 발표해 대조를 이뤘다. 맥킨지는 2023160억 달러(22조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2024년 연례보고서에서는 매출과 직원 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AI 도입과 정부 계약 취소로 인력 재구조화 가속


맥킨지는 2024년 가을 미국 내 MBA 졸업생 채용을 전면 중단했다. 이는 컨설팅 업계의 전통적인 채용 관행에서 벗어난 파격적인 조치다. 베인은 런던 사무소 컨설턴트들에게 6개월치 급여를 지급하고 자발적 퇴사를 권유하거나 요하네스버그, 시드니 등 다른 지역으로 전근을 제안했다.

미국 정부가 컨설팅 계약 비용 절감을 요구하면서 딜로이트는 127개의 연방 계약이 취소되거나 축소됐다고 발표했다.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는 연방정부 상위 10대 컨설팅 업체와의 계약을 재검토해 핵심 임무 수행에 중요하지 않은 계약을 종료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컨설팅업체 액센추어의 주가는 전장보다 7.3% 급락 마감했다. 줄리 스펠만 액센추어 최고경영자(CEO)"새 행정부는 연방정부를 더욱 효율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명확한 목표를 갖고 있다""이 과정에서 많은 신규 조달 절차가 지연됐고, 이는 우리 매출과 수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AI 시장 급성장과 컨설팅 업무 잠식


AI 기술 발전이 이러한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글로벌 AI 컨설팅 시장 규모는 202488억 달러(121300억 원)에서 2033730억 달러(1007000억 원)으로 확대되며, 예측 기간 동안 26.49%의 연평균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BCG의 경우 매출 중 20%AI 관련 업무에서 나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루킥 BCG 기술 부문 매니징 디렉터는 "AI가 비즈니스에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기업들 갈증이 정말 크다"고 말했다.

맥킨지는 AI 관련 매출이 전체 수익의 40%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러한 AI 특화 서비스 성장과 달리, 전통적인 컨설팅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IBM의 한 분석에 따르면, 컨설팅 업계에서 수행하는 작업의 45%가 기존 기술로 자동화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티티(NTT) 데이터의 데이비드 페레이라 유럽·라틴아메리카 생성형 AI 책임자는 "우리 분석에 따르면 컨설팅 회사 매출의 40%가 생성형 AI로 인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팔란티어 부상과 전통 컨설팅 모델의 위기


피터 틸이 설립한 팔란티어는 AI와 데이터 분석 기술을 기반으로 전통적인 컨설팅 서비스를 대체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411월 트럼프 당선 이후 팔란티어의 주가는 140% 이상 상승했다.

현재 팔란티어의 데이터 분석 플랫폼 '파운드리'는 국토안보부, 보건복지부 등 최소 네 개의 연방정부 기관에 도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팔란티어의 시가총액은 약 3090억 달러(426억 조 원)에 달하며, 지난 12개월 기준 매출은 312000만 달러(42700억 원)이다.

베인앤드컴퍼니는 올해 5AI 시스템 선도기업인 팔란티어와의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척 위튼 베인 디지털 부문 글로벌 총괄 대표는 "베인은 고객사가 AI 시대를 선도할 수 있도록 전략 뿐만 아니라 가시적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실행까지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 정보 민주화와 속도 경쟁에서 뒤처진 전통 컨설팅


과거 컨설턴트들이 독점하던 시장 데이터, 업계 분석, 모범 사례는 이제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전통적인 컨설팅 프로젝트는 몇 개월에서 몇 년이 걸리지만, 디지털 시대의 비즈니스 문제는 몇 주, 심지어 며칠 내에 해결책이 필요하다.

실리콘밸리와 빅테크 기업들이 최고 인재들을 흡수하면서 컨설팅 회사들은 인재 확보에서 뒤처지고 있다. 2025MBB 컨설턴트는 미국에서 135000달러(18600만 원)에서 14만 달러(19000만 원)을 받는 반면, 4 컨설턴트는 9만 달러(12400만 원)에서 108000달러(14800만 원)을 받는다.

과거에는 하버드 MBA 졸업생들이 맥킨지를 선택했다면, 이제는 구글, 메타, 오픈AI를 선택한다. 결과적으로 컨설팅 회사들은 점점 더 평범한 인재들로 구성되면서도 프리미엄 가격을 요구하는 모순에 빠졌다.

◇ 전망과 생존 전략


업계 전문가들은 컨설팅 업계가 향후 현재 규모의 20-30% 수준으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관리컨설팅(Management Consulted) 분석에 따르면, 20257월 현재 컨설팅 업계에서 AI 전략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분야가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생존하는 회사들은 AI로 대체할 수 없는 고도로 전문화된 영역—규제 대응, 복잡한 조직 변화 관리, 위기 상황 대응 등—에만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스글로벌리서치가 1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컨설팅 고객들은 올해 우선순위 목록에서 지속 가능성 프로젝트를 작년 4위에서 10위로 낮췄다.

컨설팅 업계 조사에서 47%의 응답자가 수요가 증가했다고 답했으며, 82%가 기술·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AI 분야를 성장 영역으로 꼽았다. 그러나 50%는 고객이 컨설팅을 아웃소싱하는 대신 내부로 가져오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답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한 산업의 쇠퇴가 아니라 비즈니스 의사결정의 민주화를 의미한다. 기업들이 외부 전문가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능력을 기르게 되면서, 결국 더 효율적이고 반응 빠른 비즈니스 생태계가 구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