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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해운업 '탄소 제로' 도전장…HD현대중공업, 美·英 연합과 '차세대 원자력 선박' 개발 본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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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해운업 '탄소 제로' 도전장…HD현대중공업, 美·英 연합과 '차세대 원자력 선박' 개발 본궤도

IMO 환경 규제 강화 속 대안 부상…차세대 원자로로 안전성 높이고 운항 효율 극대화
척당 1조원 육박하는 건조 비용, 보험·규제 등 넘어야 할 산 많아…국제 공조가 상용화 관건
연료 재공급 없이 대양을 횡단할 차세대 원자력 추진 화물선이 개발된다. HD한국조선해양을 포함한 국제 컨소시엄은 이 선박으로 해운업계의 탄소 감축과 운송 효율 혁신을 이끌 계획이다. 사진=더쿨다운이미지 확대보기
연료 재공급 없이 대양을 횡단할 차세대 원자력 추진 화물선이 개발된다. HD한국조선해양을 포함한 국제 컨소시엄은 이 선박으로 해운업계의 탄소 감축과 운송 효율 혁신을 이끌 계획이다. 사진=더쿨다운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3%를 차지하며 기후변화의 주범 중 하나로 꼽히는 해운업계의 판도를 바꿀 대안으로 '원자력 추진 선박'이 떠오르고 있다. 12일(현지시각) 외신 더쿨다운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미국과 영국의 기술 기업들과 손잡고 2035년 상용화를 목표로 차세대 원자로를 탑재한 화물선 개발을 시작하며 이 같은 흐름에 합류했다.

◇ '탄소 주범' 해운업, 대안 없는 현실

세계 선박이 내뿜는 온실가스는 지구 전체 배출량의 약 3%에 이른다. 일본의 한 해 총배출량보다도 많은 심각한 수준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30년까지 해운업의 탄소 배출량을 30% 줄이고 2050년까지 '넷 제로(탄소중립)'를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친환경 대체 연료로 수소, 메탄올, 암모니아 등이 나오지만, 전체 선단을 움직이기에는 기술, 경제적으로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영국 기업 코어파워는 원자력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이 계획을 이끌고 있다. 코어파워 미칼 뵈 최고경영자(CEO)는 "이것(원자력 추진)은 가장 큰 난제 하나에 대한 해법"이라며 "(원자력 추진이) 지금 당장 가능하다면, 엄청나게 억눌렸던 수요가 폭발할 것"이라고 시장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이번 협력에는 수십 년 만에 미국에서 첫 신규 원전을 지은 전력회사 서던 컴퍼니와 세계적인 조선 기술을 갖춘 HD현대중공업이 함께한다.
◇ 상압 운전·무급유 항해…안전·효율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이 계획의 핵심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세운 원자력 기술 스타트업 테라파워의 차세대 원자로 설계다. 용융염화물고속로(MCFR)와 같은 기술을 활용하는 핵분열 방식인데, 원자를 쪼갤 때 나오는 막대한 열로 오염물질 배출 없이 전기를 만든다. 특히 이 신형 원자로는 기존 원전과 달리 대기압과 같은 압력에서 운전하도록 설계해 더욱 안전하고, 사고가 나도 방사성 물질의 외부 유출을 막기 쉽다. 미칼 뵈 최고경영자는 "비상 계획 구역이 선박 크기를 넘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혀 안전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원자력 추진 선박은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꾸준한 동력을 얻는다. 운항 과정에서 화석연료를 전혀 쓰지 않아 '완전한 무배출'을 이룰 수 있다. 재급유 때문에 항구에 들를 필요가 없어 먼 거리를 더 빨리 오갈 수 있고, 기존의 커다란 연료 탱크 공간을 화물칸으로 활용해 장기적인 연료비 절감과 운송 효율 증대 효과도 거둘 수 있다.

◇ 천문학적 비용·보험 부재…상용화까지 첩첩산중

다만 상용화까지 넘어야 할 산도 높다. 선박 한 척에 약 7억 달러(약 9656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초기 건조 비용은 경제성 확보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또한 현재 보험업계가 원자력 상선의 위험을 보장하지 않아 보험 가입이 어렵고, 이 때문에 대부분의 항구가 입항을 거부할 수 있다. 해적의 공격이나 테러, 선박 충돌 같은 뜻밖의 사고가 날 때, 군함보다 상대적으로 튼튼하지 않은 상선의 특성상 방사능 유출에 대한 걱정도 크다. 원자력 선박을 위한 특수 항만 시설과 통일된 국제 안전 기준이 없는 점도 서둘러 풀어야 할 숙제다.

협력단은 2028년에서 2029년 사이에 첫 선박 주문을 받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고자 업계는 국제해사기구(IMO),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과 긴밀히 협력해 제도상 장벽을 없애는 노력을 본격화했다. 기술 개발과 국제적 합의가 함께 이뤄져야만 해운업의 진정한 틀을 바꿀 수 있을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