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나노 부진 딛고 GAA 선점 효과 노려…수율 확보가 최대 관건
인텔, 1.8나노로 추격 가세…AI 시대 맞아 첨단 패키징도 핵심 변수
인텔, 1.8나노로 추격 가세…AI 시대 맞아 첨단 패키징도 핵심 변수

11일(현지시각) 디지타임스 아시아와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5년 하반기 2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해 첨단 반도체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려 한다. 이미 주요 고객사들과 2나노 기반 칩 생산 협의를 진행 중이며, 업계에서는 삼성의 2나노 공정이 전력 효율과 성능 면에서 TSMC의 동급 기술과 충분히 겨룰 만하다고 본다.
그러나 삼성 파운드리 사업부는 최근 몇 분기 동안 적자를 면치 못해 TSMC와의 기술 격차를 좁히려면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5년 1분기 기준 시장 점유율에서 TSMC가 67.6%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데 반해 삼성은 7.7%에 그쳐 격차가 크다. 이를 극복하고자 삼성은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등 첨단 설비 투자를 늘리고, 수율 안정과 고객 맞춤형 해결책 제공을 위한 연구개발(R&D) 역량 강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삼성의 2나노 기술은 앞으로 AI, HPC,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 여러 고부가가치 분야에 쓰일 전망이다. 특히 AI·HPC용 반도체의 성능과 효율을 좌우하는 첨단 패키징 기술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TSMC가 '칩온웨이퍼온서브스트레이트(CoWoS)' 패키징 기술로 엔비디아와 애플 같은 대형 고객사를 확보해 시장을 이끄는 가운데, 삼성전자 또한 '실리콘 브릿지'와 같은 차세대 패키징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첨단 패키징 시장은 2025년 371억 달러(약 51조1794억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어서 이 분야의 기술력 확보가 시급한 과제다.
◇ '선택과 집중'…수율·GAA 기술로 정면 돌파
삼성의 2나노 전략은 '선택과 집중'으로 요약할 수 있다. 1나노대 초미세 공정 투자를 미루는 대신 2나노에 역량을 모아, 3나노 공정에서 겪었던 수율과 신뢰도 문제를 극복하고 기술 반전을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2025년 하반기 양산과 2026년 대량생산을 목표로 수율 확보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업계에 알려진 수율은 30~40% 수준이며, TSMC가 2나노 공정에서 60~70% 수준의 안정된 수율을 보이는 만큼 올해 안에 70%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
기술 면에서는 3나노에 이어 2나노에도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인 GAA(게이트올어라운드)를 적용한다. GAA는 전류가 흐르는 채널의 4개 면을 게이트가 모두 감싸는 구조로, 전류 제어 능력을 높여 기존 핀펫(FinFET) 구조보다 전력 효율과 성능이 뛰어나다. 삼성은 2027년 업계 최초로 후면전력공급(BSPDN) 기술을 적용한 SF2Z 공정도 선보일 계획이다.
◇ TSMC·인텔과 '삼각 경쟁'…첨단 패키징도 격전지
경쟁 구도는 더욱 복잡해졌다. 선두 TSMC와 추격자 삼성전자의 양강 구도에 인텔이 본격 가세했다. 인텔은 2나노를 건너뛰고 2024년 하반기 1.8나노(18A), 2027년 1.4나노(14A) 공정 양산을 목표로 제시하며 초미세 공정 경쟁에 불을 지폈다. 현재 1.8나노 수율은 50% 안팎으로 알려졌으며, 자체 CPU·GPU 생산을 넘어 외부 고객사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기술 면에서는 TSMC가 3나노까지 핀펫을 유지하다 2나노부터 GAA를 도입하는 반면, 삼성은 3나노부터 먼저 GAA를 적용했다. 삼성은 이러한 기술과 수율 격차를 극복하고자 TSMC보다 30%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고객사 확보에 나섰다.
삼성 파운드리 사업의 향방은 2나노 공정의 성공에 달렸다.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미국, 중국, EU 등 주요국이 반도체 공급망 안정을 위해 대규모 정책 지원에 나서는 가운데, 일본의 라피더스 또한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2나노 시장에 뛰어들면서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TSMC와의 수율 격차를 조속히 해소하고 GAA 기술의 대량생산 신뢰도를 입증하는 일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삼성이 3나노의 부진을 딛고 2나노 공정의 성공적인 안착과 첨단 패키징 기술력 확보로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며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