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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혁신 끝판왕'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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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혁신 끝판왕' 등극

고급·고부가 차량으로 라인업 확대…해외 비주력 시장 개척·R&D 강화
서비스 기업으로 탈바꿈 '잰걸음'…“플라잉카-로보틱스가 향후 생산 50% 차지”

정의선 총괄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현대자동차그룹과 그룹 주력인 현대자동차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정수남 기자, 현대차이미지 확대보기
정의선 총괄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현대자동차그룹과 그룹 주력인 현대자동차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정수남 기자, 현대차
정의선(49)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그룹의 환골탈태를 이끄는 '혁신 끝판왕'으로 등장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현대자동차그룹과 그룹 주력인 현대자동차 경영 전면에 나선 정 수석부회장은 할아버지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에 이어 아버지 정몽구 회장이 일궈낸 회사 기틀에 자신의 색깔을 입히기 시작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기업 문화를 쇄신하는가 하면 자동차 라인업(차종)도 기존 대중적인 모델에서 벗어나 고급 모델과 친환경 차량으로 확대했다.

이와 함께 그는 회사내 '순혈주의'를 탈피해 외부 인사를 대거 영입했다. 아울러 그룹이 다국적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직제 개편을 실시하고 연구개발(R&D)도 대폭 강화했다. 또한 그동안 관심을 두지 않았던 해외 비주력 시장 개척에 나서는 등 할아버지와 아버지와는 다른 경영스타일을 펼치고 있다. 그는 최근 현대차그룹을 자동차 제조 업체가 아닌 서비스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고 천명해 눈길을 끌었다.

정 수석부회장은 한 마디로 그룹 탈바꿈을 이끌고 있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 기존 판도를 바꾸는 사람이나 기업)'인 셈이다. 그의 행보가 세계 자동차 업계에 회자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 수석부회장, 지난해 40조 원 투자 밝혀...2025년까지 전기차 16종 선보인다

우선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하반기 40조 원대 투자 계획을 발표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40조 원은 미래 전략차인 수소연료전지차와 전기자동차 등 신규 차종을 늘리고 공유경제 확산 분위기에 발맞춰 현대차 그룹을 서비스 기업으로 바꾸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2025년까지 전기차 라인업을 16종으로 늘리고 중국에는 올해 말까지 전기차 2종류를 투입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정 수석부회장은 올해 상반기 동유럽 크로아티아 고성능 전기차 개발업체 '리막(Rimac)'과 투자협정을 체결했다. 지난달 초에는 자율주행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미국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업체 ‘앱티브’와 48조원에 달하는 투자 협약을 체결해 2022년까지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기로 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 수석부회장의 '외부 수혈'도 속도를 내고 있다. 첫 외부 수혈은 정 수석부회장이 기아차 사장이던 2000년대 중반 영입한 독일 폭스바겐 출신 피터 슈라이어(66) 기아차 최고디자인 책임자(사장)다. 이후 피터 슈라이어 사장은 '디자인 혁신 경영'을 선언하고 'K시리즈', 신형 '스포티지'와 '쏘렌토'의 대박을 터뜨렸다.

정 수석부회장의 외부 수혈은 현대차에서도 이어졌다. 그는 고성능 차량을 개발하기 위해 독일 BMW 출신 알버트 비어만(62) 연구개발본부 사장을, 영국 자동차업체 벤틀리 출신 디자이너 루크 동커볼케(54) 디자인최고책임자(사장)와 볼케(54) 디자인최고책임자(사장)와 벤틀리 출신 디자이너 이상엽(50) 전무 등을 현대차로 영입했다.

이외에도 정 수석부회장은 해외 법인 총괄에 외국 상황에 정통한 현지 인사를 앉히는 등 기존 순혈주의를 과감히 탈피했다.

◇현대차 '직급 파괴'...부장· 과장 계급장 떼고 '책임매니저'로 통합

정 수석부회장은 회사내 직급을 파괴해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에 따라 그는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으로 이어지는 직책을 과감히 손질하고 매니저와 책임매니저로 통일했다. 현대차그룹이 세계 1위 완성차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수직적 사고보다는 수평적인 사고와 조직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같은 정 수석부회장의 신념은 직원 복장 자율로 이어졌으며 ‘타운홀 미팅’으로 구체화 됐다. ‘타운홀 미팅’은 정 수석부회장과 임직원들이 격식 없이 즉석에서 질문하고 답을 하는 자리다.

정 수석부회장이 소탈한 모습으로 ‘타운홀 미팅’에 참석해  그룹 미래를 제시하고 임직원 애로와 건의를 수렴하고 있다.   사진=현대차이미지 확대보기
정 수석부회장이 소탈한 모습으로 ‘타운홀 미팅’에 참석해 그룹 미래를 제시하고 임직원 애로와 건의를 수렴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3월과 5월, 10월 모두 세차례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정 수석부회장은 소탈한 모습으로 그룹 미래를 제시하고 임직원들로부터 각종 애로와 건의사항을 들었다.

이 같은 정 수석부회장의 모습은 고 정 명예회장이 직원과 가진 야유회에서 씨름을 하는 등 허물없이 임직원을 대하는 DNA(유전자)를 고스란히 물려 받았는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는 고 정 명예회장이 생전 ‘밥상머리 교육’에서 자식과 손자들에게 ‘건강’과 ‘긍정적인 생각’ 등 자신의 신념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해외 시장 개척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고 정 명예회장이 1976년 소형차 '포니' 5대를 에콰도르에 수출한 후 현대차를 2004년 세계 5위 완성차 기업으로 육성한 정몽구 회장을 계승하기 위한 포석이다.

이를 위해 정 수석부회장은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개척한 미국, 중국, 유럽 등 주력시장 외에 인도와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비주력 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 가운데 일본 업체가 선점한 동남아시아 자동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동남아 핵심국가인 인도네시아에 생산공장을 건립한다.

정 수석부회장은 차량 고급화도 추진한다.

2015년 자신이 선보인 고급브랜드 ‘제네시스’을 앞세워 미국을 비롯해 유럽 고객을 상대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지난해 하반기 선보인 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와 제네시스를 미국 시장에 선보여 호평을 얻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올해 1∼7월 미국에서 40만2641대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기간(38만6800대)보다 판매가 4.1% 늘었다.

차량 고급화는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국내 10대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영업이익과 반기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비해 각각 30% 늘어나는 기염을 토했다.

현대차는 또 올해 3분기 영업이익과 반기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각각 30%와 50% 이상 늘어났다. 부가가치가 높은 제네시스 등 고급 차량 판매가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정 수석부회장 "현대차 이제는 서비스기업...플라잉카-로보틱스가 50% 차지"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를 서비스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공유경제가 전 세계에 확산되면서 앞으로 차량 판매만으로는 회사가 지속적인 성장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 수석부회장이 타운홀 미팅에서 임직원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현대차이미지 확대보기
정 수석부회장이 타운홀 미팅에서 임직원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현대차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이 계속 자동차를 만드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미래에는 자동차가 50%, PAV(플라잉카 등 개인용 비행체)가 30%, 로보틱스가 20%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그 안에서 서비스를 주로 하는 회사로 탈바꿈할 것”이라며 “지금은 빙산의 일각이지만 앞으로 혁신이 더 많아질 것이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라 우리가 더 잘 할 수 있는 방법, 능력을 200~300% 발휘하도록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정의선 수석부회장 체제에서 현대차그룹이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과 함께 첨단기술-서비스 발전 등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며 “현재 산업에서 융합은 기본이다. 현대차그룹이 영속을 하기 위해서는 변화와 함께 이종 산업과 합종연횡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수남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er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