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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먹을 것 도둑질하는 고달픈 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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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먹을 것 도둑질하는 고달픈 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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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에 불우한 이웃을 돕자는 캠페인이 올해도 한창이다. 정부는 ‘설 민생안정대책’을 연례행사처럼 내놓고 있다.

그러나 민생은 고달프다. 심지어는 1인당 소득 3만 달러라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먹을 것을 도둑질하는 ‘사건’까지 잇따르고 있다.

연말인 지난달 27일 대구에서는 60대 노숙자가 횟집 수조에서 오징어 한 마리를 훔쳐 달아났다가 붙들리고 있었다.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서 도둑질을 했다고 털어놓고 있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5일에는 대구의 한 아파트에서 80대 노부부가 이웃집에 배달된 10㎏짜리 쌀 두 포대를 슬쩍하고 있었다. 경찰은 할머니를 훈방하고 할아버지를 즉결심판에 넘겼다고 했다.

지난달 20일, 광주에서는 ‘상습적’으로 편의점에서 식품을 훔친 40대가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었다. 일용직 노동자인 이 40대는 허리가 불편해 일자리를 얻지 못하게 되자 훔친 식료품으로 허기를 달래고 있었다.
지난달 10일, 인천의 마트에서 사과 6알과 우유 2팩을 훔친 30대는 임대아파트에서 홀어머니와 두 아들을 데리고 어렵게 사는 기초생활수급자였다. 오죽했으면 경찰관이 도둑질을 한 30대와 그의 아들에게 ‘따뜻한 국밥’을 사주고 있었다.

더 이전인 작년 10월에는 열흘을 꼬박 굶은 30대가 새벽에 광주의 마트 출입문을 부수고 들어가 빵 20여 개, 냉동 피자 2판, 짜장 컵라면 5개 등을 훔치고 있었다. 경찰서로 끌려온 30대는 목이 메어서 “배고파서 그랬다”는 말밖에 하지 못하고 있었다.

새해 첫날인 지난 1일에는 서울지하철 1호선 창동역에서 70대 남성이 선로에 투신하고 있었다. 병원에서 의식은 찾았다는 소식이었다. 먹고살기 편한데 뛰어내렸을 까닭은 없을 듯했다.

또 연초인 지난 5일에는 경기도 용인의 다세대주택에서 70대 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50대 남성이 집에서 부패된 시신으로 발견되고 있었다. 시신이 부패됐을 정도인데도, 어머니는 치매 증상 때문에 아들이 숨졌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고 했다.

지난 17일 새벽에는 대구의 편의점에서 20대가 직원을 흉기로 위협, 돈을 빼앗아 달아났다가 경찰에 체포되고 있었다. 생활비 때문에 빼앗았다는 돈이 달랑 9만 원이었다.

광주에서는 지난 8일 새벽 30대가 편의점에서 현금 39만 원 때문에 강도짓을 하고 있었다. 월 35만 원인 방세를 낼 수 없어서 강도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었다.

시민단체 ‘생명존중시민회의’가 경찰청 통계연보의 원인별 자살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8년 경제·생활문제로 인한 자살자 수가 자그마치 3390명에 달하고 있었다. 전년의 3111명보다 9%가 늘어났다고 했다.

이 단체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원인이 ‘미상’인 경우도 842명으로 전년보다 79.1%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그 ‘미상’에는 경제·생활 문제가 더 포함되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었다. 실제로, 가족 전체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현실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