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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T 2026_인터뷰上] 허준녕 교수, 의료AI의 답은 현장에…“환자가 쓸 수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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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T 2026_인터뷰上] 허준녕 교수, 의료AI의 답은 현장에…“환자가 쓸 수 있어야”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고령층 앱 사용 직접 확인…환자 눈높이에 맞춰 화면 개선
임상 경험 바탕 연구서 제품화까지…“사업도 의료현장 문제에서 출발”
의료현장에서 발견한 문제가 실제 기술과 제품으로 구현되고 다시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연구개발과 임상 검증, 실제 사용, 제품화, 시장 진입 등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한다. ‘MEeT 2026’은 의료진과 연구자, 기업이 만나 의료기술 사업화 경험과 과제를 공유하는 자리다. 글로벌이코노믹은 행사에 참여한 허준녕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와 김광준 에이아이트릭스 대표를 만나 의료현장의 아이디어를 실제로 쓰이는 기술로 만드는 과정과 이를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확장하는 과정을 상·하편으로 짚어봤다. [편집자주]

허준녕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가 지난 1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MEeT 2026’ 행사장에서 글로벌이코노믹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한림대의료원이미지 확대보기
허준녕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가 지난 1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MEeT 2026’ 행사장에서 글로벌이코노믹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한림대의료원

의료 인공지능(AI)은 높은 성능을 구현하는 것만으로 실제 의료현장에 안착하기 어렵다. 환자와 의료진이 기술을 실제로 이용할 수 있어야 연구 성과도 현장에서 가치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뇌졸중 AI 연구와 코로나19 예측 설루션 개발을 경험한 허준녕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는 연구 결과를 실제 활용 단계로 옮기기 위해서는 환자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의료기술 사업화 콘퍼런스 'MEeT 2026'에서 글로벌이코노믹과 만나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사용자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면 실제 사용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령층은 새로운 디지털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개발자가 예상한 사용 방식과 실제 환자의 행동에도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이 같은 차이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현장에서 직접 확인했다. 허 교수 연구진은 일주일에 한 번씩 격리시설을 찾아 고령 환자들이 앱을 사용하는 모습을 살폈다. 사용자가 의도한 버튼과 다른 곳을 누르거나 스크롤 기능이 없는 화면을 반복해서 움직이려는 모습도 관찰했다. 연구진은 실제 사용 과정에서 나타난 불편을 토대로 화면 구성을 수정했다. 코로나19 대응이 시급했던 만큼 환자들의 사용 모습을 자주 확인하고 앱 업데이트도 지속했다. 이 경험은 기술의 성능뿐만 아니라 실제 사용 환경에서 환자가 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확인하는 과정도 중요하다는 판단으로 이어졌다.

이 같은 현장 경험은 허 교수가 의료현장의 문제를 바라보는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어린 시절부터 소프트웨어 개발을 해온 허 교수는 임상현장의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에도 익숙하다. 그는 개발을 이해하면 문제를 접했을 때 이를 어떤 기술로 풀 수 있을지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사람이 어떤 문제를 마주했을 때 ‘앱으로 해결할 수 있겠다’고 떠올리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기술을 실제로 사용하는 문제 뿐 아니라 의료AI를 개발할 때는 의료 데이터가 가진 특성도 고려해야 된다. 의사마다 같은 사안을 두고 판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허 교수는 자신이 참여한 연구에서 뇌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의 병변 부위를 신경과 의사 5명이 각각 표시했을 때 결과가 서로 달랐던 사례를 소개했다. 각 의사의 판단을 반영한 뒤 투표 방식으로 결과를 종합했다. 의료에서는 하나의 정답을 단순하게 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이처럼 의료AI를 연구하고 실제 현장에 적용한 경험을 바탕으로 활동 영역을 제품 개발까지 넓히고 있다. 최근에는 웨어러블 경두개초음파(TCD) 기반 뇌혈류 측정기 ‘세레밴드’와 AI 기반 뇌건강 분석 설루션 ‘브레인체크’를 개발하는 SHMD의 공동창업자로 제품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연구에서 확인한 가능성을 실제 환자가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구현하는 단계까지 직접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허 교수가 중요하게 보는 출발점은 다시 임상현장이다. 그는 임상 경험이 새로운 기술이나 사업으로 이어질 문제를 발견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된다고 봤다. 군의관 복무를 마친 뒤 다시 신경과 임상현장으로 돌아오면서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문제들이 눈에 들어온 경험도 있었다. 그는 임상을 놓으면 의료현장의 문제를 발견할 수 있는 자신의 강점도 약해질 수 있다며 “결국 사업이라는 것도 문제 제기에서 시작한다”고 말했다.

의사 창업도 이러한 문제를 더 많은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바라봤다. 환자 한 명을 직접 치료하는 데서 나아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품이나 사업으로 구현하면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연구를 하다 보면 연구만으로 구현하기 어렵고 사업을 통해 풀어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젊은 의사들이 창업이나 사업화에 관심을 가지면 의학을 공부하고 환자를 보는 과정에서도 새로운 문제와 기회를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황소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wangsw715@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