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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에리 북유럽80일 (26)] 밤8시30분에 출발하는 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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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에리 북유럽80일 (26)] 밤8시30분에 출발하는 마라톤

6월30일~7월1일, 백야 마라톤


6월30일, 트롬쇠 백야마라톤(미드나이트선 마라톤) 대회가 열리는 날이다.

오전 10시15분 시청에서부터 가볍게 조깅하며 스카벤(Skarven)이라는 퍼브에 가서 무료 아침을 먹고, 오후 4시에는 아이들을 위한 길거리 퍼포먼스를 벌인다. 오후 5시 ‘어린이 달리기’, 오후 6시 ‘미니마라톤’, 오후 7시 ‘아디다스 10㎞ 달리기’ 순으로 진행된다. 오후 8시30분 이 대회의 하이라이트인 마라톤이 시작된다. 세계 최북단에서 이뤄지는 마라톤 대회에서 자정의 태양을 즐기며 달리는게 이 대회의 묘미다. 오후 10시30분엔 하프마라톤이 출발한다.

노르웨이 깃발을 들고 아침식사를 하러 뛰어가는 일군의 주자들을 구경하고, 본행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트롬쇠대학 쪽에 다녀오기로 했다. 근처에는 이 대학에서 운영하는 세계최북단의 식물원이 있다. 극지고산식물(artic-alpine plant) 식물원인지라 열대식물원과 같은 화려함은 기대할 수 없어도 소박한 맛이 있다. 북극권이지만 멕시코난류의 영향으로 온화해 추위를 딛고 피어나는 것들이 많다. 역시 보기 나름이다.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들의 학명 하나하나를 비교해가며 보는 재미에 며칠몇날을 보내도 될 것이다.

이 식물원 안에는 한시네 한센스의 집(Hansine Hansens Hus)이라는 자그마한 목조가옥이 있는데 커피와 케이크, 와플 등을 판다. 젊은 노르웨이인 남자와 흑인여성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아무래도 트롬쇠대학이 운영하는 곳이라 커피 한컵에 15크로네(약 3000원) 정도로 다른 곳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 아프리카에서 유학와 이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를 마쳤다는 이 흑인여성은 작은 초상화 속 한시네 한센스라는 여인이 기부한 땅에 이 식물원이 세워졌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서 그녀의 집을 이곳으로 옮겨왔다고 얘기해준다. 이곳 식물원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가 꽤 괜찮다.

트롬쇠대학 캠퍼스로 이동했는데, 방학기간이고 토요일이라 모두다 문을 닫았다. 어쩌다 지나는 사람 한두명과 관광버스 한 대 보고, 정말 유령도시처럼 고요하다. 오후 1시쯤 대학 내 북노르웨이 과학센터를 찾아들어가니 거기만 문을 열었는데, 나 굶어 죽게 생겼는데 문 연 식당 없느냐니 자기네는 커피머신밖에 없단다. 자세히 뒤져보니 머핀 조그만거 파는게 있다. 20크로네(약 4000원) 싸구려 오렌지맛 주스 15크로네(약 3000원)와 함께, 눈튀어나오게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먹었다.

마침 표팔던 학생같은 젊은 남자가 안내방송을 하는데 10분내로 오로라 상영이 있으니 보라는 내용이다. 근데 그가 포스플로어(4층)라고 발음하는 걸 퍼스트플로어(1층)라고 하는 것으로 잘못 들은 것이다. 남들 가는데로 따라가면 되겠지 하고 머핀 먹고 있는데, 부모 따라온 어린아이들은 열심히 각종 과학기구 샘플과 장치들을 가지고 즐겁게 놀고 있을 뿐이다.

한참 귀여운 애들 노는 것 보다가 상영시간을 놓쳤다. 젊은 남자가 오로라 상영 또 하니까 보고 가라는 걸 백야마라톤 취재를 다시 하기 위해 버스를 타러 나섰다. 마침 늙은 노부부가 정류서에 있다가 나에게 일본에서 왔느냐고 묻는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반색을 하며 한국에서 8년 동안 살았다고 하는 것이다.

시내로 가는 20번 직행버스 대신 30여분 돌아간다는 34번 버스가 왔는데 그들과 더 얘기를 나누고 싶어 그들을 따라 그 버스를 탔다. 노신사는 1999년부터 2006년까지 거제도에 있는 삼성조선소(삼성중공업)와 대우조선해양(DSME), 울산의 현대중공업 등지에서 모두 일했다고 한다. 내가 한국에서 일한 노르웨이인 얘기는 첨 듣는다고 하니 꽤 많은 숫자가 일한다며 별로 놀라운 일도 아니라고 한다. 바이킹의 후예인 노르웨이인들의 배 만드는 실력은 알아준다고 들었다니까 그도 한국의 조선 실력은 세계 최고라고 추어 세운다. 나중에 교포에게 들었는데 부산일대에 조선업 관련해서 와있는 노르웨이인들이 300여명쯤 되고, 그들끼리의 행사도 벌이곤 한단다. 그곳에서 노르웨이인을 만나 이 나라에 온 한국여인들도 꽤 된단다.

부인도 “우리 그이는 한국 음식을 참 좋아한다”며 “한국은 70%가 산이라서 인구밀도가 높아 아파트가 많지 않느냐. 우리도 정말 좋은 아파트에서 살았다”고 거든다. 오슬로에 있는 한국음식점에 가봤느냐고 하지만, 가보진 않았다며 한국 다음에 중국에서 거주했는데 이곳 한국음식은 한국에서 먹는 것과 맛이 다르고 오히려 중국음식 같다고 품평한다. 담백하지 않고 느끼하다는 뜻인 것 같은데 입맛이 예민한 여인이다.

이들은 은퇴후 노르웨이 여기저기를 여행하고 있는데, 신사의 고향인 루프튼 인근 섬에 들렀다가 루프튼으로도 관광을 갈 것이라고 한다. 자기네도 차가 있지만 이렇게 버스를 타고 구경하는 것이 더 좋다며, 일부러 돌아가는 버스를 타면서 이 작은 도시를 다 둘러보는 것도 재밌지 않느냐고 해서 나도 훨씬 가격도 싸니 관광버스보다 낫지 않느냐고 동의했다.

내가 오로라 상영을 놓쳤지만 이미 노르카프홀 등지에서 봤다며 아쉬움을 달래니, 이 신사는 “이건 누워서 감상하는건데 차원이 다르다”며 “내일이라도 꼭 와서 보라”고 추천한다. 내일 이곳에 올 시간이 없을 것 같고, 영어를 잘 못 알아들은 것 때문에 속이 쓰리다. 다음 기회를 기약할 수 있을까. 그래도 어찌저찌해서 더 이야깃거리가 되는 사람을 우연히라도 만났으니 취재상으로는 더 성공적이다.

나중에 영어 팸플릿을 자세히 읽어보니 디지털플래타리움에서 하는 360도필름 ‘익스피리언스 오로라’가 가장 최근 도입한 쇼로 오로라를 감상하는 스펙태큘러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자랑해놨다. 아 억울해. 오후 1시15분과 3시15분에 ‘익스피리언스 오로라’, 2시15분에 ‘태양의 심장’ 상영이 있다. 트롬쇠에 오게되는 이들에게는 꼭 놓치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꼴지에게 보내느 갈채 “헤이야, 헤이야”

오후 4시부터는 어린이들을 위해 쿨라(Kulta) 소속 지역 예술가들이 길거리 공연을 펼치고 페이스페인팅을 해주는 행사가 열렸다. 언제나 ‘취재시간 강박’이 있는 나는 오후 4시에 있는걸 오후 3시부터 와서 대기하며 어디서 행사를 하느냐며 찾아 헤맸다. 가만 따져보니 시간을 착각하고 미리 와서 설친거다. 백야마라톤 주최측에서도 나의 취재 열정에 감동했는지까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엄청난 배려심을 보이며 협조적이 됐다.

이 나라 어디를 가든 참 어린이들의 천국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공간들이 배치돼있지만,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흡족하다. 행복한 어린이가 결국 행복한 어른이 되는 거 아닌지.

어린아이들은 가장무도회라도 하듯 온갖 분장들을 하고 나왔는데 천사드레스, 후크선장 복장부터 동물분장은 기본, 말괄량이 삐삐 분장을 한 어린 여자아이가 가장 눈에 띈다. 이 어린이는 하얀 동물탈을 뒤집어쓴 캐릭터들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 곁을 떠날 줄을 모르고 매달리곤 한다.

오후 5시에 시작되는 ‘어린이 달리기’는 0세부터 10세까지의 어린이들 500여명이 달리는 행사다. 보호자들과 함께 뛰게 되는데 아직 제대로 걷지 못하는 아이들은 당연히 유모차에 실려 간다. 참가자 전원에게 메달을 주는, 그냥 참가하는데 의의가 있고 모두가 즐기는 한바탕 축제다. 유모차를 각각 끄는 어머니 하나가 데리고 나온 꼬마는 당최 앞으로 나갈 줄을 모른다. 길가에 큰 개가 있으면 거기에 관심을 보이고 가서 한번 만져보고 그러느라 가장 ‘꼬라비’로 처졌지만 아무도 그애를 재촉하지 않고 하는대로 둔다. 금발의 그 토들러가 어찌나 귀여운지, 완주는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여기서 노르웨이인들의 흥겨운 구호가 나온다. “헤이야, 헤이야.”

이들은 꼴찌에게 가장 큰 응원을 보낸다. ‘아디다스 10㎞ 달리기’에는 지체부자유자 한명이 다른이 도움없이 도전에 나섰는데 그가 가장 뒤에 처지며 비틀거리며 가니 길가에 있던 이들이 다같이 “헤이야, 헤이야”를 외치기 시작한다. 우리식으로 “영차, 영차” 같은 거다. 심지어 다른 사람이 밀어주는 신형 휠체어를 탄 중증 장애인도 보인다. 이런 데서 더 큰 대회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듯싶다. 정말 이래서들 달리는 거구나 싶을 정도로 흥겨운 한바탕 축제다.

기온이 15도까지 올라간다고 했으니 점점 따뜻해지기는 하는데 날이 흐려진다. 결국엔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하고 나도 그 비를 맞으며 사진을 찍으러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이 북단서 한국인 2명을 만나다

‘핏줄이 당긴다’는 얘기는 이렇게도 확장해 쓸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인을 보니, 그저 확 한국인 것을 알겠고 이유불문 반갑다. ‘한민족’은 ‘한’ 민족이라고 하지만 이국땅에서 정말 혈육이라도 만난 것 같다.
한국인 참가자를 눈여겨 찾아다니고 있었는데 한 여자에게 영어로 “실례지만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물어봐도 되느냐”고 하니 “코리아 리퍼블릭”이라는 대답이 딱 나온다. 트롬쇠대학병원 간호사로 근무하며 보건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김정임씨다. 마라톤 풀코스에 첫 도전하는 김씨는 “완주가 목적”이라며 가볍게 준비운동에 뛰어든다. 오후 8시30분 시작하는 본 대회에 앞서 여성 댄서 3명이 무대에 올라 댄스뮤직과 함께 춤을 추면, 다들 이를 따라하며 몸을 푸는데 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대단히 흥겹다.

또한명의 한국인 참가자인 손민정씨도 금세 찾을 수 있었다. 누군가를 찾아 빠르게 움직이는 그녀를 역시나 딱 알아볼 수 있었다. 트롬쇠대 언어학과 강사인 손씨는 지난해 하프마라톤 참가신청을 했다가 부상을 당해 올해로 출연자격이 밀렸는데, 올해는 임신을 하는 바람에 또 출전을 못하게 됐다고. 김씨를 응원하러 나온 것이다.

2006년 미국 델라웨어에서 언어학 박사과정을 마치고 포스트닥 코스를 밟으러 이곳에 온 손씨는 우연찮게 이곳에 사는 현지인을 만나서 여기 정착하게 됐다고 한다. 이들의 연락처를 확보하고 나도 계속 취재를 다녔다.

다행히 날이 점차 개면서 완전히 화창하지는 않지만 우승자가 결승선에 들어올 무렵에는 미드나이트선을 볼 수 있었으니 대회는 이것만으로도 성공적이다.

남자 1위는 토마스 베레케트(Tomas Bereket) 선수가 2시간29분37초를 기록하며 차지했다. 노르웨이 국적으로 라르빅 턴이라는 팀 소속이나 아프리카 이민자인지 작은 체구의 흑인이다. Marthe Karine Myhre라는 노르웨이인 선수가 2시간45분13초의 기록으로 여자 1위를 차지했다. 노르웨이 전통의상을 입은 여성이 가서 화환을 걸어준다. 호텔 앞에서도 결혼식을 맞아 전통복장을 입은 젊은 현지 여성들을 만났는데, 이런 행사때마다 여전히 전통복을 입나보다. 건각들의 큰 축제인 마라톤대회가 준 뿌듯한 감동과 함께 나에겐 해가 지지 않는 이 하루가 정말 길었다.

취재 중간 잠시 사진도 정리할 겸 호텔에 쉬러왔는데, 웬 군복차림에 잔뜩 침낭같은 것을 이고있는 군인 3명이 엘리베이터 앞에 서있다. 웬 군인들인가 해서 자세히 보니 ‘US 에어포시스 인 유럽‘이라는 명찰을 달고 있다. 그쪽도 나를 한참 탐색하더니 “쉬 이스 어 코리안(저 여자 한국인이야)” 한다. 내가 걸고다니는 스마트폰 목줄에 함께 매달려있는 태극기 화면닦개를 본 것이다. 영화 ’국가대표‘ 홍보차 뿌린 것을 같이 걸고 다니고 있다. 영어 너네만 쓸 줄 아냐, 다 알아들었다.

백야마라톤 마지막 날이라 빈방이 드문드문 있는지 버튼을 누른 것을 보니 5, 6, 7층에 각각 방이 배정됐나 보다. 한 녀석의 방이 543호인 내방 옆이다. 엘리베이터에 남아있던 두 녀석이 환호를 지르고 아주 난리가 났다. 그래 니들 덕분에 누님이 회춘하는 느낌이 드는구나야. 북유럽인들은 힐끗 나를 쳐다보다가도 내가 확 쳐다보면 눈길을 돌려버리고, 다른 유럽 관광객들은 주로 “헬로”하고 미소를 지어주고 끝이다. 점잖은 유럽인들만 보다가 아주 발랄한 양키들을 만나니 나름 신선하구나. 하지만 ‘세계평화’를 지키러 유럽에도 아직 주둔하고 있는지는 까먹고 있었는데, 별로다야.

“양키놈 문화가 이 말터, 이 글터를 할퀴고간 상처에 알파벳만 판을 쳐. 민족의 자존의 갈갈이 찢겨져있다…”라는 대학시절 운동가를 개사한 ‘과가’가 자꾸 생각나 흥얼거리다가 잠이 들었다.

◇예정에 없던 동포의 초대, 뻔뻔한 방문

김정임씨가 들어오는 것을 확인 못하고 지쳐서 호텔에 들어가 잤는데, 다음날인 7월1일 아침 시청앞에 가서 붙어있는 정보를 확인하니 4시간39분46초로 완주에 성공했다. 30~39세 여자 참가자들중 26위에 해당하는 성적.

오후 1시 백야마라톤 시상식까지는 시간이 있어서, 바로 길건너편에 있는 수선집을 직접 자리에서 일어나 나와서 가르쳐주던 상냥한 금발여인이 생각나서 페스펙티베트 박물관에 갔다. 월요일에만 문을 닫고 일요일에도 오전 11시~오후 5시 문을 연다고 여기서 이틀전 가져간 안내문에도 나와있는 개장시간에 갔더니 문이 잠겨있다. 소도시다운 한가함이라고 해야하나, 좀 황당하다. 시상식장은 리카 이하브스호텔(Rica Ishavshotel)

김정임씨가 고맙게도 약속을 조정하고 나를 만나러 와줬다. 이렇게 만났는데 차 한잔이라도 하고 가야되지 않겠느냐며. 미안스럽다. 언제 본 적도 있는 것도 아니고, 온다고 알리고 온 것도 아닌데 이렇게들 대접을 해주니. 오랜만에 한국어로 떠들게 된 것도 흥이 나고 동포를 만난김에 그동안 설움당한 것을 떠들어대니 간호사다운 살가운 천성으로 “그랬어요, 그랬어요” 하고 맞장구를 쳐준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엄청 창피하다.

태워다주겠다고 해서 아예 손민정씨 집으로 향했다. 시내에서 트롬쇠공항으로 뚫린 터널을 지나 다리를 건너가면 있는 주거지역까지 가야한다. 덕분에 궁금했던 트롬쇠 산밑의 굴을 구경할 수 있었다. 겨울에 눈이 많이 와 교통마비를 대비해 만들었다는 이 어마어마한 터널은 안에 교차로까지 있어서 트롬쇠 지역 여기저기로 연결된다. 한 방향 외굴만 보다가 이런 다방향 굴을 보니 이것도 신기하다. 결국은 필요가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인지.

이렇게 73년 소띠 동갑내기 세 여자들이 먼 이국땅에서 한 자리에 모였다. 트롬쇠대학을 거점으로 파악된 한국인 교포는 6명 정도. 한명은 노르웨이인과 재혼한 어머니를 따라와 노르웨이 국적을 가지고 있단다. 이렇게 한국인이 드무니, 길가다가 한국말이 들리길래 만난 학회 참가자들까지 집으로 불러 대접을 할 정도로 동포가 반갑단다.

2004년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간호사를 대거 모집해 노르웨이에 취업을 보낸 적이 있는데, 그 프로그램을 통해 이곳에 정착한 이들이 꽤 있단다. 트롬쇠박물관에서 만난 일본인에게 들었던 사미인과 결혼한 한국여인에 대한 얘기도 여기서 확인할 수 있었다. 선교차 왔다가 사미인을 만나 정착했는데 2세들이 한국인과 거의 흡사해, 사미족이 아시안계 선조를 가졌음을 새삼 깨닫게해준다는 얘기도 들었다.

진작 알았더라면 좀 더 대접을 해줬을 거라고 연신 아쉬워하는데 그 마음씀이 고맙다. 참 여기까지 와서 같은 한민족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는다. 밥 얻어먹는건 기본이다. 커피도 두잔먹고 과일까지 배터지게 얻어먹고 나왔다. 임신해서 먹지 못한다는 커피믹스까지 받아 뻔뻔히 싸들고 나왔다. 앞으로 남은 여정이 조금은 든든해졌다.

대중문화평론가 EriKim0214@gmail.com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