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레빗으로 빗는 하루(2092)]

위는 조선 말기 나라를 팔아먹는데 앞장섰던 을사오적의 하나인 이근택(李根澤, 1865∼1919)의 여종이 이근택을 크게 꾸짖은 말입니다. 이 여종은 을사늑약에 끝까지 반대하다 파면되었던 한규설의 종이었는데 한규설의 딸이 이근택의 아들과 혼인할 때 따라간 교전비(轎前婢)였지요.
그런데 이근택이 을사늑약이 체결된 뒤 땀을 뻘뻘 흘리며 돌아와 을사늑약 체결과정을 이야기하며 “나는 다행히 죽음을 모면했다.”라며 자랑스럽게 말하자 부엌에 있던 여종이 이 말을 듣고 식칼을 들고 나와 호통을 쳤던 것이지요. 이런 내용은 조선 말기 황현(黃玹)이 1864년(고종 1)부터 1910년까지 47년 동안을 기록한 책 ≪매천야록(梅泉野錄)≫에 나옵니다. 나라를 팔아먹는데 앞장섰던 상전을 꾸짖을 수 있는 기개를 이 시대의 우리도 닮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