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밭을 일굴 사람들(55)]박주영(춤연기자, 안무가)
공연스케줄 조정·현장 점검 등 '기획의 귀재'
장애인 위한 무용교육과 공연으로 아픔 치유
재즈와 라이브음악에 棒 접목 新스타일 무용
실험적이고 파격적 창작안무에 '또다른 도전'

전통의 가치와 변주의 긴장, 너른 들판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미덕,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 반복되는 일상에 대한 강박감을 곁에 두고 그녀는 늘 자신의 화두인 창작무를 생각한다. 스프링보드에서 내려다 본 춤 세상은 너무도 아득하고 넓지만 그녀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플라타너스의 너른 잎으로 더위를 감쌀 것 같은 그녀는 기획의 귀재답게 실핏줄처럼 쳐져있는 공연 스케줄을 기획하고, 현장을 점검하는 천재적 안목을 소지하고 있다. 선 굵은 묵직한 마음, 그녀만이 받은 재능으로 능수능란하게 일을 처리해내는 능력을 사람들은 존중한다.
뭐라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행복한 인생. 그녀는 자신과 일을 즐긴다. 너무 보살핌을 많이 받아 주저하게 되면 그녀는 침잠의 늪으로 빠져들 위험에 처한다. 그래서 주영은 장애인을 위한 무용교육과 공연을 기획하면서 그들의 아픈 비늘을 벗겨내면서 분주한 일상을 당연시 한다.
초등학교 시절, 그녀는 여러 행사에서 율동에 소질이 있어 학교대표로 재능을 선보이며 춤 눈을 틔어갔다. 피는 속일 수 없는 지 무용을 했던 모친 김계화 선생의 영향을 받아서 이때부터 조금씩 끼를 발동하게 되고, 초등 4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스승 윤덕경의 지도를 받게 된다.



큰 눈망울로 세상의 호기심을 채우던 그녀는 1996년 청주여상 장고춤 팀을 이끌고 일본 돗토리 현 청소년체전 개막오픈공연 안무를 맡게 된다. 자신감을 갖게 된 그녀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으로 새 밀레니엄의 시작에 독일 ‘빌레펠트와 하겐 국제 춤 프로젝트’를 수료한다.




과감한 도전, 혁명적 기운, 파격적 변신이라는 수사를 박주영은 우회한다. 소중히 다루어야할 여린 사람들의 상처를 보다듬어야 할 위치에 있고, 지금의 여유와 자신감, 평상심, 균형 감각이 그녀가 추구하는 세상을 위한 밀알이기 때문이다.
국립극장 달오름에서 공연된 그녀의 첫 안무작 『꼭두놀음』(2006)은 장애인과 소외계층을 다룬 작품이다. ‘꼭두’가 암시하듯 무용수들이 가면을 쓰고 추는 행위를 통해 타인의 조종에 의해 움직이는 현대인의 일그러진 모습을 풍자한다. 불합리한 사회구조 속에 외형적 장애보다 가슴에 응어리진 아픔과 타인에 의해 상처받는 동 시대 장애인들의 현주소를 대변한다.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 ‘평론가가 뽑은 제10회 젊은 안무가’ 선정작 『마중물』(2007)은 깊은 땅 속의 맑은 새물을 위로 끌어올리기 위해 마중 나가듯 먼저 준비해야 하는 물을 사랑에 비유한 작품이다. 전통 호흡법과 기본 춤사위로 전통과 품위를 견지한 창작무용으로 박주영의 춤을 대하는 자세와 춤이 성숙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극장 용에서 윤덕경무용단 창단 20주년을 맞이하여 인연과 사랑을 주제로 한 옴니버스식 작품의 하나로 안무한 『Again’』(2008)은 인연을 만나 사랑하며 또 헤어지고 다시 만남을 반복한다. 그리움을 간직한 연인의 심리를 역동적으로 다양하게 표현했으며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의 재즈음악과 라이브음악을 접목, 봉을 이용하여 무대를 확장한 신 스타일의 안무작이다.
이후 박주영은 스승 윤덕경의 춤의 사회 환원 취지에 동참, 장애인을 위한 무용을 다른 새로운 프로젝트로 발전시키게 되었다. 이전까지 전문 무용수가 장애인들을 위한 공연을 하였지만 2010년부터는 장애인을 직접 교육, 무대에 같이 오르는 작업을 하게 되었다.
이런 연구의 결과로 탄생한 작품이 『하얀 선인장』으로 장애인 위무공연 수준이었던 이전과 달리 무용 전문가 주축의 1시간 분량의 감동의 협동작품이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박주영은 그 안에서 무용교육과 휠체어무용을 맡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엄청난 성과를 이루어 내었다.
박주영, 작은 깃털처럼 부드럽게, 세상의 작은 평화를 위해 매일 하루하루를 열어가는 모습이 아름답다. ‘어울림의 미학’을 실천하는 그녀는 또 다른 전장의 나이팅게일이다. 과감한 추진력으로 물러서지 않고 자신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한다.
그녀가 지금까지 성취한 것들은 다음을 위한 준비 작업이었다. 창의력 발전소의 전력을 선한 사람들의 선한 곳에 써야할 다음 단계가 기다리고 있다. 그곳은 굳이 한국일 필요는 없다. 해외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으며, 새로운 캐릭터 창출과 노하우를 습득해야 한다.


박주영, 그녀도 스승들의 가르침을 기본으로 자기의 개성을 소지한 작품들을 창안하고 새로운 ‘춤 길’을 열어야 한다. 그녀의 춤바람이 우리가 접하지 못했던 미지의 춤이 되었으면 좋겠고, 적어도 그녀의 변주가 늘 유익한 진전이라는 평을 받기를 기원한다.
/장석용 문화비평가(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박주영 약력(춤연기자, 안무가)

서원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장애인무용교육 및 공연기획 담당
장애인문화예술진흥개발원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