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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무거운 짐 내려놓고(266)]제16장, 천하의 짐수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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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무거운 짐 내려놓고(266)]제16장, 천하의 짐수레

그리고 2층으로 올라가보니 아내가 여태 분기를 못 참아 얼굴을 시퍼렇게 붉히고 있었다.

“당신 벌써 잊었소? 복중 아이를 생각해야지! 너무 상심하지 말고 어서 화를 풀어요. 응?”
“저도 알아요. 그래서 마음을 진정시키려는데 잘 안 돼요. 문을 닫은 수련원을 당신이 예전보다 더 키워 놓았는데 어쩌면 그럴 수 있어요? 수련원을 당신이 좌지우지할까봐 그런 거잖아요. 나 참 기가 막혀서!”

“세상인심이 다 그런 걸 어쩌겠소. 어차피 잘 되었잖소? 홍익진리회 문제도 있고 하니 오히려 잘 되었소. 하루라도 일찍 손을 뗄 수 있어서 다행이오. 그나저나 절대로 성내지 않기로 나와 약속했잖소? 우리에게 아이만큼 중요한 것이 무엇이 있겠소? 제발 감정을 자제하고 이담에는 하늘이 무너져도 평상심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소.”

“미안해요. 저도 모르게 그만........앞으로는 꼭 명심할게요.”

최서영은 곧 후회했다.

어떻게 가진 아이인데, 그리고 남편이 얼마나 염려하고 당부했는데 위험스레 그토록 감정을 다스리지 못했을까! 어줍지도 않은 일인데 생각할수록 한심했다.

“아무래도 처남을 정이 깊었던 예전의 동생으로 생각해서는 안 될 것 같소. 오랜 감옥생활에서 자신을 정화시키기보다는 더 큰 야망을 불태웠음이 분명해요. 진작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예상했던 것 이상인 것 같소. 야망은 극도의 의심을 낳기 마련이고, 크나큰 야망은 부모형제도 돌아보지 않는 무서움이 있으니까!”
“아무리 그렇지만 철민이가 그렇게 변했을까요?”

“자고로 나라가 정의로우면 죄인도 저절로 감화돼 의로워지지만 나라가 불의하면 순박한 사람도 불의해지고 죄인은 불의에 더 광분하는 법, 현 시대가 이러니 한스러울 뿐이오. 하지만 불의가 가득하면 정의가 불의를 의지해 자생하는 법이라 나중에는 천도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오.”

한성민은 동문서답 비슷하게 말했다.

그러나 전에 보다 더 큰 욕망의 화신으로 변한 최철민이 심히 우려스러웠다. 감옥이란 곳이 잘못을 뉘우치고 의로운 사람으로 감화돼야 하는 공간이라 믿었었다. 그래서 그리되도록 그토록 많은 이야기를 편지로 써서 보내고 책을 들여보냈는데 마치 우리에 갇힌 범한테 착해라 하고 훈계한 것과 같아서 허망했다.

타고난 운명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

“知其雄守其雌爲天下(지기웅수기자위천하) 爲天下谿常德不離(위천하곡상덕불이)

(강한) 수컷을 알고 (부드러운) 암컷 (성정을) 지키면 천하를 위하고, 천하를 위하는 골짜기는 항상 덕을 아래로 흘려보낸다.”

하였으니!



강함을 암컷의 부드러움으로 지키면 만물을 길러주는 골짜기 물처럼 덕인(德人)이 될 텐데, 최철민은 그 강함을 강함으로 일관하니 그 화가 적지 않을 게 불을 보듯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