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 100g당 2140원, 전월비 31% 상승
[글로벌이코노믹= 정영선기자] 지난 26일 오후 7시 서울 신촌역에 위치한 삼겹살 전문점. 퇴근시간에 맞춰 모인 직장인과 가족들과 함께 외식을 나온 사람들 등으로 삼겹살 전문점은 발 디딜 틈 없었다.이날 손님으로 온 가정주부 윤모(48·신수동)씨는 “AI 파동 이후 줄곧 돼지고기로 반찬을 해 왔는데 최근 가격이 급상승해 부담이 되고 있다”며 “수입산 가격도 동반 상승해 반찬 준비에 고충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 삼겹살집 사장은 손님들이 많아 행복한 비명을 지를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사장 박모(40)씨는 “손님이 많이 찾아 매출은 많이 올라간 건 사실이지만 최근 들어 급등한 돼지고기 가격 탓에 남는 게 없어 죽을 지경”이라고 한숨만 내쉬었다.
이처럼 돼지고기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축산물 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5일 돼지고기 가격은 3977원(kg/박피)으로 지난해 같은 날 2430원 (kg/박피)보다 63% 급등했다.(※박피 : 가죽을 벗긴 고기를 말함)
이마트에서는 이날 국내산 삼겹살을 100g당 214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이는 지난 2월 1630원에 비해 31% 오른 가격이다.
롯데마트에서 판매되는 브랜드(웰빙) 삼겹살 100g도 3000원으로, 같은 무게에 2200원인 호주산 쇠고기 척아이롤 가격을 웃돌았다.
이 처럼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은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닭․오리 매출이 감소하면서 대체재로 돼지고기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다, 잦은 미세먼지와 황사, 따뜻한 날씨로 인해 돼지고기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수요증가 외에 공급이 줄어든 것도 돼지고기 상승의 한 요인이다. 돼지유행성설사병(PED)으로 인해 돼지공급이 줄어 도축장으로 유입되는 돼지 수 자체가 줄었다. PED의 경우 치사율이 90%에 육박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돈육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게다가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돼지유행성 설사병이 확산해 출하량이 줄고 있어 수입 냉동 삼겹살의 가격도 오르고 있다. 한국육류유통수출입협회에 따르면 유럽산 냉동 삼겹살의 경우 지난달까지 1kg에 3.9~4.4달러로 거래됐지만 이달 들어서는 4.1~4.5달러에 거래되며 평균 5% 정도 가격이 올랐다.
지난 1월 수입한 돼지고기는 1만 9000여t으로 지난해 12월보다 4000t이나 늘었지만, 시중에서는 품귀현상을 빚고 있어 업계에서는 도매업자끼리 사재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삼겹살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 역시 "독일산 삼겹살이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 상태가 장기화된다면 장사를 접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앞으로 본격적인 나들이철이 시작되면서 폭등하고 있는 삼겹살 가격에 서민들의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