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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상부로 질주하는 현대무용가, 장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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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상부로 질주하는 현대무용가, 장혜주

[무용리뷰] 장혜주 안무의 『지속적인, Continuo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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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주 안무의 『지속적인, Continuous』
장혜주(CHANG HYE JOO, Link Art Project 예술감독)의 독무 『지속적인』은 4~8개의 주제마디의 화성 정형을 설정하여 그 반복 가운데 악곡의 통일과 변화를 만들어내는 샤콘느 형식처럼, 설정된 동작구의 반복 가운데 움직임에 변화를 주는 형태의 춤이다. 샤콘느 형식에서 모티브를 얻었지만 샤콘느 형식은 아니고 변주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녀는 현학적이며 수학적 상징이나 기호 등을 제목으로 사용하기를 선호한다. 그녀의 『지속적인』의 내용은 긴 설명 보다는 형식의 변형을 가시화하기 위해 다소 난해하지만 다음과 같다. 「A - B - C – D, A - B' - C – D, A - B - C' - D, A' - B' - C' - D', A' - B - C' - D, A - B' - C – D', A - B' - C' - D, A' - B - C – D'」
「하나인 듯, 하나 아닌, 하나같은 바흐의 무반주 독주처럼, 원무의 율동성이 화폭에서 살아 숨 쉬는 마티스의 춤처럼, 나는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오선지 위의 음표가 되기도 하고, 선율을 타고 음표들을 재조합하는 오선의 바탕이 되기도 한다.」로 해석된다. 무대를 수평으로 가로지르며 오선지를 상징하는 다섯 개의 띠가 있고, 거울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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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주 안무의 『지속적인, Continuo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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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주 안무의 『지속적인, Continuous』
『지속적인』의 구성, 전반부: 조각난 퍼즐처럼 분절되거나 흩어져있는 것들을 찾아서 모으는 것, 중반부: 모아놓은 것들을 재조합 하는 것, 후반부: 어그러지거나 완전하지 못했던 것들을 곧고 바르게 정형화시킨다. 거울을 축으로 하여 사선으로 조명이 들어 서 있다. 전반부의 음악은 춤이 전개되면서 이어질 연주곡과 조화를 이루는 곡이 사용된다.

음악에 따른 움직임, 도입부에는 어정쩡하게 무릎도 채 펴지 못하고 걷거나 몸의 각 부분을 조화롭게 사용하지 못하다가 극이 진행됨에 따라서 같은 동작도 발전되어 점점 직립과 조화를 이루는 움직임들로 구성된다. 하얀 악보에 그려진 검은 오선과 음표들을 상징하며 흰색과 검은색이 주조를 이루며 검정 긴 원피스에 맨발, 포니테일의 머리가 분위기에 어울린다.

『지속적인』은 색채 조명을 배제하고, 동선과 무대미술(오선지&거울)을 고려하여 심플한 가운데 포인트를 주거나 거울을 이용하여 반사된 느낌을 준다. 그녀의 작품을 몇 가지 단어로 표현하면, 간결함(Simplicity), 흑백(Black & White), 선율(Rhythm), 조율(Balance), 해체-정형(Dismantlement-Fixed Type), 반복-변형-발전(Repetition-Variation-Evolutio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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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주 안무의 『지속적인, Continuo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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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주 안무의 『지속적인, Continuous』
중반부터 끝까지 사용된 음악은 ‘바흐 :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 라단조 – 5번. 샤콘느’이다. 바이올린 한 대로 여러 대의 효과를 내는 바흐의 바이올린 독주곡, 다른 작곡가들의 곡에 비해 바흐의 곡은 단조이지만 무겁게 우울하지 않으면서도 변주로 인해 드라마를 느끼게 한다. 현대적 몸짓으로 기억의 흔적을 찾아가는 작업은 과거와의 단절이 아니라 이어짐이다.

아름다운 시절, 흐린 기억의 추억은 어둠 속에 울림을 주다가 사라지는 선율 같다. 탐구, 포용, 이완이 지속되는 가운데 움직임의 향방은 좌우 중심을 오간다. 거울을 보면서 자신의 지난날들을 회상하고 현재의 모습을 바라본다. 모든 것을 추스르며 의자에 앉으면서 춤은 마무리된다. 그녀가 음유한 몸시는 ‘아니, 아니, 아니’의 부정의 항체가 아니고 긍정의 지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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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주 안무의 『지속적인, Continuous』
장혜주는 이화여대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성균관대 대학원 예술학협동과정 박사과정을 수료한 현대무용가이다. 그녀는 현재 경희대, 중앙대, 계원예고에 출강하고 있으며, 대표 안무작으로 『멱』, 『Double』, 『1:1.42』, 『1+1=1』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녀의 춤 운율은 약간은 낯선 변주를 위한 불안정이나 평이함 속에 고도의 상징과 묘사가 숨어있다.

장혜주, 현대무용의 빛나는 유망주, 그녀가 작은 극장에서 큰 몸짓으로 소화해낸 ‘사유의 춤’은 솜씨의 대단함을 보여준다. 떠오르는 안무가 장혜주의 철학적 상상이 잉태해낸 『지속적인』은 여러 장르의 예술을 아우르며 그녀가 춤 미학 연구의 잠재력을 보여준 작품이다. 그녀가 자신의 춤의 난해함과 천재성을 정제시켜 편안하게 관객과 소통하는 날을 기다려본다.

장석용 객원기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