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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학교, 최고의 아이들(49화)] 지금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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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학교, 최고의 아이들(49화)] 지금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한다

‘지금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한다.’

교무실 책상 모니터 상단, 어찌보면 교무실에서 가장 친한 친구다. 아주 친숙하다 못해 징헐 정도다. 그래도 나는 이 문구가 마음에 든다. 그렇다. 나는 가끔씩 내 자신을 돌아다본다. 그리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에 최대한 근접하기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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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장들을 통해 인격수양과 후배 양성에 힘썼던 조상들의 지혜를 조금이나마 실천하고픈 나의 소망을 행동으로 실천하려는 몸부림이다. 즉, 내 자신을 돌아다보고 반성하며 내일을 준비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나는 13년차 시골중학교 국어 교사다.
나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가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나태해지고 그 나태함으로 인해 변화를 모색하게 된다. 항상 새롭고 변화되는 즐겁고 행복한 그것만이 존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시작이 ‘지금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한다’는 문구다.

“선생님, 수행평가 일정을 조금만 미뤄 주시면 안 될까요? 이것 저것 수행평가가 밀리다 보니 정신이 없네요. 바쁘다는 핑계 아닌 핑계지만 생각 좀 해 주세요?”

“그래, 요즈음이 수행평가가 많이 밀리는 기간이긴 하지? 음, 일단 생각을 해 보자. 그래 밀린 교과가 무엇인디? 체육, 음악, 수학, 영어 등이지?”

“네 급한 것은 체육하고 수학이구요. 암튼 다 밀렸어유.”

“알았다. 일단 수업시간에 아이들하고 협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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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중순에 접어들면서 아이들은 바쁘게 하는 것이 하나 추가된다. 바로 수행평가다. 각 교과목별로 수행평가를 실시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정신이 없다. 특히, 실기 위주의 수행평가는 많은 연습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선생님들은 점심시간이나 창의적 체험학습 시간을 이용하여 수행평가를 실시한다. 그러다보니 각 교과목에서 수행평가 진행시간이 중복되어 아이들이 힘들어 한다.

그런데, 이 수행평가의 풍경 중 재미있는 것은 우리 시대와 변함이 없다. 정말 최선을 다해 수행평가에 임하는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무의미한 반응으로 수행평가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는 친구들도 있다. 물론 수행평가가 있는지 관심 종결자들도 있다.

이런 풍경들은 비단 학교에서만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아이들이 성장하여 사회의 초년생이 되었을 때에는 또다른 평가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 때를 대비하여 지금 열심히 준비하는 자세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그래서 교육이 있는 것이 아닌가?

‘지금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한다’는 컴퓨터 모니터의 짧은 문장이 교무실을 오가는 아이들과 다른 선생님들, 내 자신에게도 조금이나마 자극이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작은 공간에서, 적은 수의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말이나 무언의 응원이 힘이 되는 경우를 우리는 매스컴의 미담으로 자주 만날 수 있다. ‘아픈만큼 성숙해진다’고 한다. 지금은 조금 아프더라도 열심히 걸으면서, 깨지고 상처가 나더라도 그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면, 최선을 다하는 일상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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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여범 용북중 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이미지 확대보기
박여범 용북중 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
교무실 복도 창가 선인장이 두 가지 색의 꽃으로 우리들에게 다가왔다. 짧은 개화기간이지만, 선인장도 한 송이의 꽃을 피우기 위해 많은 시간 준비하고 준비했을 것이다.

6월 중순, 1학기 2차고사를 준비하며 수행평가에 여념이 없는 학교 현장의 우리 아이들과 구성원들은 내일은 뛰지 않아도 될 만큼 성실하게 하나하나 서로를 이해하며 걸어가고 있다.

‘지금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한다.’
박여범 용북중 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