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이익~ 뜨거운 연기를 내며 기름이 최고의 온도에 도달한다. 요리사는 그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리며 기름의 온도를 밀어붙인다. 그거야말로 프로의 자세다. 밥알과 재료가 그때 가서야 웍에 던져진다. 볶음밥은 그래서 집에서 먹는 요리가 아니다. 웍을 워낙 흔들어 왼팔이 기형적으로 더 굵어진 요리사가 해주는 밥이다. 앞서 L형의 왼 팔뚝은, 할 수만 있다면 민중사의 인간문화재, 민속박물관에 전시하고 싶다. 뽀빠이처럼 두툼하고, 기름 화상과 칼자국으로 아름답게 도배된 상징물이니까."(2부. L형의 팔뚝이 민속박물관에 가야 할 이유 | 볶음밥의 순수, 나시고렝 中/ p. 216)
작가의 문장체가 무지 마음에 들고,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글이 너무 많아 마구 마구 빠져들며 정신없이 읽은 책입니다. 40-50대를 넘어선 분들이 읽으면 추억이 새록새록 묻어나오고, 다시 한 번 만들어보고 싶은 음식들도 나오리라 여겨집니다. 20-30대가 읽으면 어른들의 옛날을 상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왠지 저는 읽는 도중 슬프고 서러운 음식이 많이 떠올라 에어컨 찬바람의 추위 속에서 더 슬펐습니다. 또한 아무런 부담감 없이 재미있고 신나게 읽을 수 있는 이 책 속에서 소개하는 형형색색의 맛을 가진 또 다른 책을 만나는 기쁨도 맛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이 책은 또 다시 쉽게 다른 책을 친구로 만들어 주는 계기도 마련해 줍니다.
잠시 소소한 일상에 마음이 편안해지고 고요해지는 체험을 통해, 지천에 널려있는 먹거리들의 맛따라 멋있는 인생의 추억 여행을 해 보시길 바랍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가을날'을 떠올리면서.
이원정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 아침독서편지 연구위원(도봉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