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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꽃지 연출의 춤 '어우르다'…인도네시아 춤과 김꽃지의 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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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꽃지 연출의 춤 '어우르다'…인도네시아 춤과 김꽃지의 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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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꽃지 연출의 '사빼크랍'
김꽃지 연출, 출연의 '어우르다'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도네시아예술문화장학금(IACS,Indonesia Art and Culture Scholarship)등의 후원으로 최근 성균소극장에서 공연되었다. 김민정의 해설로 이루어진 이번 공연에서 김꽃지는 한국에 지금까지 소개되지 않은 인도네시아의 주요 작품 세 편을 선보였다.

김꽃지 자신도 인도네시아 전통무용단 KTTI 단원으로서 한국무용과 인도네시아 양국 간 몸짓언어의 차이와 특징을 잘 보여 주었다. 100여명 안팎을 수용하는 소극장에서 인도네시아와 한국 사이의 정서적 공감과 동질감을 찾아가는 작업은 흥미로웠다. 그동안 우리나라에 소개된 인도네시아 춤은 발리의 케착 댄스, 가믈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샤만 춤 정도였다.

처용무 이수자인 김꽃지는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음악학으로 석사학위(2014)를 취득했다. '역동적이고 활기차게 호기심을 키워 간 사람은 미래의 삶에서도 늘 관심거리들을 갖게 될 것이다.'라는 프랑스의 교육심리학자 장 뤽 오베르의 말처럼 2015년 그녀는 인도네시아예술문화장학금을 받아 인도네시아에 사개월 동안 레지던시 과정을 거쳐 민속춤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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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꽃지 연출의 '오기무'
이번 공연은 1)타악기를 이용한 춤인 '진도북춤', '인당, Indang', '오기무', 2)부채를 이용한 '파카레나, Pakarena', '태선무', 3)김꽃지 자신이 인도네시아에서 배운 '사뻬크랍, Sape kerab'의 세 영역으로 구성되었다. '오기무'와 '태선무'는 고우리와 윤진아가 담당하였으며, 김꽃지는 '진도북춤'과 '파카레나'를 독무로 선보였고, '사뻬크랍'에서는 인도네시아 전통무용단 KTTI와 협연하였다. '인당'은 인도네시아 본토 무용단원들을 주축으로 춤을 추었다.
'인당'은 사만 춤과 동일한 지역인 수마트라지역의 춤으로써 여러 명의 무용수가 종횡으로 한 줄을 만들어 가며 춤을 춘다. 폭죽 같은 소리, 중북으로 무리를 인도하는 사내, 춤은 무용수들의 기합 '야'와 함께 고조된다. 분홍, 진청 주조의 의상을 입은 열 명(남성 둘, 여성 여덟), 북의 사나이(플로리안 후타가룽, Florian Hutagalung)를 제외하고 무용단은 앉아서 상체 춤, 인당을 놓고 추는 춤, 허리교차 춤 등 다양한 동작을 보인다. 이 춤은 이슬람 공동체의 삶, 물고기를 잡아 어구에 넣는 일상생활 등을 보여 주는 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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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꽃지 연출의 '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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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꽃지 연출의 '인당'
'인당'은 이슬람교를 전파하는 데 사용되던 춤으로써 우리나라 소고와 비슷한 인당을 사용하여 손바닥으로 치거나 손톱으로 긁어서 다양한 소리를 내며 춤을 춘다. 게임을 하듯 펼친 이 춤은 지금까지 전승된다.

'파카레나'는 17세기부터 추어지던 춤으로써 술라웨시 섬의 마카사르 지방의 궁중무용이다. 파카레나는 손끝에 힘을 주고 가슴을 열고 춤을 추거나 몸의 중심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춤을 춘다. 이러한 모습은 바람을 느끼고 바람에 몸이 흩날리는 모습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전쟁터에서 돌아온 병사들을 축하하기 위해 추는 춤으로써 원래는 창과 방패를 들고 추던 춤이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춤은 궁중무로 바뀌고. 창과 방패, 목도리, 부채가 소품이 된다. 연주음악은 한국음악의 피리나 북, 징과 비슷한 인도네시아 악기 운용으로 이루어진다. 이 춤은 푸익푸익(Puikpuik)의 반주(피리의 일종)와 징에 맞추어 춤을 춘다. 이 날 공연에서 김꽃지는 접선(摺扇)을 활용하여 인도네시아 방식으로 춤을 전개시키며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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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꽃지 연출의 '파카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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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꽃지 연출의 '파카레나'
'사뻬크랍'은 인도네시아 동부 자바 지역 춤으로써 티디프 스튜디오 대표인 독토란다 디아쯔티아르니 원안무의 창작무용이다. 평화와 여유를 보여주는 사뻬크랍은 일 년에 한번 열리는 물소 경주인 끄라븐사뻬(Keraben Sape)를 맞이하는 마두라 족의 아낙네들의 춤이다. 사용된 동 자바 지역 인접 마두라 섬의 음악은 매우 경쾌하고 역동적이다. 노래와 시작되면 김꽃지의 몸에 두른 붉은 천(삼푸르 sampur)을 잡고 네 명의 여인이 돌다가, 그 천을 떼어내 하나 씩 자신의 목에 걸면 머플러가 된다. 타악 중심의 음악에 맞추어 연기해내는 김꽃지는 상대적으로 우람한 체격에서 풍겨 나오는 힘과 기교적 우월성으로 관객들을 압도하였다.

이날 공연은 요란한 날라리와 꽹과리 소리를 앞세우고 중북을 멘 김꽃지의 '진도북춤'으로 시작되었다. 모두와 다 어울릴 것 같은 미소를 만면에 띠고 자신의 춤을 보인 뒤, '인당'으로 전통 인도네시아 춤을, '오기무', '파카레나, Pakarena'로써 한국 전통춤과 인도네시아의 공통 소품인 경고와 부채를 제시한다. 김꽃지는 부채춤을 더욱 심화시킨 '태선무', 천을 이용한 우리 굿과 유사한 점이 있는 '사뻬크랍, Sape kerab'을 보여줌으로써 멀지만 가까운 인도네시아 민속춤이 춤으로 하나 될 수 있는 세계 공용어임을 강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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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꽃지 연출의 '진도북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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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꽃지 연출의 '태선무'
김꽃지, 우리 전통춤의 새로운 돌파구를 국제교류에서 찾은 춤꾼이다. 그녀의 디아노이아는 원형적이며, 그녀는 전달 가능한 상징을 일반화시키고, 고통스러운 연습과정을 뛰어넘어 작품을 단순화시키는 재능을 보여준다. 그녀의 연출 작품들은 간결한 구성미로 정리된 사물함 같은 인상을 준다. 그녀는 '보여주기'와 '미학적 상승'의 사이에서 고답적 사고의 틀을 깨고, 모략적 선택의 수를 찾아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기쁘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방식에서 '슬프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식으로 사고의 전환을 가져보면 어떨까? '어우르다'는 김꽃지 방식의 어울림의 가치를 실현한 미의식 추구의 작품이었다. 그녀의 꿈은 이루어질 것이다.

●KTTI출연진: 플로리안 후타가룽(Florian Hutagalung, 무용지도), 아멜리아 인드리아나(Amelia Indriana), 아이니 울란(Aini Wulan), 리디아 세란(Lidya Seran), 드위 수탄티(Dwi Sutanti), 카리스마 푸스피타 카스타와(Kharisma Puspita Kastawa), 사라 타히르(Sarah Thahir), 티투스 이르마 다마이얀티(Titus Irma Damaiyanti), 말리나 안야르사리(Marlina Anjarsari), 방군 인드라쿠수모(Bangun Indrakusmo)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