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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리뷰] 김은희 안무의 '후여'…세상의 만남과 이별에 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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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리뷰] 김은희 안무의 '후여'…세상의 만남과 이별에 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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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 안무의 '후여'
2016년 5월 28일(토), 29(일) 오후 5시, M극장 '이슈와 포커스' 밀물컬렉션Ⅱ에 초대된 김은희(현대무용협회 이사) 안무의 '후여'는 새를 쫓는 소리애서 동인(動因)을 얻은 현대무용이다. 현대무용의 찬란한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그녀가 오랜만에 선보인 작품은 녹슬지 않은 창작열과 기교로 이 세상의 모든 껍데기들, 기회주의자들, 탐욕주의자들을 부드럽게 질타한다.

김은희는 세상을 들판, 철마다 날아드는 새를 기회주의자들로 설정, 논밭에 내려않아서 생각없이 자기 배를 채우는 몰염치 권력자들과 자기 밭에서 상처를 입은 힘없는 '소시민'의 모습을 인생에 비유한다. 쫒지만 또 오고, 가고 싶을 때는 미련 없이 절연하며 떠나가는 행태를 '후여'는 공간의 각과 시간을 심플하고 세련되게 표현한다. '후여'는 모든 꼴불견들, 그 오염원에 대한 접근금지 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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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 안무의 '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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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 안무의 '후여'
'후여'는 긴 탁자, 여행 가방 하나를 소품으로 쓰고 있다. 인생길을 상징하는 목이 긴 탁자, 그들의 출발을 알리는 여행가방, 출발점에 선 두 사람( 김은희, 유성희)은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간다. 다른 생각의 공간, 그들은 조심스러운 균형에서 균열을 경험한다. 조명의 셔레이드 효과, 바둑판같은 생각의 편린들, 순간의 사랑은 흩어지고, 세상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린다.

김은희의 안무노트에서 찾아낸 혼돈이 낀 방향성에는 믿음을 탈취당한 뒤의 후유증이 잔존한다. 배반에서 오는 충격이 쓰나미처럼 느껴졌을 그녀에게 남겨진 허무감은 빈 웃음을 낳고, 인생을 해프닝이나 코미디로 여기게끔 만든다. '후여'는 그 해프닝 같은 인생 속에 슬프고 아프지만 행복하고 달콤한 기쁨과 슬픔, 사랑과 이별에 관한 추억들이 촘촘히 들어와 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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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 안무의 '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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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 안무의 '후여'
안무가는 때론 승리감에 도취되기도 하고, 지속적으로 승리감을 향유하고 싶지만 다시 패배와 배신을 당할까봐 두려운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현실 속 미묘한 순환의 고리가 야속하기도 하다. 극기, 부조리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하더라도 최소한 자신을 이기는 노력을 해야 한다. 춤 맛을 알았던 그 날을 기억하며 '내 안에 남아있는 욕심'을 버리고 출행을 준비한다.

김은희의 '후여'는 1장: '만남'(일상의 먹먹함), 2장: '갈등'(갈등 속에 나), 3장; '이별'(이별은 또 다른 준비)로 구성된다. 꾸밈없는 직설적 춤의 편제는 그녀의 성격을 반영한다. 안무가는 존재감 속에 생기는 갈등, 행복을 두고 벌인 다툼의 과정을 거치면서 '내안의 든 욕심들을 버리면 세상은 평화롭다.'라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고, 자신을 찾아가는 길임을 자각한다.

그녀의 허허로움은 새타령의 '새가 날아든다 웬갖 잡새가 날아든다. 새 중에는 봉황새 만수문전에 풍년새'에서 청년가의 '나의 청춘아 돌아오지 않을 젊음아/붙잡을 수 없는 세월아 흘러가버린 나의 꿈아/나의 사랑아 돌아오지 않을 젊음아/붙잡을 수 없는 세월아 흩어져버린 나의 꿈아’에 걸쳐있다. 참 쓸쓸한 철 지난 가을 들녘 같은 자신에 대한 성찰이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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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 안무의 '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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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 안무의 '후여'
음악을 담당한 최정수는 '칼렌다, Kalender', '청춘가', '말 좀 해봐, Say something'을 편집하여 김은희의 안무와 조화를 이룬다. 'Say something'이 안무의도를 대변한다. '붙잡을 수 없는 세월아 흘러가버린 나의 꿈아/나의 사랑아 돌아오지 않을 젊음아/붙잡을 수 없는 세월아 흩어져버린 나의 꿈아/무슨 말이라도 해봐 내가 널 놓으려 하잖아'

안무가는 탁자위에 올라서서 가방 속 존치물들을 털어 버리면서 집착했던 모든 부질없는 것들, 체념이라는 두려움의 고리를 끊어 버릴 것을 선언한다. 이별에는 다시 만날 것을 믿듯 희망으로 새로운 만남을 준비하겠다는 심중의 뜻을 밝힌다. 김은희는 '후여'로 자신의 엉클어진 마음을 바로잡고, 내안에 준비된 생각으로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출정식을 한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