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에서 제값 주고 구매한 고객은 ‘호갱님(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손님)’이었다. 정가 구매가 당연할 줄 알았던 추석선물세트는 백화점에서 최대 몇 만원씩 흥정이 가능했다.
25만8000원짜리 한우 선물세트는 21만9300원으로, 21만원 한우 1등급 선물세트는 21만8000원에서 18만9000원으로, 또 다른 선물 세트는 16만8000원에서 14만2800원으로 최대 15%까지 할인 가능했다.
또 다른 추석선물세트 매장에서도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먼저 할인 여부부터 물었다. 직원은 익숙한 듯 13만원짜리 청과세트를 11만원까지 할인해 제시했다. 한 번 더 조르니 10만원으로 내려갔다. 직원은 “최대한 깎아줬다. 더 이상은 안 된다”고 말했다.
백화점에서 만난 주부 김미진 씨(35‧가명)는 “백화점은 가격이 비싼 대신 품질이 좋은 제품을 살 수 있다는 신뢰가 있었는데 가격을 안 깎은 사람은 바보가 되는 기분이다. 이러면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할인은 두 손 들고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백화점=정찰제’라는 공식만 믿고 ‘제값 주고 산’ 고객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흥정에 따라서 가격이 많이 달라지면 백화점을 믿고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잃을 수 있다.
이 같은 행위에 대해 해당 백화점 측은 “브랜드별로 경쟁이 과열하다 보니 가격 차이가 생겼던 것 같다. 가격 정찰제를 위해 노력 하겠다”고 밝혔다.
한지명 기자 yol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