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예비타당성 조사·보증보험 가입 등 사전조치 없이 동의서 발급 납득 안되는 처사"
서울 구로구 온수동 일대 재건축사업에서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석연찮은 조합설립 동의를 해 주는 '절차상 중대하자'를 저질러 놓고도 책임 회피로 일관해 재건축 조합 주민들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온수동 재건축사업 조합과 한전, 구로구청 등에 따르면, 온수동 재건축 부지 위로 송전철탑과 송전선로가 지나가 이를 지하화하거나 우회하는 공사를 선행해야 하는데 한전이 그 비용 마련을 위한 아무런 조치 없이 조합설립 동의를 해 준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전직 한전 직원이나 법조계·주택건설업계 관계자는 공기업인 한전이 120억 원대에 이르는 공사비용에 대해 사전 예비타당성 조사나 비용분담에 관한 조합원의 동의도 없이 조합설립에 동의해 준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중대한 절차상의 하자로 조합설립이 취소될 수도 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이 떠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소규모정비사업 규제 완화에 따라 구로구청이 추진하는 사업으로 총공사비 2240억 원이 투입돼 지하 2층~지상 25층 아파트 12개동 988세대를 신축한다는 계획이다.
이곳은 2009년 지구단위계획 특별계획구역으로 결정돼 재건축 절차에 들어간 뒤 6년간 별다른 진척이 없다가 2014년 정비구역으로 변경 지정된 이후 급물살을 타면서 같은 해 말 3개 빌라 통합추진위원회가 설립됐다.
2015년 10월 대흥·성원·동진빌라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94.38%의 높은 동의를 얻으며 창립총회를 개최했고, 2016년 2월 17일 구로구청으로부터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9일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았다.
곧이어 조합은 시공사 현장설명회를 마련, 상위 10위권 건설사 다수를 포함해 총 13개 건설사들이 참여하는 등 큰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조합은 조만간 입찰을 마감한 뒤 시공사 선정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그러나 조합설립 과정에서 한전의 납득하기 어려운 조합설립 동의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건축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 부지 북쪽 한복판에 한전의 전기공급설비가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동진빌라와 성원빌라 사이에 송전철탑이 서 있으며 전기공급설비와 송전철탑에 연결된 송전선로가 재건축 부지를 남북으로 가로질러 지나가고 있다. 지상 25층 아파트를 짓기 위해선 송전탑 및 송전선로의 지하화나 이전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한전은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온수동 45-8, 9, 11, 16, 24 토지 중 일부와 지상건물도 소유하고 있다. 사업부지로 편입되는 대지면적은 3570㎡다.
구로구청은 이 재건축사업 인가조건으로 한전과 재건축조합 간 송전탑 지중화 관련 협의가 선행될 것을 제시했다. 해당구간을 지나가는 15만4000볼트(154kV)의 송전선로를 지중화하기 위한 용지확보, 사업비부담, 공사기간 확보 등 조건이 충족되어야 지중화 사업이 가능하고 따라서 조합설립도 가능해지므로 이를 당사자 간에 협의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한전 남서울지역본부(현 남서울본부)는 아무런 공식협의 없이 2015년 10월 조합설립에 동의했다. 2쪽짜리 동의서엔 조합설립 및 재건축사업에 동의한다는 내용만 기재되어 있다.
문제는 한전이 재건축사업에 필수불가결한 송전선로 지중화사업을 동의서에도 기재하지 않고 동의서 발급 전후에도 아무런 공식협의를 거치지 않은 채 발급해 줬다는 점이다.
한전 출신 C씨는 "송전선로 지중화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해 지중화가 가능한지를 판단하고 정확한 공사비를 산출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산출된 공사비를 원인제공자(조합)에게 청구해 자금을 유치해야 하고 안 되면 보증보험이라도 든 후에 조합설립 동의서를 발급해야 한다"면서 "공기업인 한전이 이런 사전 담보조치 없이 동의서를 써준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취재=김철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