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 송광사 삼일암(三日庵) 처마 밑에 걸었던 '칠전간당론(七殿看堂論)과 13가지 절목' 현판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가로 110㎝·세로 33㎝ 현판에는 불교 선종에서 지켜야 할 수도 규칙인 청규(淸規)를 적었다. 현판은 수행 공간에서 엄수해야 할 예절과 덕목을 담은 지침서였다.
이번 전시 주인공은 현판이다. 조선 후기에 이조판서와 좌의정을 지낸 홍석주(1774∼1842)가 지은 '연천옹유산록'(淵泉翁遊山錄), 1750년 처해 스님이 쓴 '침계루에서 짓다' 현판, 1903년 이순익이 남긴 성수전(聖壽殿) 상량문 등을 공개한다.
연천옹유산록은 홍석주가 충청도 관찰사 시절 송광사를 방문해 지은 기행문을 새겼다. 그는 "진락대에 올라가서 바라보니 나는 듯한 용마루와 미끄러지는 듯한 기와들이 비늘처럼 서로 이어졌다"며 "이 절은 승보(僧寶)라고 말하는데, 보조 이하 국사 16명이 나왔기 때문이다"라고 적었다.
김태형 송광사 성보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유산록에는 송광사 역사는 물론 당시 대웅전에 전시된 문화재와 기이한 전설이 상세하게 기록됐다"며 "19세기 송광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성수전은 오늘날 관음전으로 사용하는 건물이다. 상량문에는 "성상(고종)께서 51세를 맞이한 경사에 마침내 대중이 삼축(三祝) 하는 마음으로 저 화려한 건물을 짓고, 성수라고 명명했다"는 이야기를 남겼다.
전시장에는 각종 현판을 풍경 사진과 함께 진열하고, 보물로 지정된 십육조사진영 중 보조국사, 응진당 십육나한탱, 대방광불화엄경소 목판 등도 선보인다.
박물관은 송광사 현판을 망라하고 번역과 해제를 수록한 책 '송광사의 필적기행'도 발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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