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현지시각 29일 열린 카라바오컵 4차전에서 토트넘 홋스퍼는 첼시에 1-1로 맞이한 승부차기 끝에 승리하며 8강 진출을 확정했다. 하지만 치열했던 경기보다 더 화제가 된 것은 토트넘 에릭 다이어의 경기 중 행동이었다. 후반전 30분경 0-1로 뒤진 상황에서 갑자기 그라운드를 뛰쳐나온 잉글랜드 국가대표 미드필더는 라커룸으로 사라진 것이다.
팀이 궁지에 빠지는 가운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1점 뒤지고 있는 데다 1명이 적어진 위기를 맞자 라커룸으로 달려가 직접 상황을 지켜본 토트넘 지휘관 조제 무리뉴는 경기 후 영국 공영방송 BBC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화장실에 가 있었어. 문제는 그것이 작은 것이 아니라 큰 것이었다는 것”이라며 ‘황당 사건’의 진상을 고백했다.
무리뉴는 이어 “꼭 가야 했다. 하지만 난 화가 나진 않았다. 몸이 탈수상태에 있고 근육에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을 때 일러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남은 시간에 그가 돌아오도록 압박할 필요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약 5분 뒤 서둘러 그라운드로 돌아와 페널티킥 키커를 맡는 등 승리에 공헌한 다이어는 영국 위성방송 ‘스카이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뭐랄까 자연이 나를 불렀다”며 “정말 배가 심하게 아팠다. 물론 처음 있는 일이다. 조제는 기뻐하지 않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불려간 것”이라고 수줍게 당시 심정을 털어놨다.
화장실에 틀어박힌 다이어를 압박했다는 오해를 받은 모리뉴 감독도 “나는 부담을 줬지만, 에릭은 돌아와 제대로 일했다. 그는 모두의 좋은 본보기다. 게다가 이 정도의 선수가 48시간에 2시합이나 뛰는 것은 금지되어야 한다. 그가 한 짓은 인간이 할 일이 아니다”고 과밀일정에 대한 불만을 표시햇다.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생리적 현상에 휩쓸리면서도, 피치로 돌아와 승리에 공헌한 다이어. 그 퍼포먼스는 문자 그대로 훌륭했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