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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유럽 44도 살인 더위...프랑스 84개 지역 비상, 응급실 열사병 환자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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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유럽 44도 살인 더위...프랑스 84개 지역 비상, 응급실 열사병 환자 급증

튀르키예·이탈리아 대형 산불 확산, 관광객들 쓰러져...기후변화로 극한 폭염 일상화
남유럽이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북마케도니아 스코페에서 한 남자가 물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남유럽이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북마케도니아 스코페에서 한 남자가 물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사진=로이터
올여름 첫 대규모 폭염이 남유럽을 강타하며 각국이 비상사태에 들어갔다. 지난 29(현지시각) 외신 보도에 따르면 스페인에서 최고 44도까지 기온이 치솟는 가운데 프랑스, 터키, 이탈리아 등지에서 대형 산불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

프랑스 기상청 메테오프랑스는 이날 전국 101개 행정구역 중 84곳에 폭염 2단계(오렌지) 경보를 내렸다고 발표했다. 이는 역대 가장 많은 규모다. 프랑스 남서부 오드 지역 코르비에르에서는 기온이 40도를 넘어서며 대형 산불이 일어나 캠핑장과 수도원이 안전을 위해 대피했다.

스페인 기상청 아에메트는 남부와 남서부 지역인 에스트레마두라와 안달루시아에서 기온이 44도까지 올랐다고 밝혔다. 마드리드에서는 기온이 거의 40도에 다다랐다. 32세 사진작가 디에고 라다메스는 "이 시기에 이런 더위는 정상이 아니다""해가 갈수록 마드리드가 점점 더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진 "고령층·암환자 중심 열사병 크게 늘어"
이탈리아에서는 밀라노, 나폴리, 베네치아, 피렌체, 로마, 카타니아 등 21개 도시가 심한 폭염 경보를 받았다. 이탈리아응급의학회 마리오 과리노 부회장은 "전국 응급실에서 열사병 환자가 10% 늘었다""주로 고령층, 암환자, 노숙자들이 탈수, 열사병, 피로 증상으로 병원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마를 찾은 영국 관광객 애나 베커는 "콜로세움을 구경하려 했는데 어머니가 거의 쓰러질 뻔했다"고 말했다. 베로나에서 로마로 온 그는 현지 기온을 "습하고 끔찍하다"고 표현했다.

터키에서는 서부 이즈미르주에서 강풍을 동반한 대형 산불이 일어나 세페리히사르 지구 5개 지역 주민들이 대피했다. 그리스에서도 지난주 아테네 남쪽 해안가에서 산불이 일어나 일부 지역 주민들이 대피한 바 있다.

포르투갈해양대기연구소는 리스본을 포함한 남부 지역에 가장 높은 단계인 적색 경보를 내렸다. 포르투갈 전체의 3분의 2 지역이 심한 폭염과 산불 위험 경보를 받았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에서는 소방관들이 지난 28일 하루에만 15건의 화재를 진압했다.

"기후변화로 지중해 폭염 더 자주 일어나"

이탈리아환경보호연구원 에마누엘라 피에르비탈리 연구원은 "최근 몇 년간 지중해 지역 폭염이 더 자주 일어나고 더 강해졌다""앞으로 기온과 심한 더위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지금보다 더 높은 기온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가 더 뜨겁고 강한 폭염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빽빽한 건물들 사이에서 온도가 커지는 '도시 열섬' 현상이 도시 지역의 기온을 더욱 높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폭염은 생물다양성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프랑스 조류보호연맹 알랭 부그랭-뒤부르 회장은 "곤경에 처한 새들을 전국에서 구조하고 있으며 7개 구조센터가 꽉 찬 상태"라고 말했다. 이탈리아환경보호연구원은 지중해가 더워지면서 사자물고기, 은빰복어 등 독성 외래종이 남부 이탈리아 연안에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어민과 관광객들에게 신고를 부탁했다.

각국 정부는 주민들에게 그늘진 곳을 찾아 피하고 취약계층을 보호할 것을 부탁했다. 관광 명소 근처에는 구급차가 기다리며 응급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