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지역 최초로 프로덕션 시설도 서립
넷플릭스는 한국 상륙 직후부터 영화 ‘옥자’ ‘페르소나’ 등 한국 창작 작품에 투자했는데, 최근 2, 3년간 움직임은 ‘적극적’이라기보다는 ‘공격적’이라고 느낄 정도다. 예를 들면 2019년에는 CJ ENM과 ‘사랑의 불시착’과 ‘사이코지만 괜찮아’ 등을 만든 스튜디오 드래곤, 케이블 방송국 JTBC와 3년간 총 21편 이상의 콘텐츠 공급과 제작에 협력한다는 MOU를 체결했다. ‘킹덤’이나 ‘스위트 홈’ 같은 오리지널 시리즈를 제작하고 있으며 올해 들어서는 파주와 연천군 등 2곳에 아시아지역 최초의 프로덕션 시설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See Whats Next Korea 2021’ 개회사를 한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 테드 사란도스 는 지난 2년간 전 세계는 한국에서 제작된 작품에 놀라움을 표시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한국발 콘텐츠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킹덤’를 비롯해 ‘살아있다’ ‘인간수업’ ‘스위트 홈’ 등을 꼽았다. 또 일본에서 대박을 터뜨린 ‘사랑의 불시착’을 언급하면서는 “사랑스러운 커플의 탄생을 목격했다”라고 코멘트하며 주연인 현빈과 손예진이 올해 새해 첫날 열애를 인정했음을 의식한 행보도 보였다.
■ 크리에이터들 방송국보다 넷플릭스 더 선호
넷플릭스의 존재는 한국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에 한 줄기 빛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이를 취재한 드라마 관계자는 “과거에는 가장 좋은 기획을 방송사에 가져왔지만, 지금은 기발하고 독특하며 대규모 작품이라면 가장 먼저 넷플릭스에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여러 가지 이유로 제약이 있는 텔레비전 방송에서는 실현을 전망할 수 없는 참신한 기획이 넷플릭스에 잇달아 모인다는 것이다.
‘See What's Next Korea 2021’에 참석한 ‘킹덤’의 김은희 작가는 “넷플릭스가 없었다면 ‘킹덤’ 제작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2016년 기획 당시 목이 날아가는 등 끔찍한 장면은 지상파에선 무리였고 사극인 데다 좀비까지 등장해 제작비가 걱정됐는데 설마 넷플릭스가 선뜻 OK할 줄은 몰랐다”며 넷플릭스와 협업에 만족감을 표시하고 “간섭하지 않고, 의견도 주지 않고, 돈만 내 준다”라고 칭찬했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해주는 넷플릭스의 주머니의 크기에, 매력을 느끼지 않는 크리에이터란 있는 것일까. 올해는 디즈니 플러스(Disney+)가 한국 진출을 결정했고, 애플TV 플러스(Apple TV+)도 상륙할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 강력한 라이벌들이 파이를 빼앗으려 몰려드는 가운데, 5억 달러의 투자와 전용 프로덕션 시설을 구사한 넷플릭스의 진격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해질 것 같다. 사란도스 CEO가 말하기를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트렌드로 자리 잡은 한국 콘텐츠의 가능성은 어디까지 확대될 수 있을까? ‘킹덤’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에 이은 새로운 화제작이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