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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교촌이 직접 차린 ‘은밀한 치맥바’…교촌필방에서 ‘치마카세’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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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교촌이 직접 차린 ‘은밀한 치맥바’…교촌필방에서 ‘치마카세’ 만난다

‘스피크이지 바’ 콘셉트로 비밀스러운 공간 연출…붓·한지 등 인테리어로 교촌 정체성 녹여내
다른 매장에 없는 특색있는 메뉴로 ‘테스트베드’ 역할 수행…장차 랜드마크로 키워 이태원 상권 활성화에도 기여

교촌필방 입구 전경. 붓질 무늬로 장식된 벽과 손잡이 역할의 커다란 붓이 눈에 띈다. 사진=김성준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교촌필방 입구 전경. 붓질 무늬로 장식된 벽과 손잡이 역할의 커다란 붓이 눈에 띈다. 사진=김성준 기자.
#. 가게를 알리는 간판도 없고 가게 내부를 볼 수 있는 유리창도 없다. 붓질한 무늬로 장식된 검은 벽면에 커다란 붓 한자루가 덩그러니 걸려있을 뿐이다. 외관만 봐서는 치킨 매장이 맞나 싶지만 붓을 살짝 잡아당기면 숨겨진 미닫이 문이 열리면서 내부 공간을 드러낸다.

7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만난 국내 대표 치킨 프랜차이즈 교촌의 새로운 플래그십 스토어 '교촌 필방' 첫인상이다. 스피크이지 바(Speakeasy Bar) 콘셉트로 오는 8일 문을 여는 이곳은 교촌의 차별화된 조리방식인 붓질을 모티브로 한 총 120평 규모의 신개념 매장으로, 20세기 초반 미국 금주령 시기 몰래 운영하던 주점에서 유래된 '스피크이지 바' 개념을 도입했다.
진상범 교촌에프앤비 직영사업부문장은 “MZ세대에게 다가가기 위해 교촌 안에 작지만 새로운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교촌필방을 만들었다”며 “기존 플래그십 매장들과 차별화를 위해 매장을 찾는데 불편함을 느낄 정도로 숨겨서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콘셉트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실제 교촌필방 매장엔 ‘알고 보면’ 곳곳에 교촌의 정체성이 녹아있었다. 건물 외벽의 붓질 무늬와 출입문 역할을 하는 붓에는 소스를 붓질로 도포하는 교촌 특유의 조리 방식이 담겼다. 입구를 지나 마주하는 통로는 무형문화재 필장이 만든 붓과 옻칠 공예 작가가 직접 옻칠한 한지로 장식해 교촌의 장인 정신 철학을 담았다.

동시에 스피크이지 바 분위기에 맞춰 홀로 들어가는 출입문도 벽면에 숨겨져 있는 형태로 설계했다. 홀에 들어가기까지 두 번이나 마주하는 ‘비밀 출입문’은 은밀하게 숨겨진 장소에 남몰래 방문하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입구 통로(전이공간)를 지나 홀로 들어가는 문, '치마카세' 공간으로 향하는 숨겨진 문, 맥주병을 재활용한 'DJ존', 박경수 장인이 제작한 자개 붓을 활용한 '붓 오브제 공간'. 사진=김성준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입구 통로(전이공간)를 지나 홀로 들어가는 문, '치마카세' 공간으로 향하는 숨겨진 문, 맥주병을 재활용한 'DJ존', 박경수 장인이 제작한 자개 붓을 활용한 '붓 오브제 공간'. 사진=김성준 기자.
매장 내부 인테리어에도 건물 외벽에서부터 이어지는 통일성이 돋보인다. 묵빛을 연상시키는 어두운 톤을 바탕으로 테이블에서부터 벽면까지 붓질 무늬가 눈에 띈다. 필방 분위기였던 통로를 지나 비로소 매장 느낌이 나는 홀에 진입하면서도 단절감이나 위화감 없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교촌 제품 소스의 원재료를 담은 선반 장식과 교촌 수제맥주 브랜드의 맥주병을 재활용한 미디어월은 다소 무거울 수 있는 홀 분위기를 한껏 살려준다.

홀 중앙에는 무형문화재 박경수 장인이 직접 제작한 대형 자개 붓이 설치돼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 뒤로는 바 테이블과 주방이 열려있어 맥주를 따르는 모습과 조리 과정 전반을 훤히 볼 수 있게끔 했다.

진 부문장은 “고객이 직접 경험하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었다”면서 “굳이 설명하고 이해시키려고 하기보다 고객이 직접 보고 서비스를 느끼면서 체험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특별한 것은 공간만이 아니다. 교촌필방에서는 다른 교촌 매장에는 없는 특색있는 메뉴도 만나볼 수 있다. 교촌 수제맥주로 마리네이드 한 ‘필방 스페셜 치킨’과 사천식 닭볶음요리인 ‘궁보치킨’, 허브와 타바스코로 맛을 낸 ‘본초치킨’ 등 색다른 메뉴를 제공한다. 닭고기 소로 속을 채운 고추튀김과 떡을 그릴로 구운 꾸븐 떡볶이 등 다양한 사이드 메뉴도 맛볼 수 있다. 여기에 기존 시그니쳐 메뉴들은 한데 모은 ‘필방 시그니쳐 4종’ 플래터도 새롭게 구성했다.

'교촌필방'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필방 스페셜 치킨'. 사진=김성준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교촌필방'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필방 스페셜 치킨'. 사진=김성준 기자.
검은 튀김옷을 입은 필방 스페셜 치킨은 기존 교촌 메뉴와 차별화되는 바삭함에 더해 은은한 홉향이 더해져 짭조름한 맛을 낸다. ‘궁보치킨’은 사천식 요리의 특색을 살리면서도 자극적이지 않은 맛과 부드러운 닭가슴살 식감이 어우러졌다. ‘본초치킨’은 새콤달콤한 맛에 허브향이 더해져 식욕을 돋운다. 여기에 교촌 수제맥주 1991과 문베어브루잉의 수제맥주를 함께 곁들이면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특색있는 ‘치맥’ 조합이 완성된다. 교촌은 교촌필방을 테스트베드로 활용해 해당 메뉴를 고객 호응에 따라 정식 메뉴로도 채택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교촌필방의 가장 특별한 공간은 한 꺼풀 더 감춰져 있다. 주방 옆 통로의 벽을 살짝 밀면 또 다른 비밀 공간이 나타난다. 전문 셰프가 요리해주는 닭 특수부위 요리를 즐길 수 있는 ‘치마카세(치킨+오마카세)’다. 교촌 측은 닭 요리에 대해 높아진 소비자 기대치를 충족하고 다변화되는 치킨 저변에 대응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예약제로 운영되는데다 한정된 인원만 수용할 수 있는만큼 그에 상응하는 특별한 가치와 경험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교촌은 시간을 두고 교촌필방을 이태원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삼아 침체된 이태원 상권 활성화에도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외국인이 많이 방문하는 이태원의 입지를 살려 2030 젊은층을 포함해 다양한 고객이 올 수 있는 융화적인 공간을 만들고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교촌을 알리는 상징적인 매장으로 키워간다는 포부다.

진 부문장은 “지난해 상권조사를 진행한 뒤 8월경 이태원에 매장 건물을 계약했지만 불의의 사고가 발생한 점을 고려해 매장 오픈을 3개월 가량 미뤘다”면서 “내부적으로는 현재 상권이 조사 당시 기준으로 약 60~70% 정도까지는 회복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촌이 필요로하는 충분한 공간을 갖추면서도 다양한 고객들을 테스트베드로 삼을 만한 장소로는 이태원이 최적이었다”고 매장 선정 이유를 전했다.


김성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jkim9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