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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권의 여유] 따뜻한 온기 품은 에세이 46편 결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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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권의 여유] 따뜻한 온기 품은 에세이 46편 결정판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박완서/ 세계사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박완서/ 세계사
우리 곁을 떠났지만 작품과 함께 영원히 독자의 영혼 속에 살아 숨 쉬는 작가들이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빛을 발하는 문장들은 독자들이 다시금 작가의 책을 찾는 이유가 된다. 올해는 박완서 작가의 타계 13주기다. 세계사 출판사에서 박완서 작가의 두 번째 에세이 결정판인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를 펴냈다.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는 박완서 작가의 에세이 두 번째 결정판이다. 처음 선보였던 에세이 첫 번째 결정판은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라는 책이다. 이 책은 박완서 작가가 남긴 에세이 660여 편을 모두 살피고 그중 베스트 35편을 선별해 담았다. 작품 선정에만 몇 개월이 소요될 만큼 박완서 작가의 작품 정수를 살펴볼 수 있는 또 다른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번에 출간된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는 1977년에 초판이 출간된 이후 2002년 세계사에서 재출간됐던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의 전면 개정판이다.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는 25년여 이상 단 한 번의 절판 없이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박완서라는 이름을 소설가뿐 아니라 에세이스트로서도 널리 알린 첫 산문집이기도 하다. 이번 결정판은 새로운 커버와 함께 독자들을 찾아왔다.

결정판으로 돌아온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에는 46편의 에세이가 실렸다. 작가로서 동시에 개인으로서 통과해온 20여 년의 세월 동안 인상적인 순간들을 담았으며, 1971년부터 1994년까지의 시기를 아우른다. 이번 개정판 출간을 위해 박완서 작가의 장녀인 호원숙 작가는 특별히 미출간 원고인 ‘님은 가시고 김치만 남았네’를 건넸다. 미출간 원고는 책에 수록된 글 중에 첫 번째 순서로 만나볼 수 있다. 옛날 맛 그리고 고향의 맛에 대한 박완서 작가의 사연과 생각이 담겼다. 박완서 작가의 글에서만 맛볼 수 있는 한국적이면서도 따뜻한 온기가 잘 와닿는 작품이다.

이번 책은 박완서 작가가 여생을 보냈던 아치울 마을의 노란집에서의 시간도 담겨 있다. 박완서 작가의 장녀인 호원숙 작가가 어머니를 떠올리며 따뜻한 기억들을 적어냈다. 아치울 마을의 노란집에서 박완서 작가가 사용하던 물건과 손 편지 그리고 육필 원고 사진도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완서 작가는 시간을 중요하게 여겼고, 단순하고 편안한 디자인의 손목시계를 좋아했다고 한다.

박완서 작가는 1931년 일제 강점기에 경기도 개풍군에서 태어났다. 소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어머니·오빠와 함께 서울로 상경했다. 그리고 숙명여고를 거쳐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6·25전쟁이 발발하면서 학업을 중단했다. 1953년, 박완서 작가는 결혼해 1남 4녀를 두었다. 박완서 작가는 불혹의 나이에 등단한 작가로도 알려져 있다. 197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나목’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다. ‘나목’이라는 작품은 박완서 작가의 자전적 경험을 녹여내며 6·25전쟁의 참혹함을 그려낸 작품이다.

2006년 박완서 작가는 서울대학교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1년 1월 담낭암으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박완서 작가는 꾸준히 작품 활동을 했다. 그리고 한국문학작가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등 다양하고 권위 있는 문학상을 수상했다. 2011년, 81세를 일기로 타계한 이후에는 문학적 업적을 기려 그에게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됐다. 금관문화훈장은 문화예술발전에 공을 세우고 국가 발전과 국민 문화 향상에 기여한 이들에게 수여하는 훈장이다.

박완서 작가는 광복부터 6·25전쟁, 남북 분단, 4·19 그리고 IMF 외환위기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사의 격랑을 몸소 겪은 작가이기도 하다. ‘박완서 소설전집 결정판’ 기획위원이었던 이경호 문학평론가는 박완서 작가를 두고 “장편, 단편, 중편 등 모든 장르에서 최고의 역량을 보여주었고, 평생에 걸쳐서 문제작을 발표하며 당대 일급 작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을 뿐 아니라 문학적 평가와 대중적 지지를 함께 받아온 흔치 않은 작가였다”고 평했다. 또 특정한 주제에 매몰되지 않고 다양한 주제를 다룬, 프리즘이 넓은 작가였다고 평했다. 생생한 삶의 현장 속에서 좋은 이야기를 계속 들려주고자 했던 작가를 추모하며 오늘도 독자들은 변함없는 사랑을 보낸다.

이주호 교보문고 시·에세이 MD



조용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c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