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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으로 넓히고 ‘스와이시’로 잡는다… 삼양식품, 매운맛 리더십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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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으로 넓히고 ‘스와이시’로 잡는다… 삼양식품, 매운맛 리더십 강화

삼양식품이 출원한 '스와이시'. 사진=특허정보검색서비스 키프리스 이미지 확대보기
삼양식품이 출원한 '스와이시'. 사진=특허정보검색서비스 키프리스
K-라면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는 삼양식품이 ‘매운맛 선봉장’으로서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글로벌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지난달 23일 ‘스와이시’와 불닭 스와이시의 영문명인 ‘Buldak Swicy’를, 같은 달 29일에는 분홍색·노란색·파란색을 무지개 형태로 덧댄 ‘스와이시’ 로고를 상표로 출원했다.

스와이시는 달콤함을 뜻하는 ‘스위트(sweet)’와 매운맛을 의미하는 ‘스파이시(spicy)’의 합성어로, 이국적인 맛을 선호하는 글로벌 Z세대 사이에서 급부상한 음식 트렌드다. 미국 CNN은 지난해 스와이시를 가장 주목받는 음식 트렌드 중 하나로 꼽았으며, 시장조사업체 데이터센셜은 스와이시 메뉴가 미국 전체 레스토랑 아이템의 10%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이 트렌드의 중심에는 한국 음식 문화가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류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고, 이로 인해 고추장 삼겹살이나 양념치킨처럼 한국식 ‘맵단(매콤달콤한)’ 맛이 글로벌 미식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스와이시 메뉴에 고추장이 빈번히 활용되는 점도 한국 음식의 영향력을 보여준다. 버거 전문점 쉐이크쉑은 2020년 한국에서 한정 판매했던 ‘고추장 양념치킨 버거’를 지난해 미국과 필리핀에서 재출시하기도 했다.
삼양식품은 이번 상표 출원을 통해 스와이시 트렌드를 자사 매운맛 제품 및 콘텐츠와 접목할 여지를 넓혔다. 불닭 시리즈는 강렬한 매운맛 속 은은한 단맛을 담아 스와이시 콘셉트와 맞닿아 있다. 삼양식품은 '스와이시' 상표의 지정 상품 범위에 현재 판매 중인 주요 품목 대부분을 포함시켰다. 당장의 신제품 출시에 방점을 두기 보다는, 글로벌 시장 흐름을 선제적으로 반영하고 신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브랜드 자산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판단으로 보인다.

삼양식품은 매운맛 트렌드에 발맞춰 제품 라인업을 다각화하는 데 주력해왔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맵(MEP)’ 브랜드를 통해 매운맛의 스펙트럼을 확장하려는 시도가 있다. 2023년 국내에 먼저 선보인 ‘맵탱’을 글로벌 브랜드 버전으로 재정비한 ‘맵(MEP)’은 지난해 12월부터 태국, 일본, 말레이시아 등 해외 시장에 순차적으로 출시됐다. ‘맵’은 ‘맵다’와 ‘매콤함’에서 착안한 명칭으로, 매운맛을 세분화해 다양한 스타일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그릴드 갈릭 쉬림프 라면’, ‘블랙페퍼 치킨 라면’ 등 기존 불닭과는 결이 다른 새로운 매운맛 라인업을 통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맵’은 지난달 미국 시장에도 진출했다. 삼양식품은 ‘마늘조개라면’, ‘흑후추소고기라면’, ‘매운닭고기코리앤더라면’ 등 3종을 H마트·자이언 마켓·하남체인 등 한인 유통망과 아마존 등 온라인 채널을 통해 판매 중이다. 이는 ‘포스트 불닭’으로 키우기 위한 장기 전략의 일환으로, 색다른 매운맛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시도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스와이시 상표 출원과 관련해 “활용 방안은 아직 미정”이라며 “전 세계 다양한 플레이버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트렌드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시장에 론칭한 ‘맵’ 역시 출시 시점이 얼마 되지 않아 구체적인 마케팅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당분간은 유통망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정경 기자 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