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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엔비디아 ‘H200’ 칩 중국 수출 전격 허용…주가 시간 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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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엔비디아 ‘H200’ 칩 중국 수출 전격 허용…주가 시간 외 2%↑

안보 강경파 “중국 AI·군사력 가속” 반발…美 정부, AMD·인텔에도 동일 규칙 적용 방침
엔비디아 로고.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엔비디아 로고.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각)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반도체인 ‘H200’ 칩의 중국 수출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야후 파이낸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을 통해 “미국은 국가 안보를 확고히 유지할 수 있는 조건으로 엔비디아가 중국과 다른 국가의 승인된 고객에게 H200 제품을 배송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도 이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중국으로 수출되는 엔비디아 칩에 대해 미국 정부가 매출의 25%를 징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초기 부과 방안이었던 15%에서 크게 높아진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구체적인 합의 구조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엔비디아는 과거 중국 판매 대금의 일부를 미국 정부에 지급하는 데 합의한 바 있으나 최종 계약은 체결되지 않은 상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AMD와 인텔 등 경쟁사에 대해서도 “동일한 방식”을 적용해 중국 수출을 허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H200 칩은 중국 수출용으로 제작된 낮은 성능의 H20보다 훨씬 강력한 제품이지만, 현재는 최신 ‘블랙웰’ 칩으로 대체된 이전 세대 기술에 속한다.

이날 글로벌 디지털 뉴스 매체 세마포(Semafor)가 첫 보도를 내놓은 이후 엔비디아 주가는 장중 1.73% 상승 마감했고, 장 마감 후 시간 외 거래에서도 2% 넘게 추가 상승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중국 수출을 지지하는 인사들은 고성능 칩을 중국에 판매하는 것이 오히려 미국의 AI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는 입장이다. 미국 기업이 만든 기술에 중국 개발자들이 계속 의존하게 하면서 전략적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미국 행정부 안보 당국자들과 의회 내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안보 강경파들은 고성능 칩을 중국에 제공할 경우 중국 기업과 중국군이 더욱 강력한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엔비디아 칩의 사용이 제한되자 중국 빅테크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AI 프로세서와 소프트웨어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대응해 왔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AI 칩 판매를 금지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성능이 낮은 칩에 한해 금지 조치를 해제한 바 있다.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주·민주당) 상원의원은 관련 보도 이후 성명을 내고 이번 조치를 비판하며, “백악관 이스트윙 신축을 위한 기부금이 칩 판매 승인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워런 의원은 엔비디아 황 CEO가 해당 프로젝트에 기부금을 낸 점을 문제 삼았다.

워런 의원은 “이는 중국의 기술·군사 패권 추구를 가속화할 위험이 있으며, 미국의 경제·국가 안보를 약화시킬 수 있다”며 “의회가 즉각 대응해야 한다. 초당적 규제 법안을 통과시키고, 황 CEO가 공개적으로 선서 증언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악관 이스트윙 프로젝트에는 아마존, 애플,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여러 기술 기업이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엔비디아는 최근에 분기 실적에서 중국 매출을 별도로 공시하지 않았고, 향후 실적 전망에도 중국 매출을 반영하지 않았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