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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부부에서 러닝까지…유통계 새 키워드 '리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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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부부에서 러닝까지…유통계 새 키워드 '리셀시장'

리셀 시장, 한정판 중심에서 실용·취향 소비로 변화
크림 거래 1위는 캐릭터 ‘라부부’…시장 다변화 뚜렷
크림, 검수 강화·3배 보상제로 신뢰 경쟁력 확보
중국 팝마트(Pop Mart)의 인기 캐릭터 피규어 ‘라부부(Labubu)’ 시리즈. 귀여운 디자인과 희소성으로 리셀 시장에서도 높은 거래가를 형성하며, 최근 국내 플랫폼 거래 순위 1위를 기록했다. 사진=팝마트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팝마트(Pop Mart)의 인기 캐릭터 피규어 ‘라부부(Labubu)’ 시리즈. 귀여운 디자인과 희소성으로 리셀 시장에서도 높은 거래가를 형성하며, 최근 국내 플랫폼 거래 순위 1위를 기록했다. 사진=팝마트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급성장했던 리셀(재판매) 시장이 한정판 중심의 판매구조에서 벗어나 다양한 품목을 내세우면서 확장하고 있다. 그동안 운동화와 명품 위주로 활성화됐던 리셀 거래가 최근 들어 캐릭터, 패션, 리빙으로 확산되면서 실용과 취향을 중요시하는 소비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리셀(Resell)은 한정판이나 희소성이 높은 제품을 정가보다 비싸게 거래하는 2차 유통 형태다. 중고 거래와 유사하지만 단순히 사용하던 제품을 되파는 것이 아니라 희소성과 인기에 따라 형성된 부가가치를 사고파는 시장이라는 점이 다르다. 또 정품 검수와 보증 절차를 거치는 구조로 인해 일반 중고거래보다 신뢰도가 높다는 특징이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는 최근 소비자들이 ‘효율’과 ‘실용’을 중시하는 소비 성향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격 대비 만족도를 따지는 가치소비 확산이 리셀 시장의 체질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리셀 플랫폼 크림(KREAM)의 최근 월간 거래 순위에서는 아디다스 ‘삼바’·‘가젤’, 나이키 ‘덩크’, 아식스 ‘젤카야노’ 등 주요 스니커즈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여전히 운동화가 시장의 핵심 품목으로 남아 있지만, 중국 팝마트의 캐릭터 피규어 ‘라부부’가 1위에 오르며 거래 흐름의 변화를 보여줬다. ‘유행이 끝났다’는 말이 무색할 만큼, 라부부는 여전히 거래량 선두를 유지하며, 취향을 반영한 수집형 제품에 대한 인기를 보여준다. 업계에서는 리셀 시장이 콘텐츠와 취향 중심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크림 관계자는 “한정판 스니커즈 수요가 예전보다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 카테고리에서는 추가금을 내고서라도 구매하려는 수요가 꾸준히 있다”며 “리셀 시장이 위축됐다기보다 소비 성향이 실용과 취향 중심으로 전환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크림 내부 집계에 따르면 올해 1~7월 ‘러닝’ 관련 검색량은 전년 대비 270% 증가했고, 거래액과 구매자 수 역시 세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다. 크림은 이 같은 수요를 반영해 ‘러닝’ 전용 카테고리를 마련했다. 운동화를 중심으로 볼캡·양말·아이웨어 등 주변 액세서리 거래가 빠르게 늘며 리셀이 일상 소비 영역으로 확장되는 흐름이 뚜렷하다.

크림은 스니커즈 중심 거래 중개 서비스로 출발했지만 이후 피규어·굿즈·뷰티·리빙 등으로 카테고리를 확대하며 종합 리셀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2022년부터 브랜드 입점을 확대해 소비자 간 거래(C2C)와 기업-소비자(B2C) 모델을 함께 운영하고, 명품 거래 카테고리 ‘부티크’를 ‘빈티지’로 바꾸며 중고 명품 거래도 강화했다.

2024년 크림 매출은 전년보다 40% 이상 증가하며 외형 성장을 이어갔지만, 수익성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검수·물류·인증 등 고정비 부담이 큰 구조 탓에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크림은 검수 과정에서 하자가 없지만 반품된 상품을 다시 유통하는 ‘리퍼비시(Refurbished)’ 거래를 확대하고, 브랜드 직접 입점을 통해 수익 모델을 다변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가품 논란’이 불거진 라부부를 계기로 검수 절차도 한층 강화했다. 스캐닝 전문 기기를 도입해 QR코드·도색·태그 차이 등을 세밀하게 판별하고, 거래 후 가품으로 판정되면 구매 금액의 3배를 보상하는 제도도 운영 중이다. 정품 인증과 신뢰 확보가 리셀 플랫폼 경쟁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검수 기술력과 품질 관리가 새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황효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yoju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