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정부·기업이 한 팀이 되어 2030년 부산 엑스포(EXPO) 유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2030 엑스포는 국제박람회기구(BIE)에 등록돼 5년마다 개최하는 '등록 엑스포'여서 우리나라가 유치에 성공한다면 올림픽·월드컵에 이어 세계 3대 '메가(mega) 이벤트'를 모두 개최하는 세계 7번째 국가로 등극하게 된다. 한국팀이 BIE 회원국을 대상으로 유치교섭 활동에 총력을 다하는 열기는 프랑스 파리 샤를드골 국제공항 인근과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Opéra Garnier) 외벽의 옥외 광고는 물론 BIE 총회장에서 부산 엑스포 공식 리셉션장에 이르는 거리에 즐비한 가로 배너들의 모습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30 부산 엑스포의 메인 주제는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이며 3대 부제는 '자연과의 지속가능한 삶', '인류를 위한 기술', '돌봄과 나눔의 장'으로 지속가능한 이슈를 극대화하고 있다.
우리 모두 부산 엑스포에 관심을 갖고 응원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엑스포 개최의 진정한 의미는 1851년 런던 하이드파크의 수정궁(Crystal Palace)에서 개최된 제1회 엑스포(일명 만국박람회)의 정신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영국 정부는 시대적으로 절실히 요청됐던 전문적·대중적 미적 향상을 위한 최우선 정책으로 만국박람회 개최에 진심이었다. 세계 최초로 산업혁명을 성공시킨 18세기 영국은 세계 산업의 구심점으로 군림하면서 위풍당당한 대영제국의 파워를 과시했다. 하지만 19세기 초부터 몰려오는 도시인구의 급증으로 물질적 부의 구조적 편중이 심화됐고 빈부격차의 가속화, 도시공해와 위생보건의 문제, 범죄의 증가 등 각종 부작용이 뒤따랐다.
게다가 사회에 만연한 윤리적·도덕적 문제들이 불거지면서 지식인층을 중심으로 문화와 미술의 질(質)적 저하가 이슈로 쟁점화돼 '예술은 그 민족의 도덕적 건전함의 상징이다'라는 믿음이 팽배했다. 건축가 찰스 코크렐(Charles Cockerell)은 "단지 경제성장만을 향해 마음의 손작업을 기계 공정으로 대치하려는 시도는 예술의 품위를 떨어뜨린다"고 호소,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이렇게 확산된 사회·문화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836년 초 영국 의회에는 특별조사위원회가 설립됐다. 당시 대표적 디자인 이론가였던 퓨진(Augustus W.N. Pugin)은 미적 가치의 쇠퇴 요인을 국가 및 민족의 도덕적 기준의 쇠퇴와 결부시켰고, 19세기 어두운 공장 분위기의 병폐적 쇠락을 극복하기 위해 과거 기독교 정신을 토대로 도덕적·윤리적으로 승화됐던 고딕시대의 장식미술에서 찾았다. 영국 정부 또한 실질적인 수출증대를 위해 산업미술의 부흥이 절실했기에 교육기관 최초로 '국립디자인학교'를 창설했다(1837).
더 나아가 장식미술가, 비즈니스맨 그리고 국민들의 폭넓은 디자인 의식의 고취를 위한 최선의 전략으로 '만국박람회'(1851)를 개최하기에 이르렀다. 박람회에서는 문호를 활짝 열어 공산품은 물론 식민지 국가들의 장식미술품들까지 전시해 장식디자이너와 제조업자들의 미적 수준은 물론 대중적 예술감각을 함양하려 했다. 그 성과를 발전시켜 '생산품 박물관(Museum of Manufactures)'을 중심으로 영국의 대표적인 런던의 빅토리아 앨버트 미술관(Victoria and Albert Museum, 1852)을 설립했다. 그 후 엑스포는 꾸준한 국제적 공조를 통해 세계로 연결, 인류 문명의 업적을 전시하는 '하이테크의 장(場)'을 마련해 근대 이후 전개된 인류 문명의 발전사로 자리매김했다. 평화와 진보라는 '엑스포 정신'은 국제적 소통 통로를 통해 미래지향적 과학과 문화가 융합된 성대한 축제의 장으로 승화됐다. 엑스포는 주최국 도시의 역사적 홍보뿐 아니라 미래를 향한 국가 간 이해의 증진과 신문화를 촉발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예컨대 기후 위기는 한 나라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세계박람회는 광범위하고 위력적인 신기술과 문화 확산 수단으로서 전 인류가 현명한 해결책을 찾고 실천하는 글로벌 플랫폼이다. 엑스포의 기능을 기술격차를 줄이기 위해 하이테크 문화를 공유하는 장으로 승화시킨다면 부산시가 주창하는 '인류를 위한 기술' '돌봄과 나눔의 장'에 부합, 세계가 고민하는 지구 온난화와 빈곤·불평등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한 마당이 될 것이다. 더욱이 본격적인 ESG 시대로의 전환기인 2030년 부산 엑스포 유치가 성공한다면 미래세대를 위해 복합위기에 대처하는 솔루션 플랫폼으로서 기회를 부여할 수 있다. 그 결과, 예상되는 61조 경제효과는 물론 '국격의 업그레이드'에 의해 유발되는 '국가 리더십 구축'이라는 가치는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11월의 득표 전쟁에서 승리하도록 우리의 외교력·경제력·문화력 등 대한민국이 지닌 모든 유무형 자산을 쏟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