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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한국거래소, '공공기관 지정 해제' 결국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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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공공기관 지정 해제' 결국 무산

한국거래소(KRX)의 '공공기관 지정 해제'가 결국 무산됐다.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는 24일 오전 회의를 열고 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숙원사업이 실패로 돌아간 거래소는 침통한 분위기다. 증권업계도 "글로벌 거래소들과 경쟁하려면 자율 경영을 확대해야 한다"며 아쉬운 목소리를 내고 있다.

◇'ATS 설립 가능'…독점구조 해소에도 실패
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것은 이명박 정부 초인 2009년이다. 지정 이유는 방만 경영과 독점 구조 때문이다.

이후 거래소는 강도 높은 감사와 경영평가를 받았다. 내부에서는 보수적 경영으로 국제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볼멘소리가 쏟아졌다.

공운위는 지난해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묶어두며 "법령상 독점적 사업구조가 해소돼야 한다"고 재검토 가능성을 열어 놨다.

같은해 4월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로 대체거래소(ATS) 설립이 가능해지면서, 법령상 독점사업권이 해소되자 공공기관 지정해제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졌다.

최경수 이사장 역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위해 정부와 협의하겠다. 방만 경영은 빨리 해소하겠다"며 의지를 밝혔다.

◇방만경영이 가장 큰 요인

거래소가 공공기관이라는 족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무엇보다 방명경영 논란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 따르면 한국거래소의 1인당 복리후생비는 1488만9000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295개 공공기관 중 1인당 복리후생비 지급 규모가 가장 큰 것이다. 이에 따라 거래소는 정부가 지정한 '방만경영 중점관리 대상기관' 20개 가운데 1위로 꼽혔다.

방만경영 논란으로 그동안 추진해 온 '공공기관 지정 해제' 작업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이자, 거래소는 업무추진비, 행사비, 여비 등 방만경영 소지가 있는 예산을 30~45% 삭감키로 하는 등 개선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공공기관 정상화를 직접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는 등 거래소가 방만경영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신 위원장은 지난달 간부회의에서 "금융위 산하 기관 중 방만경영으로 평가된 공공기관의 정상화 방안을 구체적으로 만들고 기획재정부와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 침통…내년엔 해제되나

한편 공운위의 이번 결정으로 거래소는 '좌절' 분위기다.

현행 공공기관으로 남아 있는 소유·지배구조를 개선하지 못하면 향후 2~3년 이내 글로벌 인수합병(M&A) 전략을 수립한다는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 관계자는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다"며 "공공기관 지정 유지로 해외 거래소와의 경쟁력에서 뒤처지고 추진 중인 해외 사업에도 제약받을 수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거래소의 주주인 증권사들도 아쉽다는 반응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부 간섭으로 인한 경쟁력 저하 등 공공기관으로서의 장점보다는 단점이 우려된다"며 "거래소는 자율적 경영을 통해 수익사업을 확대하고 경쟁력 키울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거래소 발표대로 2020년까지 세계 7위권 거래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활동에 제약이 없어야 한다"며 "공공기관이라는 제도가 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 측은 내년에는 공공기관에서 풀릴 것이라는 희망을 걸고 있다.

이를 위해 ▲긴축 예산 편성 ▲경영진 보수 삭감 ▲직원 복지 축소 등을 추진,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기관 정상화 시책의 롤 모델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