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날 열린 국회 정무위 법안 소위 안건에 '실손 보험 청구 간소화'를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상정됐다. 하지만 시간 관계상 안건 관련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따라 오는 23일 법안 소위에서도 통과하지 못하면 연내 본회의 처리는 무산될 전망이다.
현재 실손 보험금 청구 시 가입자는 직접 의료 기관을 방문해 '진료비 영수증', '세부 내역서' 등 종이 서류를 발급 받아 보험사에 제출해야 한다. 개별적 불편함을 넘어 사회적 비용 낭비 문제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번거로운 절차' 때문에 실손 보험 청구를 포기한 사례도 많다. 녹색소비자연대· 소비자와 함께· 금융소비자연맹 등 3개 시민 단체가 지난 4월 23일부터 26일 까지 최근 2년 간 실손 의료보험에 가입한 만 20세 이상 일반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47.2%의 소비자가 최근 2년 내 실손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어도 청구를 포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구 포기 사유로는 ‘진료 당일 보험사에 제출할 서류를 미처 챙기지 못한 가운데 다시 병원을 방문할 시간이 없어서’가 46.6%, ‘증빙서류를 보내는 것이 귀찮아서’가 23.5%로 사실상 청구 절차가 복잡해 포기한 경우만 70.1%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실손 보험금 청구 시 전산 청구 시스템이 필요 하다’란 의견도 78.6%에 달했다.
실손보험은 가입자가 질병이나 상해로 입원 또는 통원 치료 시 의료비로 실제 부담한 금액을 보장해 주는 상품이다. 전체 국민의 75%인 3900만 명 이상이 가입하면서 제 2의 건강보험으로까지 불린다.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는 가입자 청구 면에서 비효율성을 지적하면서 지속적으로 '실손 보험 청구 간소화'를 추진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의료계 반발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맴돌았다.
의료계는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병원 부담 가중' 등을 이유로 '실손 보험 청구 간소화'를 반대한다. 보험사와 가입자 간 사적 계약에 의해 민간 보험으로 권리가 이관 되면서 의료계는 어떤 이익도 얻지 못하고 의료 기관이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의료비 증빙 서류를 전송해 줘야 하는 의무만 떠안게 됐다고 불만한다. 의료계는 자료 전송 과정에서 환자 개인정보 유출 위험도 있고 문제 발생 시 의사가 법적 분쟁에 까지 휘말리게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입장이다.
반면, 보험업계는 비용절감과 더불어 가입자의 편의와 신뢰를 높이기 위해선 '실손 보험 청구 간소화'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의료계는 보험금 청구가 전산화 되면 비급여 항목 진료비가 노출돼 진료 수가 인하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데 무엇보다 환자 입장에서 편의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지 않는 것 같다 ”고 비꼬았다.
이보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lbr0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