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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기 '언 발에 오줌 누는' 관치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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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기 '언 발에 오줌 누는' 관치금융

부실 리스크 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최대 3년 만기 연장과 이자상환 1년 추가 유예로 5년간 잠재부실 금액만 141조원 넘어

연말까지 지속적인 금리인상이 예고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직·간접적 '관치금융' 강도가 세어지자 이를 두고 찬성과 반대로 의견이 갈리고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이미지 확대보기
연말까지 지속적인 금리인상이 예고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직·간접적 '관치금융' 강도가 세어지자 이를 두고 찬성과 반대로 의견이 갈리고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기준금리 3% 시대가 열렸다. 지난해 8월 이후 1년 2개월이란 짧은 기간 동안 기준금리는 무려 2.5%포인트나 인상됐다. 10월 빅스텝의 주요 원인도 '환율 상승'과 '고물가'였다. 연말까지 꾸준한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되면서 예·적금 5%, 대출금리 8% 시대도 예상된다. 특히, 주담대 상단금리는 이미 7%대를 넘어섰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8% 대 진입'도 목전에 두고 있다. 7월 5%대였던 신용대출금리도 7%에 근접했다.

한은은 7월에 이은 두 번째 빅스텝으로 가계부채 이자만 54조원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치솟는 대출금리에 차주들의 등골만 휘고 있다. 이런가운데 금융당국이 나서서 은행에 수신금리를 높이고 대출금리를 낮출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당국의 이같은 개입에 대해. 금융권에선 금융당국의 개입이 차주들의 부담을 줄이는 것으로 찬성한다는 입장과 시장 논리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으로 나뉘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수신금리 인상과 대출금리 인하'를 강요하며 대출규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지난 6일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김주현 위원장은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의 총량 규제가 필요하다"며 가계대출 총량규제에 강하게 나설 뜻을 비쳤다. 금감원 역시 지난 13일 예대금리차 공시 확대 개편을 발표하면서 금융권에 이의 시행을 종용했다. 이같은 금융당국의 개입에 은행들은 9개월째 대출이 감소하는 속에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수신금리를 높이고 대출금리를 낮춰야 하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금융당국의 이같은 시장개입 관치에 대해 금융권에서도 의견이 팽팽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급격한 금리상승으로 빚투·영끌족 등 취약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는 만큼. 코로나19 대출 연장을 포함해 대출금리를 낮추는 등 어느 정도 금융당국의 개입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관치금융 무용론'을 앞세우는 경우도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당국이 시장 논리를 무시한 체 직·간접적으로 시장 개입에 나서면서 소위, '관치금융'의 강도만 높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무리한 직·간접적 수신금리 인상 요구는 은행으로 하여금 조달 비용만 늘게 한다. 언발에 오줌누는 식으로 당장은 취약차주들의 이자부담을 줄여줄지 모르지만 결국에는 대출금리 인상이라는 부메랑이 돼 되돌아오는 만큼 피해는 고스란히 금융소비자만 입게 된다. 당국의 개입은 줄이고 시장 판단에 맡겨야 한다" 고 강조했다.

최근, 대출금리가 상승하면서 9개월 째 가계 대출은 줄고 있다. 9월 한 달 새 1조2000억원이나 줄었다. 세부적으로는 신용대출 같은 기타 대출은 감소했다. 하지만 오히려, 주담대는 늘었으며 채권시장의 경직 탓에 기업 대출 역시 한 달 새 9조원이나 늘었다.

은행 관계자는 "예대 마진은 은행의 기본 업무다"며 "금리가 급격히 오르는 상황에서 은행 역시 취약 차주들을 위해 가산 금리를 내리는 등 자체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며 "대개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자연스럽게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는데 작금의 대출 감소 현상은 금리 상승기에 시장에서 금융소비자들에게 외면 받는 것이지 은행 탓은 아니다" 고 강조했다.

은행은 배당을 통해 주주에게 수익을 환원해야 하는 주식회사다. 하지만 정부의 적극적 관치가 이어지면 오히려 은행들의 수익은 하락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바꿔 말하면 국내자본이 외국 자본과의 경쟁에서도 밀리는 것을 의미하며 장기적으로는 배당 감소와 투자 이탈로 이어진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금융사임에도 오랜기간 금융기관으로 취급 받아 왔다. 따라서 '이익이 크면 국민을 상대로 이자장사를 했다고 비난 받고 이익이 적으면 방만 경영 했다'고 성토 당해 왔다.
특히, '소상공인 코로나19 대출만기 연장 5번째 상환유예' 조치의 경우, 생색은 정부가 다 내고 책임은 은행이 졌다. 근본 대책 미흡은 여전히 도마에 올라 있다. 부실 판단 여부를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깜깜이 부실'이라며 결국 큰 위기를 불러올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금융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그동안 은행들은 만기 연장은 불가피해도 이자 만큼은 정상적으로 받아야 부실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이는 금융당국에 의해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이제는 더 이상 부실 규모조차 판단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연체 확인 등 부실 리스크 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최대 3년의 만기 연장과 이자상환 1년 추가 유예 조치로 인해 5년간 잠재 부실 금액만 141조원(57만여명)을 넘어섰다. 이 중 만기연장이 124조7000억원, 원금 유예가 12조1000억원, 이자 유예가 4조6000억원에 달한다. 결국, 은행권은 부실을 막기위해 더 많은 충당금을 쌓아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말았다.

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대출이 늘고, 금리 상승으로 이자 이익이 증가하는 등 은행들이 반사 이익을 본 것은 맞다"며 "하지만 은행 역시 주주 환원을 해야 하는 주식회사인데 사회적 책임만 강조하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은행이 소비자 보호를 등한시 한다거나 과도한 이익을 취하는 경우 금융당국 개입은 당연히 필요하다. 적절한 관치금융에는 찬성한다. 하지만 은행의 부실 관리 경험 노하우 만큼은 금융당국도 인정하고 귀 기울이고 들어 줘야 한다 "고 덧붙였다.


이종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zzongyi@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