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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文신남방 속빈강정] 은행 현지 점포 5년간 늘었지만...수익 급감 ‘헛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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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文신남방 속빈강정] 은행 현지 점포 5년간 늘었지만...수익 급감 ‘헛구호’



신남방정책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11월 9일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공식 천명한 정책이다. 사진은 문재인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신남방정책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11월 9일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공식 천명한 정책이다. 사진은 문재인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강력 드라이브를 걸었던 신남방정책 중 금융분야 성과가 부실해 ‘외화내빈’에 시달리고 있다. 당시 문 정부는 신남방지역이 ‘넥스트 차이나’라는 요란한 구호와 함께 은행의 현지 진출을 독려했고, 은행들은 잇달아 현지 점포를 확장했다. 하지만 대표적 규제 산업인 은행업은 현지 법 제도, 규제 차이뿐만 아니라 자국 금융 보호장벽이 높은 만큼 치밀한 계획을 갖고 추진해도 어려운데 문 정권에 등 떠밀리듯 진출하면서 불확실성을 키웠다. 결국 본지 취재 결과 지난 5년여간 신남방국가 진출 은행들의 순이익이 17.7% 감소하는 등 초라한 성적표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8일 윤주경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 등에 따르면 문 정부가 독려했던 신남방정책 관련 5년간 은행의 성과가 기대에 못 미쳐 초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문 정부가 신남방국가 진출 독려로 현지 점포는 급증했지만 실적은 뒷걸음질해 오히려 수익이 하락했다.

정부의 신남방국가 진출 독려로 국내 은행 현지 점포는 2017년 말 75개에서 2022년 말 86개로 5년 새 22.8% 증가했다. 주로 규모가 큰 현지법인 진출이 러시를 이루면서 같은 기간 현지법인은 18개에서 28개로 55.5% 급증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사무소는 27개에서 25개로 소폭 줄었다.

이같이 국내 은행의 신남방국가 진출 점포 수가 늘면서 덩치를 키웠지만 실적은 하락해 체면을 구겼다.

국내 은행 신남방국가 당기순이익은 2017년 말 2억3900만 달러에서 2022년 말 1억6300만 달러로 31.7% 급감했다. 신남방국가 당기순이익은 2021년까지 3억 달러를 넘기며 소폭 성장세를 이어갔다. 일부 국내 은행이 무리하게 인수한 현지 은행에서 숨겨진 부실이 드러나면서 대규모 충당금을 쌓게 됐고 순이익이 급감하는 요인이 됐다.

이처럼 금융당국 규제 등에 시달리는 은행들은 문 정부가 밀어붙인 신남방정책에 무리하더라도 호응할 수밖에 없었고, 일부 후유증을 겪었다.

문 정부가 진출을 독려한 신남방국가는 말레이시아, 미얀마, 베트남,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태국, 필리핀, 라오스, 브루나이 등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국과 인도 등 11개국이다. 신남방정책은 문 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11월 9일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공식 천명한 정책이다. 기존 미·일·중·러 4강 외교 위주에서 탈피해 아세안 국가와의 협력 강화 방안을 담고 있다.

이와 달리 홍콩, 미국, 일본, 영국 등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은 실적이 크게 개선돼 졸속 추진됐던 신남방정책의 부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같은 기간 홍콩에 진출한 국내 은행 순이익은 1억2400만 달러→2억1300만 달러(71.7% 증가), 미국 7200만 달러→1억6100만 달러(123.6% 증가), 일본 9200만 달러→1억4500만 달러(57.6% 증가), 영국 6700만 달러→1억2300만 달러(83.5% 증가)로 껑충 뛰어올랐다. 주요국 중 중국은 코로나19 봉쇄정책을 비롯해 한·중 관계 악화 등으로 국내 은행 순이익이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은행의 예대 마진 감소와 신시장 확대를 위해 해외 진출을 모색해야 하지만, 금융은 규제와 현지화 장벽이 높은 만큼 철저한 준비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정권 차원에서 신남방정책 실적을 올리기 위해 무리하게 금융사의 진출 확대를 독려할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 금융 전문가는 “은행은 엄격한 자본 규제로 리스크 관리 요구가 높고 동남아는 특히 법과 제도, 규제의 차이가 크고 시장 인프라가 미비하다”며 “자국의 금융산업 보호를 위한 차별화 정책과 해외발 이슈에 변동성도 높아 불확실성이 커 신중한 접근이 필요했다”며 우회적으로 정책적 문제를 지적했다.

일각에선 금융의 해외 진출이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융시장 현지화는 상당히 힘들고 오랫동안 성과를 내는 것이 쉽지 않다”며 “신남방 진출 시 비우량 은행을 매입해 정상화하는 과정에 인내심이 필요하다. 동남아 국가들은 성장률이 높아 우여곡절을 거치더라도 시장에 안착하면 중장기적으로 성과가 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임광복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