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연 7%가 눈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주택거래가 살아나면서 가계대출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미국 긴축 등의 영향으로 국내 대출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가계 부담을 높이고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아파트 매매가 회복 흐름을 보이면서 2~3개월의 시차를 두고 주담대가 증가할 것으로 보여 하반기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코픽스)는 연 4.08~6.92%로 집계됐다. 이 중 상단은 7%에 근접했다. 일부 은행에서는 이미 7%를 웃도는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조달자금비용지수)는 6월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전월 대비 0.14%포인트 올라 3.70%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2월부터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해 왔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이 긴축 신호를 보내면서 국내 대출 금리에 영향을 주는 은행채 금리도 오르고 있다.
코픽스는 예적금 금리와 양도성예금증서(CD), 금융채 등의 영향을 받는다. 이들 금리가 오르면 코픽스도 함께 상승하게 된다.
예금 금리도 코픽스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어 대출 금리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주요 정기예금 상품(12개월) 금리는 연 3.5~3.85%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10월부터 시행해온 은행 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금 비율) 규제 완화 조치가 정상화되고 은행채 금리가 연 4%에 육박하면서 은행들이 자금 확보를 위해 수신 금리를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예금 금리가 올라가면서 안전 자산으로 자금이 몰리는 역(逆)머니무브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6월 말 822조2742억원에서 7월 말 832조9812억원으로 한 달 새 10조원이 늘어났다.
한편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은행권 가계대출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6조원 증가한 1068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전세자금대출 등을 포함한 주담대 잔액은 820조8000억원으로 지난달보다 6조원 늘었다. 이는 수도권 중심의 주택 매매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주택자금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옥자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주택 거래 상황을 보면 6월까지 계약된 아파트 매매거래가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는 통상 두세 달 시차를 두고 주담대 시행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주택자금 수요가 지속될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이 가계부채 부담을 증가시키고 소비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인한 이자 부담 증가로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차주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은은 지난 3분기 기준 주담대 보유 차주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60.6%라고 발표했다. 주담대를 받은 차주가 연 소득의 60% 이상을 원리금을 갚는 데 사용한다는 것이다.
DSR은 소득 대비 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나타낸다. DSR이 높을수록 소득 대비 빚 상환 부담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현열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 상승에 따른 차주의 이자 상환 부담과 소비의 변화' 보고서에서 "대출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이자 상환 부담이 늘어나면서 평균적으로 차주의 DSR은 1.94%포인트 오르고 분기별 소비는 0.49% 감소한다"고 추정했다.
김현열 연구위원은 "향후 대출 금리의 상승이 지속될 경우 그로 인한 이자 상환 부담의 가중은 우리나라 민간소비에 하방 압력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계부채가 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하자 정부는 긴급 점검회의에 나섰다.
이세훈 금융위 사무처장은 지난 10일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를 개최해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금융 안정을 위협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가계부채 증가세가 본격화되면 적정 수준으로 긴축하기 쉽지 않은 만큼 장기적인 시각에서 가계부채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훈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unjuro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