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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지각변동①] 잊을만 하면 ‘철수·매각설’…韓은 외국계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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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지각변동①] 잊을만 하면 ‘철수·매각설’…韓은 외국계 ‘무덤’

ING, 에르고다음, 알리안츠 등 총 5개 글로벌 보험사 韓 떠나
‘저성장·저출산·저금리’ 표면적 이유…자국比 높은 ‘규제’ 부담

우리나라 규제 환경으로 인해 시장에서 철수하는 글로벌 보험사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네덜란드 종합금융그룹인 ING은행 본사 전경.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우리나라 규제 환경으로 인해 시장에서 철수하는 글로벌 보험사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네덜란드 종합금융그룹인 ING은행 본사 전경. 사진=로이터


우리나라 규제 불투명성으로 글로벌 보험사들의 철수가 줄을 잇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외국계 보험사들은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고전한다. 저성장·저출산·저금리 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뿐 아니라 자국 대비해서 높은 규제 수준이 외국계 철수를 자극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3일 보험업계 따르면 현재까지 우리나라를 철수한 외국계 보험사는 ING생명(네덜란드)와 에르고다음(독일), 알리안츠생명(독일), PCA생명(영국), 푸르덴셜생명(미국) 등 5개사다. 현재 우리나라에 진출한 외국계 보험사는 총 26개사로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각각 8개사, 18개사가 영업 활동 중이다.

그러나 잇단 외국계 보험사의 철수로 인해 미국계 보험사인 메트라이프생명과 중국계 ABL생명, 대만계 동양생명, 홍콩계 AIA생명, 프랑스계 악사손해보험 등의 경우 여전히 매각설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외국계 보험사들이 철수설에 시달리는 배경은 저성장·저출산·저금리 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시장 포화가 표면적인 원인으로 거론된다. 다만 이런 흐름이 전 세계 주요국에서는 공통적인 흐름이다 보니 우리나라의 보험시장이 외국계 경영환경에 적합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우리나라 회계·운용 상 제도나 규제를 보면 외국과 차이가 크지만, 경영 문화나 환경 역시 글로벌 흐름과는 다소 동떨어진 측면이 있다. 외국계 보험회사를 힘들게 하는 대표적인 규제가 바로 ‘차이니즈 월’이다. 이는 내부통제 규제 중 하나로 내부거래의 정보교환을 철저히 금지하는 정보방화벽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른 각 금융회사의 영역확장으로 겸업이 늘어나 발생하는 계열사 간 밀어주기 현상에서 고객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외국계 보험회사들은 업무 특성상 해외지점과 업무협조 등 근무시간 외 업무가 불가피하다면서 주 52시간 적용도 제외해 달라고 요청하는 상황이다.

외국계 보험사가 우리나라 보험산업 선진화에 기여한 부문은 대단히 많다. 과거 푸르덴셜생명은 재무설계라는 전문서비스 제공을 통해 종신보험을 안착시켰다. 아울러 외국계 보험사 진출 이후 대졸 설계사 조직을 만들어 보험설계사를 전문직으로 한 단계 격상시켰고, 설계사들이 기피하던 저렴한 보험상품을 TM(텔레마케팅)채널을 통해 성공적으로 판매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보험상품 선택의 폭을 넓혔다.
이밖에 고령화 시대에 적합한 고령층 대상 상품개발 방향을 제시했고, 모두가 어려워하던 치아보험도 최초로 개발한 보험사도 외국계다. 안철경 보험연구원 원장은 과거 언론 기고문을 통해 “보험업의 특성상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한데 우리나라 규제의 불투명성은 외국계 보험사들이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하는 것을 어렵게 하거나, 각 회사의 경영전략을 발휘하지 못하게 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