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제도 변경·고금리 저축보험 역풍’…‘K-보험’ 포트폴리오 불안
‘보장성 중심’ 안정적이고 꾸준한 수익…외국계, M&A 대안 부상
‘보장성 중심’ 안정적이고 꾸준한 수익…외국계, M&A 대안 부상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우리나라 토종 보험사들이 매물로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원매자(사려는 기업)들로부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금융지주들이 인수한 보험사들을 보면 대부분이 ‘외국계’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각각 미국계인 푸르덴셜생명, 네덜란드계인 오렌지라이프생명(구 ING생명)을 인수해 ‘KB라이프생명’, 신한라이프생명을 출범시켰다.
과거 고금리 저축보험 판매로 인해 실적 변동성이 큰 토종 보험사와 달리, 외국계 보험사의 포트폴리오는 굉장히 안정화 됐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매년 꾸준히 안정적인 수익을 달성해야 하는 금융지주 입장에서 국내 보험사보다는 외국계 보험사가 훨씬 매력적이라는 해석이다.
3일 보험업계 따르면 보험사 인수를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우리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최근 ‘계획 없음’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 8월에 있었던 행사장에서 비은행 회사 인수 계획에 대한 질문을 받고 “증권사는 인수를 계속 추진하겠지만, 보험사 인수는 계획이 없다”고 했고,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도 지난달 13일 영국에서 금융감독원과 공동으로 가진 투자자 행사에서 “적당한 손해보험사 매물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KDB생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본실사에 착수한 하나금융지주 역시 실제 인수에 나설지 확실치 않다.
비은행 수익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는 금융지주들이 보험사 인수를 철회한 배경은 ‘마땅한 매물’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현재 보험사들의 몸값은 살짝 부풀려져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올해 상반기 보험회사 순이익이 신 회계제도(IFRS9·IFRS17) 도입의 영향으로 크게 증가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보험회사 경영실적’(잠정)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보험사(생명보험사 22개·손해보험사 31개) 당기순이익은 9조1440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조5399억 원(63.2%) 급증했다.
이는 보장성 보험 판매 증가에 따른 실적개선 영향과 회계제도 변경(IFRS9·IFRS17 도입)에 따른 것으로 ‘회계적 착시’ 효과란 분석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이 새회계제도에 대한 계리적 가이드라인을 마련 이후 하반기 순이익은 직전 분기보단 부진할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매물로 나온 보험사들의 인수 매력도 크지 않다. 현재 원매자를 찾고 있는 국내 보험사는 MG손해보험과 롯데손해보험, KDB생명 등이 있다. 각사별로 재무건전성을 개선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지만, 인수 이후에도 추가적인 자본확충 부담이 있고, KDB생명의 경우 과거 판매가 많았던 고금리 저축보험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이렇다 보니 실적 변동성과 상품 포트폴리오 구성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외국계 보험사들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대표적으로 매물로 나오진 않았지만, 잠재 매물로 꾸준히 거론되는 중국계 동양생명이다. 작년 말 기준 동양생명의 총자산은 37조4345억 원이다. 이는 총자산 17조 원 수준의 KDB생명, ABL생명의 2배가 넘는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2002억 원을 기록, 전년동기 대비 117% 급증했다.
동양생명은 지난 2015년 중국 안방보험에 매각된 후 현재는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다자보험그룹이 경영을 맡고 있다. 중국 정부는 다자보험의 민영화를 위해 최근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다자보험이 최근 매각을 추진 중인 ABL생명에 이어 동양생명도 곧 M&A 시장에 이름을 올릴 것이란 관측이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보험사의 경우 과거 저축보험 판매로 인해 여전히 건전성 개선에 목 말라 있는 반면, 외국계의 경우 원래부터 보장성 중심이라서 포트폴리오 구성이 매우 안정적”이라며 “원매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국내 보험사와 달리 상대적으로 외국계 보험사가 나온다면 분위기가 사뭇 다를 것”이라고 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