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BOK 이슈노트 'AI와 노동시장 변화'
전체 취업자 14%, AI로 대체 가능성
전체 취업자 14%, AI로 대체 가능성

특히 단순노동 분야가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기존 인식과 달리 고소득·고학력일수록 AI에게 자신의 일자리를 내줘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16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BOK 이슈노트-AI와 노동시장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일자리 중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큰 일자리는 약 341만 개(전체 일자리 12%)로 추정됐다.
이는 직업별로 업무가 현재의 AI 기술로 얼마나 수행할 수 있는지 측정한 'AI 노출 지수'를 기준으로 상위 20%에 해당하는 직업을 식별하고, 해당 직업에 종사하는 근로자 수를 더한 결과다. 만약 임계점을 상위 25%로 확대하면 398만 개(전체 일자리의 14%)의 일자리가 AI 도입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에 노출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AI 노출 지수가 가장 높은 일자리에는 화학공학 기술자, 발전장치 조작원, 철도 및 전동차 기관사, 상하수도 및 재활용 처리 조작원, 금속재료 공학 기술자 등이 포함됐다. 이러한 일자리들은 대용량 데이터를 활용해 업무를 효율화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반면 AI 노출 지수가 가장 낮은 일자리는 단순 서비스 종사자, 종교 관련 종사자 등 대면 접촉과 관계 형성이 필수적인 직군들이 포함됐다.
임금 수준과 학력 수준별로 보면 고학력·고소득 근로자일수록 AI에 더 많이 노출돼 있었다. AI가 비반복적·인지적 분석 업무를 대체하는 데 활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고학력·고소득 일자리의 AI 대체 가능성이 크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직업 세분류로 살펴보면 의사, 변호사, 회계사, 건축가, 자산운용가, 공학 관련 연구원·기술자 등은 AI 노출 지수가 높았다. 반면 대학교수, 성직자, 기자, 가수·성악가, 경호원, 장례지도사 등은 AI가 대체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됐다.
오삼일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장은 "예상과 달리 기자가 AI 노출 지수가 낮은 것은 단순 보도와 달리 탐사 보도 등은 대면 취재를 통해 이뤄지고, 취재원과의 관계 형성을 통해 기사를 작성해야 한다는 특징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AI 노출 지수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해당 업무가 얼마나 많은 AI 특허를 갖고 있는지 조사하는데 이에 따른 영향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별로 보면, 남성 일자리의 AI 노출 지수가 여성 일자리보다 다소 높게 나타났다. 산업용 로봇이나 소프트웨어 기술 발달로 남성 일자리가 AI 기술에 더 많이 노출돼 있는 반면에 AI 노출 지수가 낮은 대면 서비스업에는 상대적으로 여성이 많이 종사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편 연령별로는 AI 노출 지수가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보고서는 AI 기술 확대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직업군도 있겠지만,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도 내다봤다. 또한 오히려 AI로 인한 생산성 증가는 전반적인 노동수요 증가, 임금상승 등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오 팀장은 "AI는 반복적 업무뿐만 아니라 기존 기술로는 한계가 있는 인지적 업무까지 대체할 수 있기에 사회적 기술, 팀워크 능력, 의사소통 능력과 같은 '소프트 스킬(soft skill)'이 앞으로 더 많은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