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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금융 바람’ 이번엔 카드업계… “업황도 어려운데”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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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금융 바람’ 이번엔 카드업계… “업황도 어려운데” 한숨

올해 상반기 2조 상생금융안 내놔
경영환경도 갈수록 어려워져 부담 커

카드사들이 다시 돌아온 상생금융 압박에 추가 지원안을 마련할 여력이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카드사들이 다시 돌아온 상생금융 압박에 추가 지원안을 마련할 여력이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이 은행과 보험사에 이어 카드업계를 조준하면서 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카드업계는 이미 올해 상반기 2조원 규모의 상생금융안을 내놓은데다 경영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상생금융 시즌2 바람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은 주요 금융업권별 CEO와 만나 릴레이 간담회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0일 금융지주 회장단을 시작으로 17개 은행장을 만났고, 6일에는 10개사 보험사 CEO들과 회동했다. 이후에는 여신전문금융사, 저축은행, 상호금융, 금융투자사 등 업권과도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당국이 릴레이 간담회를 진행하는 것은 금융업권에 상생금융안 마련을 촉구하기 위한 것인데 압박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당국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금융권도 잇따라 상생 보따리를 풀고 있다. 은행권은 연내로 2조원 규모의 상생금융안을 발표할 예정이며, 보험사들도 곧 1조원 규모의 상생안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

다음 차례인 카드사들은 말없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아직 정확한 일정은 정해진 바 없으나 조만간 금융당국이 주요 카드사 CEO들을 만나 추가 상생금융안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카드사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미 올해 상반기 2조원 규모의 대규모 상생금융 지원안을 발표한 바 있고 업황 악화의 지속으로 더 이상 곳간을 열 여력이 없어서다.

카드사들은 지난 2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상생금융 동참 독려에 따라 총 2조2957억원의 상생금융 지원안을 내놓은 바 있다. 카드사별 상생금융 규모는 현대카드(4000억원), 신한카드(4000억원), 국민카드(3857억원), 롯데카드(3100억원), 하나카드(3000억원), 비씨카드(2800억원), 우리카드(2200억원)이다. 삼성카드는 삼성 계열 금융사들과 상생금융에 동참하고는 있으나 구체적인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당시에도 카드사들은 어려운 경영 환경에 놓여 있었으나 금융업권 전반적으로 상생금융 바람이 불자 마지못해 지원안을 쥐어 짜낸 측면이 컸다. 문제는 카드사들의 대내외적 영업 환경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내년 업황 전망도 여전히 밝지 않다는 점이다.

올해 9월 말 기준 국내 7개 전업카드사의 합산 당기순이익은 1조9928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1701억원) 대비 8.2% 감소했다. 같은 기간 ROA도 1.5%로 전년 동기(1.8%) 대비 0.3%p 하락했다. 코로나 엔데믹 이후 소비 심리가 회복되며 전년 대비 카드 이용 실적이 증가했고 카드사들의 무이자 할부 축소 등에 힘입어 영업수익이 전년 대비 약 14% 증가했으나 이자비용 및 대손비용 증가폭이 영업수익 증가를 크게 뛰어넘으면서 이익 규모가 축소됐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인하되고 있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도 고민거리다. 금융당국은 연내로 적격비용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카드사들은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가 도입된 2012년 이후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가맹점 수수료율이 인상되지 않고 14차례나 내리 인하됐다. 그 결과 가맹점 수수료율이 0%대까지 내려앉아 본업인 결제 부문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카드사들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재산정 주기를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늘리거나 아예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의견이 받아들여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의 상생금융 의지가 워낙 큰데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자영업자의 표심을 잡기 위해 가맹점 수수료율을 인하하는 방향으로 끌고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카드업계가 원하는 방향으로 수수료율 체계가 개선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업계의 전망이다.

카드론, 리볼빙 등 대출자산 중심으로 카드사들의 건전성이 저하되고 있다는 점도 고민 요인이다. 카드사 대출상품의 경우 상대적으로 담보여력과 부채상환능력이 열위한 취약계층이 주 이용 대상이기 때문에 타 업권에 비해 리스크가 큰 편이다. 올해 9월 말 기준 7개 전업카드사의 합산 연체율은 1.6%로 지난 2021년 말 1.1%를 저점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9월 말 기준 충당금커버리지비율도 283.8%로 전년 말 354.9% 대비 약 71%p 하락하는 등 건전성 지표 저하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경기 둔화로 인한 가계의 상환능력 감소가 크게 나타날 경우 2금융권을 중심으로 건전성 악화가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카드사들이 자산건전성 변화 추이에 대해 면밀한 모니터링을 진행하는 등 건전성 악화 우려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권에서는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건전성 저하 압력이 지속되고 있고, 높아진 이자비용 부담 등을 고려하면 카드사들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부진한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경영 위기로 인해 카드사들은 상생금융 ‘시즌2’에 대처할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언제 상생금융 압박 여파가 불어닥칠지 노심초사하며 당국의 눈치를 보고는 있지만, 대다수 카드사들이 구체적인 상생금융 계획을 갖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들은 업황 개선을 위한 대책 방안을 마련하는 데만도 골치가 아프다는 입장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도 카드사들의 실적 악화가 지속될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추가 상생안을 마련하는 데 애로사항이 크다”며 “상생안을 내놓더라도 이미 내놓았던 방안을 소폭 확대하거나 연장하는 식의 제한적인 범위이거나 일전에 상생안을 발표하지 않은 카드사 위주로 지원안이 나오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손규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bal4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