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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장기화에 환테크족 울상…"무이자인데 엔화가치만 빠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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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장기화에 환테크족 울상…"무이자인데 엔화가치만 빠지네"

엔화예금에 100억달러 가까이 묶여…이자이익 0원
다른 상품 투자했으면 수익률 3~6% …기회비용 커져
엔저 장기화되나…"일본 통화정책 정상화 가능성 낮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역대급 엔저가 장기화되면서 엔화예금에 엔화를 쌓아둔 예금자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엔화 가치 우상향을 예측하고 투자에 나섰지만 지루한 횡보세가 이어지다가 최근 소폭 약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또 고금리 장기화로 다른 곳에 투자했다면 4~6%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었지만 금리가 0%인 엔화예금에 넣어두면서 이자수익이 없는 상황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원·엔 환율이 지난해 11월 860원대까지 내려가면 엔테크 수요가 폭발했지만 여전히 800원대 중후반에서 움직이며 별다른 수익을 얻지 못하고 있다.
원·엔 환율은 종가 기준 이달 5일 898.75원을 기록해 900원선이 무너진 뒤 16거래일 째 800원대 중후반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엔화 가치 하락은 미국의 금리 인하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고 일본 역시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예상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만 해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르면 올해 1분기 금리를 내릴 수 도 있다는 기대감이 높았지만, 올해 들어 금리 인하 예상 시기가 점차 뒤로 밀리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줄곧 하향곡선을 그리던 원·엔 환율이 지난해 11월 860원대까지 내리면서 이 기간 엔테크 수요는 폭발했다.

일본 정부가 마이너스 금리 기조를 유지하며 사실상 엔저를 용인한 측면이 있지만 '금리 정상화'가 시작되면 금세 900원대를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시장참여자들이 판단하면서 환테크를 노린 엔화 몰빵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거주자 엔화예금 잔액은 99억2000만달러로 처음으로 90억달러를 넘어 100억달러에 육박했다. 이는 1년 전(60억8000만달러) 대비 62.3% 증가한 것이다.

엔화예금 잔액은 지난해 11월(97억달러)와 올해 1월(94억달러) 소폭 줄었으나 여전히 90억달러 넘게 묶여있다.

문제는 국내에 예금된 엔화가 역대 최대로 쌓여 있으면서 이에 따른 기회비용도 급증하고 있다는 데 있다.

엔화예금은 일본 정부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따라 이자를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의 엔화예금 금리는 대부분 0%다.

반면 시중은행들은 달러화와 유로화 정기예금에 각각 4∼5%, 2∼3% 정도의 금리를 주고 있다. 국내 원화예금 금리도 4%가 넘는 상품이 다수 존재한다.

결국 엔저가 장기화될 수록 엔화예금자들은 환차익과 이자이익 모두 얻을 수 없는 셈이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일본은행의 의지와 관계 없이, 최근 일본의 경제와 물가 여건들은 3~4월 통화정책 변경 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낮추고 있다"면서 "4월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변경이 단행되지 않을 경우에는 3~4월 엔화가 현재보다 더 추가로 약세로 전환하는 등 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